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5-02-07   533

<경제프리즘> 나는 고발한다①

전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이 밝히는 대한생명 특혜, 부실매각의 전말

2002년 대생을 한화에게 매각하면서,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실적에만 급급하여 인수자의 자격요건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과거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전력이 있는 한화그룹에게 3조 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기관을 넘기고 말았다. 이러한 의외의 결과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에도 한화그룹의 로비와 정부측 공자위위원들의 부실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검찰은 한화의 대생인수 로비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참여연대는 당시의 대생 매각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주영 변호사의 기고문을 2회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이제 진실을 말할 때…

나는 한화가 대생인수를 위해 외국보험사로부터 명의만 빌렸고, 전윤철 당시 재경부장관 (현재 감사원장)에게 15억원의 국민주택채권을 제공하려다가 거절당했다는 놀라운 뉴스를 접하면서 이제는 입을 열어 그 당시의 진상, 즉 내가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으로서 대생매각건을 심사할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상세히 밝혀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난 국감때 증인으로 출석하여 대생매각과 관련한 문제점을 증언한 바 있고 얼마전에는 대검 중수부에서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은 내가 경험했던 광범위한 내용의 극히 일부분이다. 더구나 이들 내용 중 일반국민들에게 알려진 사실은 더 더욱 극히 일부이다. 대생 매각과 관련한 모랄해저드는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고 광범위하다.

나는 대생매각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재경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주거래은행, 회계법인, 정치권, 언론 등 우리사회 주요 조직들에 자리 잡은 소위 지도층이거나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부정직하거나 비겁한 모습들을 지켜 보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또 투명해 졌다고 하지만 정말로 대규모의 이권이 있을 경우 기존의 감시견제장치들은 그야말로 종이 호랑이로 전락되고 만다.

왜 그럴까? 다름아니라 그러한 감시견제장치들을 작동시키는 사람들의 도덕불감증 때문이다. 아니 공공의 이익보다는 그들이 속한 거대한 특수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뿌리 깊은 관행때문이다.

관련 지식인들의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

나는 아직도 매각심사소위가 본격적인 심사를 시작하자 마자 불필요한 일을 한다고 언론에 불만을 토로하던 고위관료, 심사를 중단하고 대생을 빨리 한화에 넘기라고 주장하던 한 유력 경제신문의 논설, 대한생명에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으면 마치 큰 일 날 것처럼 허위보고했던 예보관계자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의견서를 통해 뒷받침해 주었던 각종 전문가들, 한화그룹이 만들어 준 자료를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작성한 자료인 양 제시했던 주거래은행 임원, 매각소위 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무시하고 끝내 자신들이 왜곡하여 작성한 보고서를 본회의에 올렸던 관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 이들의 도덕불감증에 따른 피해는 아무 것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이 돌아가게 된다.

무려 3조 5천 5백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

대한생명에는 무려 3조 5천 5백억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즉 대생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부담한 혈세는 갓난아이까지 포함한 4,700만 국민들 1인당 7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첫째 의문점은 과연 대한생명에 무려 3조 5천 5백억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돈은 이 3조 5천 5백억원 중에서도 대생의 매각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던 2001년 9월에 추가로 투입되었던 1조 5천억원이다. 당시 정부, 예보 그리고 그들이 확보하여 제출한 회계법인의 의견서 그리고 보험개발원의 의견서 등 여러가지 참고자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본회의의 선행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매각소위는 순진하게도 정부와 예보가 제시한 자료만 믿고 무려 1조 5천억원이라는 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고 나는 이 결정에 참여한 것을 지금 대단히 후회하고 있다.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의 투입은 정말 필요했나?

