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북리뷰 3_시민사회는 다원적 적대와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공존하는 장이다

유팔무 · 김정훈 엮음, 『시민사회와 시민운동2』

『시민사회와 시민운동2』가 나왔다. 90년대 초에 활발히 일어났던 시민사회논쟁을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으로 묶어낸 이후 대략 6년만이다. 그 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도 지구화, NGO의 활성화, IMF 구제금융과 구조조정, 정권교체,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투쟁, 총선연대의 낙천ㆍ낙선 운동, 의약분쟁, 부문운동들(환경운동, 여성운동, 소수자운동 등)의 활성화 등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논쟁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이 책은 크게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사회운동)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시민사회논쟁은 손호철과 김성국의 2차에 걸친 논쟁을 실었고 이에 대한 보완적 논평이 되는 김정훈과 유팔무의 글을 실었다. 시민운동논쟁은 다양한 사회운동의 발전경험을 반영하는 한국의 시민운동(또는 NGO운동)에 대한 소개와 비판, 시민운동과 민중운동간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을 실었다.

손호철과 김성국의 논쟁은 ‘시민사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국가의 규정, 시민사회와 국가의 관계, 경제영역의 위상, 계급중심성과 다원성 문제, 신사회운동과 시민운동에 대한 평가 등에 관한 논쟁들로 이어진다. 손호철은 국가-시민사회론이 비계급적 사회관계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동학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를 하나의 행위자로 속류화시켜 계급정치의 지형으로서의 시민사회라는 문제설정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김성국은 시민사회가 자주 균열되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전체 또는 집합적 행위자로서 시민사회는 국가에 대하여 공통의 일관된 집합행위를 표출함으로써 일정한 역학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손호철의 시민사회가 대자본가ㆍ부유층을 포함하는 지배세력과 노동자 등 피지배세력이 투쟁하는 장이라면, 김성국의 시민사회는 권력관계에서 피지배적 위치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구성원을 포괄하는 집합체이다.

손호철은 억압성의 원인을 국가 자체에서만 찾고 시민사회는 무조건 민주주의의 진지가 된다고 보는 시각은 오류라고 비판한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성격인데 이는 시민사회 내의 자본의 억압 및 계급갈등과 연관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시민사회-경제’ 삼분모델을 선호한다. 김성국 역시 자본주의적 모순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시민사회의 다원성――계급, 성, 지역, 세대 등――에 주목하여 경제와 생활세계를 시민사회의 하위영역들로 설정하면서도, 자본가를 비롯한 지배세력들을 국가부문에 포함시키면서 궁극적으로 국가와 시민사회를 대립시키는 이분모델을 선호한다.

김정훈은 시민사회를 통일적 행위자로 보는 김성국의 시각에 대해 시민사회 내의 헤게모니투쟁 또는 담론투쟁의 문제를 놓치게 된다고 비판한다. 또 유팔무는 국가와 자본의 통일성에 주목하는 시각에 대해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 국가 내부의 갈등적인 권력관계, 국가와 자본의 갈등적 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들을 타당해 보인다. 이분모델에 입각하여 시민사회 내에서 경제와 생활세계를 하위영역들로 구분하는 것과 삼분모델에 입각하여 경제와 시민사회를 동일 수준의 영역들로 구분하는 것은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모든 문제의 근원을 궁극적으로 국가권력(국가의 억압적 지배)으로 환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석적 타당성이 약화된다. 예를 들어 김성국은 의사폐업을 국가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를 극단화시키면 이제 규제완화와 노동시간단축 반대를 요구하며 국가개입에 저항하는 자본가들도 저항적 시민이 되며, 이들의 행동도 노동운동이 된다.

이러한 분석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가, 시민사회, 경제 각각의 영역들 내의 그리고 서로간의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적대와 세력 관계를 분석하는 모델이 요구되는데, 이런 점에서 삼분모델이 보다 분석적 타당성이 높다고 하겠다. 또한 단순히 다원성을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 다원적 적대들과 세력들 간의 우선성과 중첩결정의 문제를 사고할 수 있는 분석틀이 필요한데, 특히 자본주의 경제체계의 분석은 계급적대의 기원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적대들이 계급적대와 중첩되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시민운동논쟁에서도 공익성(공공선)과 계급성의 관계가 중요한 화두이다. 말하자면 시민운동의 공익성 담론이 실질적으로 중간계급적 특수 이익을 은폐하고 궁극적으로 지배계급의 특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은 목표와 대상이 서로 다르며, 시민운동이 한국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 지구화가 몰고 온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항하여 한국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이 상대적으로 비난을 덜 받는 쟁점들에 주목하는 ‘소극적 공공선’을 넘어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적극적 공공선’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진보적 시민운동의 과제이며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와 논쟁이 더욱 진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태석 / 동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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