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8-01   2055

미-러 START 후속 협정, 기대와 한계 뚜렷


7월 6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에서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1) 후속 협정 초안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오는 12월 5일에 START-1이 만료되고, START-2,3과 모스크바 협약이 사실상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감축 협상은 국제사회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상으로 내걸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첫 번째 가시적인 성과인 START 후속 협정의 함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협상에서 핵무기와 관련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새 협정이 발효되고 7년 안에 핵탄두 수를 1,500~1,675기로 감축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 수단을 500~1,100기로 감축
– 협정의 이행을 위한 감시, 검증 체계의 마련


이 외에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와 재건을 위한 미국의 러시아 영토 (영공)를 통한 무기/장비/병력 이동 허용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은 1억 달러 상당 드는 영공 통과료를 내지 않고 연간 4,500대의 미국 군용기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쟁 실종군사를 찾기 위한 미-러 공동위원회도 5년 만에 재가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을 통해 양국은 ‘관계재설정’(reset)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부시 정권 동안 ‘신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관계가 악화되었던 양국이 이러한 과감한 합의를 도출해낸 것에 대해 언론은 ‘신데탕드’라고 호평하고 있다. 협상 재개 3개월 만의 신속한 타결, 그리고 이 협약이 이행됐을 시에 핵탄두 수는 최대 현재의 3/5, ICBM은 최대 절반까지 감축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외신들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들도 외신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며 이번 협상의 성과를 높이 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핵무기의 95%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핵감축을 추진했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하다. 그간 탄도미사일협정(ABM)의 탈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 거부 등 미국의 일방적인 핵정책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로 인해 핵비확산체제를 주장함에 있어서 명분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일찍부터 CTBT의 비준을 목표로 내세웠고, NPT를 보강하고 되살려서 NPT의 틀 안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러한 목표를 최초로 실천에 옮긴 것이 이번 협상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미-러 START 후속 협정이 이행될 시, 국제사회에 가져올 파급력은 클 것으로 기대된다. NPT는 핵비보유국들의 핵 보유 및 개발을 금지하는 의무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핵보유국들의 점진적 핵 폐기 의무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비핵국들의 핵무기 획득에 대한 감시는 IAEA등의 기구를 통해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핵보유국들의 의무 이행은 아무런 체계적인 제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먼저 핵감축의 모범을 보인 것은 타 핵보유국들에게 감축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는 협상 체결 이후 자국의 핵군축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이 협정이 기대하는 만큼의 실질적인 핵 감축을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감축 범위가 1,500~1,675, 500~1,100으로 합의되었으나, 양국이 최저 허용치에 맞춰서 감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최고치를 넘는 것에 대한 제재가 있을 뿐이기 때문에, 핵탄두 1,675기, 발사 수단 1,100기만이 실질적으로 유효한 핵무기 제한이다.


위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러시아는 운반 수단을 814기 보유함으로써 이미 감축 범위 내에 있다. 미국도 98기만 폐기하면 목표치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협약이 모든 핵무기가 아닌, ‘배치된 전략 핵탄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비축 무기의 폐기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운반 수단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목표 달성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7년이라는 긴 이행 기간을 설정한 것도 아쉽다. 더 나아가, ‘과감한 협약’이라는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협약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모스크바 협약에서 이미 2012년까지 핵탄두를 1,700~2,20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 협정이 발효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START-1의 만료일인 12월 5일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때까지 협정을 마무리 짓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발사 수단 감축 목표치를 500~1,100기라는 매우 큰 폭으로 설정한 것을 보아 감축 범위에 대해 양국의 의견차가 크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협상이 매우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게 협정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간 오바마 행정부의 핵군축 노력에 일관적으로 반대해온 미 공화당 때문에 국회 비준이 좌절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이 동유럽 MD 체제를 철회할 시에만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러시아의 입장도 큰 변수이다. 미국은 현재 ‘검토해 보겠다’는 애매모호한 대답만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여전히 미-러 간의 긴장 요인은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가 순수한 평화적 노력과 사회적 리더쉽을 발휘하려는 책임감에서 후속 협정을 개시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북한이나 이란 등의 국가를 제재하려는 명분을 얻고, 그간 군축에 있어서 실추된 도덕적인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부드러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엄격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START 후속 협정의 체결이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에는 이처럼 커다란 한계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핵 감축, 그리고 최종적으로 비핵화 달성을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작성_곽은비(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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