팔려고 내 놓은 집에 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들여 수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연 수리비만큼을 더 받을 수 있을지, 원매자가 수리한 것을 마음에 들어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이미 매각이 결정되어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기업에 1조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증자 방식으로 쏟아 붓는 일은 더 더욱 희귀한 일이다. 기업을 인수할 사람이 회사의 적정자본금 규모를 어떻게 가져가려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자를 먼저 원할 수도 있고, 증자를 원할 수도 있으며 어떤 형태로 언제 증자를 할지도 인수자에 따라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없는 한 매각작업이 개시되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추가적인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을 투입할 것인가를 심의할 당시 위원들이 던진 질문은, 왜 굳이 팔려고 내 놓은 회사에 1조 5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투입하는가?, 나중에 인수자가 결정되고 그 때 인수자가 원하는 경우 공동출자를 하던지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자 당시 공자위사무국과 예보는 각종 자료와 수치를 내어 놓으며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으면 대한생명에 “마치 큰 일이나 날 것처럼” 보고를 했고, 더 나아가 1조 5천억원을 투입하면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팔 수 있을 것처럼 (다시 말해서 추가로 투입한 1조 5천억원 이상의 가격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설명했다. 부연 설명하면,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지 않을 경우 조기정상화가 지연되고, 영업력이 저하되며, 매각가치가 하락하며, 법인시장이 위축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겪는 반면, 조기에 공적자금을 출자하면 정상화가 조기에 이루어지고 매각방식의 선택 다양화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매각이 원활화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결정적인 자료는 공적자금 추가투입시와 미투입시를 비교한 예상수지현황이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작성한 참고자료에는 1조 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으면 2001 회계연도에 917억원의 적자를 내고 2002년도에는 45억원의 미미한 흑자를 내고, 1조 5천억원을 추가 투입하더라도 2001년도에 65억원의 미미한 흑자를 내고, 2002년도에는 1,203억원의 흑자를 내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회계법인과 보험개발원에서 각각 작성한 의견서에도 공적자금의 조기투입이 매각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후 2001. 8. 7. 공자위 본회의에 보고된 수치는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을 투입해도 2001년도에 314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했을까? 공적자금은 2001 회계연도의 중간 시점인 2001년 9월 (대한생명은 3월말 결산법인임)쯤에 투입되었는데 후속적인 매각절차에서 드러난 사실은 2001년도 순이익이 무려 8,684억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불과 몇 달전에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할 때는 이 돈을 투입해야 겨우 65억원의 흑자를 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자그만치 8,684억원의 흑자라니…. 공적자금투입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일부러 대한생명의 경영실태를 나쁘게 왜곡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서는 이런 천문학적인 차이가 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대한생명이 그 이듬해인 2002 회계연도에 올린 순이익은 2001년도보다도 많은 무려 9,794억원으로서 1조원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이 수치 역시 당초 예보가 공적자금투입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던 2002년 예상 당기순이익 1, 203억원과는 엄청나게 차이나는 수치이다.

예보의 경영전망과 실제 수치와의 차이 (단위: 억원)

구분 2001회계연도 2002회계연도 2003회계연도
당기손익 미지원시 (-) 917 45 1,442
지원시(예보측예측치) 65 1,203 2,694
지원시(실제수치) 8,684 9,794 6,150
예상치와 실제치의 차이 8,619 8,591 3,456

출처: 예보의 경영전망 (공자위 매각소위에 제출된 2001. 5. 11.자 자료)

* 결국 최근 3년간 예보 전망치와 실제 수치간의 차이를 합산해 보면 무려 2조 666억원에 달함.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당장 1조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이 2년 연속 날 정도로 영업상황이 호전된 회사에 국민의 혈세를 1조 5천억원이나 투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자본금을 늘리는 것에 불과할 뿐 손익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2001년 9월에 투입된 1조 5천억원 때문에 2001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8,684억원으로 급증했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차입금을 갚아 이자비용이 줄어들거나 재무건전성이 높아져 매출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효과 역시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2001년 9월에 대한생명에 1조 5천억원이라는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당시 대한생명의 실상에 비추어 볼 때는 그 자체로도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고 더 더구나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을 감안할 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수자에게 1조 5천억원의 현금을 얹어 준 것에 해당

