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특집 판결비평②] 사전에 신고 없이 모여서 말할 수 있는 나라

2016년과 2024년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두 명의 대통령을 탄핵하기까지, 집회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핵심적 기본권임을 거듭 확인하였습니다. 독재를 꿈꾸는 위정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 때, 불의에 항의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언제든지 모일 수 있고 외칠 수 있도록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집회를 억제하고 관리하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를 집시법이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규제와 관리 위주의 집시법은 대폭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헌법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법원 판결들을 선정해 ‘집시법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게임 속 페미니즘 상징을 색출하겠다는 게임회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장애인 탈시설을 돕는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장 규탄 기자회견. 이 두 집회 주최자들은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구호 몇 번 외치고, 피켓을 든 것이 형사처벌할 정도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집회인 것일까요? 최종연 변호사가 법원이 기자회견조차 그 주최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짚어 봅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325번째 이야기

  • 게임 속 페미니즘 상징을 색출하겠다는 게임회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해당 게임사 앞에서 개최한 주최자에게 신고의무 위반으로 1심에서 100만원 선고한 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 판결, 관련 집시법 신고의무 위반 벌칙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후 진행한 2심에서 무죄 선고한 수원지방법원 판결 : 1심 – 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 강면구 판사 2025. 6. 12. 선고 2024고정1331 [판결문 보기], 2심 – 수원지방법원 재판장 정창근, 판사 이헌숙 김종근 2026. 6. 12. 선고 2025노4006 [판결문 보기]
최종연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최종연 /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집회’ 정의조차 없는 ‘집회시위법’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임에도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회’입니다. 집시법은 ‘옥외집회’를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라고 정의합니다(제2조 제1호). 이는 옥외가 무엇인지 정의한 것일 뿐, 집회 부분은 사실상 동어반복적 정의입니다. 1973년 현행 집시법이 처음으로 일부개정되면서 도입된 정의가 53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시민들과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들이 충돌하는 지점이 발생합니다. 즉 ‘집회’란 무엇인가, 내가 하는 것이 집회라면 48시간 이전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하는지가 그것입니다.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경우가 기자회견과 ‘1인 시위’입니다. 시민사회가 어느 관청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이라도 하려고 하면 통상 관할 경찰서 정보관이 나타나고, 좀 위험해보인다 싶으면 경찰기동대와 방송차량이 길가에 차선을 차지하고 주차합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면 으레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사회자의 사회에 따라 발언 중간중간에 구호를 외칩니다. 이때 방송차량 안에서 ‘00경찰서 경비과장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미신고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제1차 자진해산 요청을 통보합니다’고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피켓을 들고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면 집회에 해당할까요? 그 어느 법률에도 그러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경찰이 늘 실무상 그렇게 판단할 뿐입니다. 시민으로서는 경찰이 기자회견을 ‘집회’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다고 느낍니다. 경찰은 다양한 범죄 현장에서 신고를 받고 범죄를 입건하고, 예외적으로는 현행범으로 판단을 내리고 체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찰이 무엇이 집회인지를 판단하면, 이를 미신고 집회로 보고 처벌은 물론이고 강제해산하는 막강한 공권력이 따라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집시법상 ‘집회’로 보아야 하는지, 나아가 미신고 집회를 모두 다 처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관한 질문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범죄자가 된 사람들

여기 두 개의 사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 속 페미니즘 상징을 색출하겠다는 게임회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돕는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서울서부지방법원2024고정617)이었습니다. 두 기자회견의 주최자 모두 제1심 판결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후자는 집행유예). 원래의 대상판결은 전자의 사건이나, 비교를 위하여 후자의 사건도 함께 소개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23. 11. 28. 11시부터 40분간 성남시 분당구의 게임회사 본사 앞 인도 위에서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활동가 약 20여 명이 함께 현수막과 피켓을 들었으며, “집게손 논란 부끄럽다, 현실을 보고 정신차려라, (게임회사)는 혐오차별에 호응 말고 노동자를 보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찰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만을 집시법상 미신고집회의 ‘주최자’로 입건하였고, 검찰은 기소하였습니다.


