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1-02-15   1665

[제94호 쓴소리] 2만여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길거리로 내쫓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서민의 생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임대아파트 사업자 부도로 인해 전국적으로 2만여 세대의 임차인들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춘천과 천안, 횡계, 평창 등지에 임대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 동보건설의 경우, 파산관재인은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파산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며 임대보증금을 돌려 줄 생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임차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임차인들을 내쫓고 있습니다.

임대보증금 1,500만원에서 1,800만원은 돈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푼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상인이나 철거민, 장애인들인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에게는 거의 전 재산이고 결코 1-2년 내에 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확정일자를 받아 놓은 상태이나 임대아파트의 경우는 건설회사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하는 연유로 주택은행을 채권자로 하는 저당권이 확정일자에 앞서 설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경매과정에서 우선 변제를 받아 보증금을 회수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그나마,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의하면 확정일자가 저당권보다 후순위 일지라도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춘천, 천안과 같은 중소도시의 경우 2,000만원 미만의 소액보증금에 대하여는 800만원의 한도내에서 다른 저당권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도 있으나, 파산법에 의한 파산절차에서는 경매과정과 같은 소액임차인의 보호장치가 없어 이마저도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임차인들이 주택은행이 설정한 저당권을 떠 안고 매매분양을 받으려면 주택은행이 100억, 200억 식으로 전체 아파트건물을 공동저당으로 담보 잡은 것을 각 세대별로 분할하여 주어야 합니다. 또한 만일 임차인들이 경매를 통하여 아파트를 경락받으려면 주택은행이 이를 경매에 붙여야 하는데 주택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의 관리업무만 하고 있는 관계로 권한범위를 뛰어 넘는 업무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임대차보증금에 대하여는 아무런 보호도 못 받는 임차인들에게 파산관재인은 매월 임대료는 꼬박꼬박 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할 채무자는 한푼도 채무이행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채권은 모두 받겠다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길거리로 내쫓는다니 실로 무법천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이러한 문제는 비단 앞서 언급한 동보임대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천의 시대아파트, 군산의 신우아파트, 익산 대영아파트, 대구 영천/금호/유성 아파트 등 전국각지의 2만여 세대의 임대아파트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실화들입니다.

대통령님, 임대아파트 주민이 처한 곤경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파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경매과정만이 아니라 파산절차에서도 임차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파산법을 개정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에 대하여도 별제권을 인정해야 하며, 소액보증금은 재단채권으로 하여 우선 변제받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해야 합니다.

또한, 주택은행과 재정경제부가 서로 팔장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파산, 부도가 난 임대인과 임차인들과의 3자 협상을 주선하고 적극 개입하여 임차인들이 경락을 받거나 임차인들이 저당권을 떠 안고 매매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경쟁력과 재정기반이 취약한 부실한 민간 건설회사들이 임대아파트와 같은 공공주택을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과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임대아파트와 같은 공공주택 사업권을 민간 건설업자에게 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산하 공기업들이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민간 건설업자들이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대한주택보증회사가 그 보증금반환채권도 보증을 하게 하여 그 과정에서 부실한 건설회사를 가려내어 부실한 민간 건설업자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서민들의 이 딱한 사연을 부디 돌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장 변호사 김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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