그리고 결과적으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은 어떻게 이렇게 1조 5천억원이나 추가투입한 결과 순이익이 매년 8-9천억원씩 나는 회사의 지배지분 (51% 지분)이 불과 8,236억원 (그것도 대수대금의 절반은 2년후에 지불하는 조건으로)에 팔릴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 특정인에 팔릴 것이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그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왜곡된 자료와 전문가 의견서들을 들이대면서 이례적으로 매각과정 중간에 1조 5천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했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나타난 상황을 근거로 한 번 되짚어 보면 이렇다. 한화그룹은 대생의 기업가치를 1조 6천억원 정도로 평가하여 51%지분을 8천억원 정도에 샀다 (그것도 나중에 가치를 각종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서 그리 된 것이고 당초에는 7천억원정도로 평가했었다). 만약 몇 개월전 투입된 1조 5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을 경우 똑 같은 방식으로 가치평가를 했다면 한화그룹은 대생의 가치를 “0”이거나 “마이너스 (-)“로 평가하였을 것이고 절반의 지분을 거의 공짜로 매수하려 하였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즉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의 투입을 미루고 대신 거의 공짜로 파는 방식을 선택했었다면) 정부가 아무리 한화그룹에 팔고 싶더라도 국회나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공자위에서도 쉽사리 매각을 승인해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다고는 하지만 3대 생보사 중 하나이고, 공적자금 2조 5백억원이 투입된 이후 영업이 급속도로 호전되는 회사를 공짜로 사도록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특정인에게 헐 값에 매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전에 공적자금을 더 많이 투입해서 상당한 매각가격이 지불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한생명을 1조 6천억원에 평가하여 매각한다는 것과 대가 없이 넘긴다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공짜로 또는 돈을 보태 주면서 팔자니 특혜, 헐값 의혹이 일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팔기 몇 달 전에 1조 5천억원을 투입한 후 그 직후 1조 6천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후 그 절반의 지분을 8천억원에 (그것도 절반인 4천억원은 2년 후 지불조건으로) 팔은 것이다.

“추가지원이 없을 경우 손실누적으로 인한 순자산부족현상의 장기화로 조기정상화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 매년 1,500억원의 이차손 발생이 불기피한 상황으로 향후 수년간 당기이익 실현이 요원하여 누적손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소위에 제출했던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런 설명을 곧이 곧대로 믿고 1조 5천억원 투입결정에 손을 들어 준 당시 위원들은 너무도 순진했던 셈이다.

입찰에 참여했다가 중도포기한 메트라이프

대한생명에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 후 2001년 7월 말경에 매각소위는 대한생명 매각의 개략적인 조건들을 정했다. 이 중 현재 문제가 되는 소위 보험사요건이라는 것이 결정되었다. 즉 “민영화를 통한 대한생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투자자의 자격을 원칙적으로 국내외 보험사 또는 보험사가 포함된 컨소시움을 대상으로 함”이라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그 후 한동안 대한생명 매각과 관련한 안건들은 매각소위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매각주간사로 메릴린치와 외환은행을 선정한 바 있으므로 이제 매각주간사가 입찰절차를 준비하고 진행하도록 맡겨두기만 하는 단계였다.

메릴린치는 2001년 9월에 투자안내서를 보내고, 10월에는 잠재투자자의 인수의향서를 접수하였으며 잠재투자자 (한화, 메트라이프)들은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실사를 하는 등 매각절차가 차근 차근 진행되었으며 결국 2001년 12월 14일에는 한화와 메트라이프 양 쪽으로부터 투자제안서 (입찰서)를 접수하게 된다.

대한생명매각과 관련하여 입찰서가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소위에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고 그 후 예보와 매각주간사는 수정입찰을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입찰자인 메트라이프 및 한화측과 실질적인 협상을 시작해 버렸다. 입찰 이후 처음으로 대한생명건을 보고받은 것은 2002년 2월 19일의 일인데 이 때 매각주간사는 이미 양 쪽으로 부터 한 차례씩의 수정입찰을 받는 등 사실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2년 3월 19일에 다시 매각상황을 보고할 때는 당초 입찰서를 냈던 메트라이프는 사실상 입찰을 철회한 상황이었다. 다름 아니라 감독당국 (금감위) 및 예금보험공사가 메트라이프가 제안한 거래구조 (대한생명의 기존계약부분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한 후 이에 대하여 지급여력비율 등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조건의 거래구조)를 불가하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메트라이프가 제안한 거래구조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가격조건에 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듣거나 입찰서 자체를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감독당국이 법규상 불가하다고 하였고 그러자 메트라이프가 입찰절차에서 철수하는 공식결정을 하였으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매각심사소위가 우선협상자 지정건을 심의하기도 전에 이미 이번 입찰은 복수입찰에서 한화컨소시움 단독입찰로 변경되어 있었다.

