2003 송년 반전 평화 결의문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3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류가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를 비는 이 시간, 안타깝게도 지구촌 곳곳에는 전쟁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2003년은 전쟁의 해였습니다. 불의와 침략의 해였습니다.
첨단 기술문명의 힘을 빌어 가장 야만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포에 질린 무고한 어린 생명들 머리 위로 수 백 만개의 스마트 폭탄의 파편이 쏟아져 내리던 이라크 전쟁터에 더 이상 문명은 없었습니다. 다만 암흑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2003년은 서글픈 자기부정과 이율배반의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화해와 공존을 기원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전쟁과 침략을 지지했고 우리는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 봄 정부는 한미군사동맹의 이름으로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더 많은 군대를 보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익을 위해 주권과 민주주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의 열기 속에서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파병 결정 과정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와 먼저 상의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외교를 하는 철저한 자기부정을 드러내었습니다.
정부의 그릇된 선택은 침략을 부인하는 헌법을 훼손하였고 국민 모두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전범국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다함께 슬퍼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슬퍼합니다. 우리는 이웃을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집단화된 우리는 침략과 약탈의 공범자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은 희망과 연대의 한해였습니다.
전 세계 시민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전쟁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인종과 종교, 성별이 다른 허다한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터로 모여들어 양심의 부름에 따라 평화와 화해를 실천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도 힘없고 작은 나라의 정부들도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불의한 전쟁을 지원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인류의 양심과 문명, 민주주의는 한 단계 발전하였습니다.
우리가 올해 함께 연대하고 함게 싸웠던 세계의 평화애호시민들은 우리의 터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올 우리의 벗, 인류의 벗들입니다.
이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지구 저편에서는 새해를 알리는 태양이 솟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새해 새날의 햇살은 고통받는 이라크 시민들의 머리 위에, 이유도 모른 채 정부의 침략행위에 동원된 죄 없는 미군 병사의 머리 위에, 그리고 우리와 전세계 민중의 머리 위에 고르게 펼쳐질 것입니다.
낡은 해를 보내고 새날을 불러오는 제야의 종소리가 온 누리에 퍼지는 이 밤, 우리 모두는 평화와 화해가 새날 햇살처럼 세계 곳곳에, 모든 생명 위에 평등하게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가슴속 깊은 곳의 외침을 외쳐봅니다.
전쟁은 가라!
이라크에 평화를!
한반도에 평화를!
침략자 미군은 이라크를 떠나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이라크 파병 철회하라!
온 국민의 이 간절한 외침이 밝아올 새해 벽두 국회에 상정될 이라크 파병안을 심의할 국회의원들의 가슴속에서도 외쳐지기를 기원합니다. 부패하고 몰염치한 정략적 이전투구는 낡은 2003년과 함께 사라져야 합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 국민 눈에 피눈물을 안겨주는 낡은 정당은 국회를 떠나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 평화와 화해의 정치, 나라의 자주적 발전과 세계인류의 공존을 가져올 큰 정치를 만들어낼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밝아오는 새해에 우리는 평화를 향한,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주권을 향한, 우리의 양심과 신념을 실천할 것입니다. 국회에 상정된 파병안을 반드시 막아내고 다가올 총선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할 제대로 된 일꾼을 선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힘으로 평화를 실천하는 정부, 국민의 양심을 올바로 대변하는 국회, 세계평화를 위해 주권을 올곧게 행사하는 떳떳한 대한민국을 기필코 만들어낼 것입니다.
전쟁은 가라!
이라크에 평화를!
한반도에 평화를!
침략자 미군은 이라크를 떠나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이라크 파병 철회하라!
2003. 12. 31.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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