서울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연대단체들은 2023. 11. 25. 14:25경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서울시장 공관 건너편의 한남동 고가도로 아래 인도에서 80여명의 참가자와 함께 ‘거주시설 연계사업 페지 철회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기회를 제공하는 ‘거주시설 연계사업 일자리를 없애지 마세요, 해고는 절대 안 됩니다’는 취지로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찰은 해당 기자회견의 사회자를 집시법상 미신고집회의 ‘주최자’로 입건하였고, 검찰은 기소하였습니다.


벌금 백만원을 선고받은 각 주최자들은 모두 즉각 항소하였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증거나 법리가 제시되지 않는 한, 보수적인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단을 뒤집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6. 2. 26. 헌법재판소는 2021년부터 누적되던 미신고집회 처벌 헌법소원 사건들을 묶어서 집시법상 미신고집회 처벌조항은 ‘헌법불합치’하고, 2027. 8. 31.까지 개정하라고 국회에 요구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2. 26.자 2021헌바168, 2024헌바276, 2025헌바193(병합) 결정). 이렇게 헌법재판소가 특정 법률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경우, 해당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이에 따라 2023년의 각 기자회견이 미신고집회라도 처벌조항의 효력이 없어졌으므로, 각 사건의 제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은 전자와 달리 후자의 사건에서는 대법원에 상고해놓은 상태입니다.

어디까지가 기자회견이고 어디서부터 집회인가?

대상판결 제1심 재판부(수원지방법원, 이하 동일)은 ‘집회’란 ‘특정ㆍ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 옥외집회는 집시법상 신고의 대상’인데,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의 형식이라도 게임회사를 규탄하는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출ㆍ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여 이를 예방할 필요가 있으므로, ‘집회’에 해당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범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주 목적으로 사람들이 모인 경우, 오히려 ‘집회’의 외관을 갖추었음에도 본질적으로 ‘집회’와 동일하게 규제되는 것은 부당합니다. 기자회견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나가는 행인 몇 명에게 부수적으로 호소할 수는 있어도, 언론에게 설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모임과 집회는 규모ㆍ형태ㆍ방식이 집회와 다릅니다. 진행 시간이 짧고 내용상 대상인 장소 앞에서 서있기만 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발언이 주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쳤다고 갑자기 공공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가능성도 없습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미신고집회 처벌조항에 관해 상당히 엄중한 비판을 가하였습니다.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이고,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데, 미신고 옥외집회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반하여 일정한 예외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재판관이 4명이었고, 처벌할 일이 전혀 아닌데 처벌조항 자체가 단순위헌이라고 본 재판관도 2명이었으며, 모든 집회를 신고할 의무부터가 위헌이라는 재판관도 2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미신고 옥외집회를 처벌하는 조항만 제동을 건 것입니다. 어디서부터가 집회인지 정의해주지도 않았고, 집회ㆍ시위의 신고의무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며, 여전히 미신고집회임을 이유로 강제 해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옥외에서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집회의 특성 자체가 타인의 법익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대전제가 유지되는 한 변경되기 어렵습니다. 즉 본질적으로 옥외집회는 위험하다는 공안적 사고가 집회에 대한 정의 없는 집시법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과자가 되지 않고 집회와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는 헌법재판소가 주문한 후속입법안 총 8개가 제안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는 공공질서를 명백히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만 미신고집회를 처벌하는 법안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명확하게는 집회의 사전 신고의무를 폐지하고 위험한 집회만 경찰이 대응하거나(이용우 의원안), 100명 이하가 인도에서 집회하면 신고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입니다(용혜인 의원안). 100명 이하라면 대부분의 집회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은 여러 형태의 기자회견이 집시법상 집회인지 판단하여 미신고 옥외집회를 이유로 전과자로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일단 제동은 걸렸지만, 여전히 무엇이 집회인지는 판례상의 보수적ㆍ공안적 정의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집시법이 올바르게 개정되려면 정의 및 적용범위가 법에 명시되거나, 적어도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집회의 기준이라도 명시되어야 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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