마냥 늦어지는 의안상정

여하튼 2002년 3월 20일 메트라이프가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철회한 후 대생매각입찰은 한화컨소시움의 독무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컨소시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지 여부는 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아니 여러 번 “대한생명 매각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건”을 상정한다고 통보를 하였으나 실제로 회의장에 가보면 아직 상정할 준비가 않 되어 있다고 했다. 그 때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신문지상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인수가 기정사실처럼 보도가 되고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간에 가격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나오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매각소위의 우선협상대상자선정안이 상정되기도 전에 가격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왜 번번히 의안을 상정한다고 하였다가 다시 번복하는 절차가 반복되는 것일까?

공자위나 매각소위는 상설위원회가 아니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지 않는다. 사무국에서 심의할 안건이 있다고 해서 소집을 하면 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재경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공자위 사무국이 의안을 상정하지 않는 한 의안을 심의할 수 없다. 물론 공자위나 매각소위가 심의할 사항으로 되어 있는 사항들이 있으므로 언제까지나 심의를 미룰 수는 없지만 언제 심의할지는 사무국이 통제한다.

대생입찰이 종료된 이후에만 해도 2002년 1월 23일, 2월 8일, 2월 19일, 3월 14일, 3월 19일, 4월 2일, 4월 4일 등 7 차례에나 걸쳐서 매각소위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그 중 단순 보고형식으로 두 차례정도 대한생명매각상황이 브리핑되었을 뿐이고 대한생명의 인수우선협상대상자 지정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왜 안건상정이 지연되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화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사실 적발

우선, 2002년 초부터 계속 조사가 진행중이다가 3월 중순께 최종 발표되었던 한화그룹분식회계건이 의안산정을 미루게 한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화그룹에 속한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이 약 8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회계분식을 한 것으로 발표된 것은 2002년 3월 14일이었다.

이를 위한 회계감리는 그 이전부터 이루어졌을 것이므로 한화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의 중간에 대규모 분식회계 적발이라는 악재를 맞게 될 상황이었다.

분식회계는 한화그룹이 입찰시에 제출했던 각종의 재무정보가 진실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화컨소시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는 대형 악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한화컨소시움의 입찰에 대한 매각소위의 심의가 이루어지는 중간에 이러한 분식회계사실이 발표된다면 한화측이 입을 피해는 회복불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한화측이 분식회계적발발표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이에 따라 미리 입찰서류를 수정하고 분식적발에 따른 부정적 여론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정부 및 대언론작업을 하는 등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분식회계와 관련하여 증선위는 관련 회계법인은 중징계하였지만 막상 당사자인 한화그룹에 대해서는 경과실로 인정하여 비교적 가벼운 제재조치를 취했으며 당시 금감위 위원장은 한화그룹의 분식회계가 대생인수에 별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미리 두둔하기까지 하였다 (추후 안 바에 따르면 당시 증권선물위원회 민간위원과 정부위원간에 한화그룹의 중과실내지 고의성에 대해서 심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한생명 안건이 상정된 2002년 4월 8일경 매각소위가 언론보도에 의존하여 분식회계건을 접했을 때의 분위기는 한화그룹의 분식회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우선 각종 언론들이 이번 분식을 매우 기술적인 문제 또는 회계처리와 관련한 감독당국과 기업간의 인식의 차이로 보는 듯 해 보였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나 예보 그리고 매각주간사는 매각소위의 심의과정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4인의 민간위원들만으로 구성된 매각소위는 그 이전의 사안에서도 상당히 깐깐한 태도를 보여 정부와 몇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최대한 안건 상정을 미루면서 한화측의 조건을 상향조정한 후 막판에 의안상정을 한 후 전격적으로 의안을 처리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부측 입장에서 안건상정을 무한정 미룰 수는 없었는데 이는 이미 언론등에서 한화의 대생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안상정압력을 피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2001년 회계연도가 종료되면 (2001년 3월말) 2001년도의 9천억원에 가까운 흑자발생사실이 대생의 매각작업을 좀 더 복잡하게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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