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2-02   2297

<홍성태의 잠망경>대기오염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대한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서 서울의 하늘이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시베리아에서 차가운 고기압이 밀려왔을 때는 날이 춥기는 했지만 모처럼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차가운 고기압이 더러운 물질들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가운 고기압이 물러가자 더럽고 해로운 미세먼지와 유해가스들이 서울의 하늘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고, 그 결과 서울의 하늘은 온통 뿌옇게 흐려지고 말아서 한강 이쪽에서 저쪽의 아파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의 대기오염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OECD국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나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가장 나쁜 수준에 속한다. 그런데 사실 서울만이 이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대기상태가 좋지 않다.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 공장과 1400만 대에 이르는 자동차에서 한 시도 쉬지 않고 엄청난 양의 유해가스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은 피해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이 심하게 오염되고 우리의 건강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2004년 1월 26일, 경기개발연구원은 [경기도지역 대기오염의 사회적 비용 추정 및 적정수준 달성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대기오염 악화로 말미암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매년 1만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기사망하고, 경제적 피해액은 최대 10조 3865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매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284억 6000만원 정도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말 놀라운 연구결과가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무시무시한 ‘환경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서울방송에서 연초에 방영한 ‘환경의 역습’이라는 프로그램은 아파트의 실내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아파트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독물질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으며, 특히 새로 지은 아파트일수록 이런 오염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의 내부를 친환경적으로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선책은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바깥의 공기가 너무 나빠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줄 수 없는 아파트들이 많은 것이다. 창문을 꼭꼭 여미고 닫아두더라도 바깥의 더럽고 해로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입자가 곱고 새까만 먼지가 묻어나는 곳은 창문을 열기는커녕 완전히 밀폐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살 수는 없다.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의 역습’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 자연을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되살리는 것이다. 더러운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쾌적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환경의 역습’에 대처하는 방법은 환경을 되살리는 것밖에 없다. 자연은 우리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 자연 속의 존재이다.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궁극적인 어버이이고 고향이다. 이 사실을 올바로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12월 18일, 환경부에서 마련한 [수도권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수도권대기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데, 사업장 총량규제는 그 영향을 고려해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주요 내용은 지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총량으로 삭감하는 지역배출허용총량제, 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에 대한 총량관리제·배출권거래제, 저공해차의 판매 및 구매 의무화, 노후차 조기폐차 유도 등이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대기질 전망을 토대로 각 사업장에 연간 배출허용총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한 사업자에게는 총량 초과부과금을 부과하게 되며, 수도권지역의 자동차사업자는 저공해 자동차를 일정비율 이상 제작·판매하고, 공공기관 및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한 사업자는 저공해 자동차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 법을 통해 한국의 대기질이 10년 이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하여 맑은 날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1981년 가을에 남산타워가 일반에게 공개되었을 때, 친구와 함께 올라 인천 앞바다를 보며 놀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 아직 1년이 남았다. 전면적인 시행까지는 무려 3년 6개월이 남았다. 그 동안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매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284억 6000만원 정도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나? 이건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우리의 환경오염은 너무 심각해서 많은 사람들이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적 피해도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아니, 이런 문제를 바로잡은 사회가 바로 선진국이다. 기업가들은 늘 환경규제를 강화하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매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284억 6000만원 정도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자는 주장이다. 이제 이런 기업가들이 이 땅에서 기업가입네 하고 행세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니,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기업가들이 존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환경보호와 기업행위는 대립하지 않는다. 환경파괴적 기업행위와 환경보호적 기업행위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환경파괴적 기업행위를 기업행위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게 되었다. 환경보호적 기업행위로 기업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우리 자신을 살려야 한다.

이런 ‘생태적 전환’을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한다. 기업가는 가능한 한 환경규제를 막으려 하고, 정부는 기업가의 손을 들어주기 쉽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관련된 최근의 고등법원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질서의 반생태성은 너무나 강고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민의 힘으로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수도권지역의 대기오염 피해에서 잘 알 수 있듯이 환경파괴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한다.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의 생존문제이다. 환경문제는 환경운동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운동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이다. 환경문제는 환경부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정부부서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건강의 가장 중요한 기초조건은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가끔 동네 찻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본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찻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달리면서 극히 유해한 미세먼지와 유독물질을 들이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의 찻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와 같다고 한다. 온갖 유독물질이 가장 많이 쌓여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찻길을 포기하고 헬스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헬스장의 내부환경은 아파트의 내부환경보다 아마도 더 위험할 것이다.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초조건은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건강을 낳는다. 박정희의 파괴적 개발을 거치면서 우리는 자연의 파괴를 사회의 발전과 같은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급기야 파괴된 자연 속에서 온갖 문명병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제 이런 시대를 끝내자.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며 살 수 있도록 하자. 우리 삶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우리 후손의 건강을 위해.

홍성태(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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