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병장병 위험노출-예산증액’ 악순환 끊을 길은 파병계획 철회 뿐
1. 국방부가 기획예산처에 이라크파병부대의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무려 25%나 증액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요청은 파병동의안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통과된 지 2주만에, 파병부대가 편성된 지 3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2. 국회심의 당시, 파병동의안에 예산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일부의원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당시 국방부와 정부는 끝내 동의안에 예산안을 포함시키지 않고 보고로 대체하였다. 그런데 국방부는 파병부대가 편성되자마자 무려 25%나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초 국회에 보고된 연2296억 규모의 예산안 자체가 의도적으로 축소 보고되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가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파병동의안에 예산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이유가 이런 의도였단 말인가.
3. 이번 예산안 증액요청은 국방부가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으로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고 있음을 다시금 명확히 보여준다. 국방부는 증액사유로 파병장병들의 안전유지 때문이라고 했다. 당초 키르쿠크가 안전해지고 있다고 강변하던 국방부가 파병안이 국회에 통과되고 나서 현지의 위험성을 빌미로 예산을 증액시키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 자체가 국방부의 무책임과 말바꾸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2주 전 국회심의 당시 국방부는 동의안에 예산안을 포함시키지 않고 보고로 대체하면서 미국과의 추가협의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었다. 파병비용을 원칙적으로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의에 따라 일부 조정한다면 마땅히 한국부담 예산분의 삭감을 목표로 한 협의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예산안 증액을 요청하면서 당초 국회에 보고했던 ‘미국과의 협의’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안전문제를 내세워 예산증액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협의’라는 것이 사실상 예산안 심의를 회피하기 위한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방부가 국회와 국민을 ‘허수아비’로 알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4. 국방부가 이토록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으로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게 된 데는 국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예산안이 포함되지 않은 동의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무수히 위헌적 동의안임을 지적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상당수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이 안을 통과시키고 말았다. 이는 국민을 대표하여 예산을 심의해야 할 자신의 의무를 내팽개친 것이며, 나아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던 다른 의원들의 헌법적 권리 역시 침해한 것이다. 더구나 키르쿠크 안전 문제를 제대로 따지지 조차 않고 사실상의 백지위임장을 통과시킨 국회는 안전문제로 인해 25%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궁색한 통보 앞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무책임의 전형이다. 이 부실 심의에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유권자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 주지하듯이 현재 파병예정지 키르쿠크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내전 가능성마저도 점쳐지고 있다. 장병의 안전유지를 목적으로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면 향후 얼마나 많은 예산이 더 증액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파병장병들의 사상자 발생과 이로 인한 예산증액 식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길은 파병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것 밖에 없음을 국회와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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