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갑자기 찾아왔던 금융공황은 한국사회를 여러 측면에서 바꾸어놓았다.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그것이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와 같은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든, 아니면 하이닉스반도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경제적 선택의 문제이든 간에――을 결정해야 할 때마다, ‘월가’의 반응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도 그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월가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금융자본이라는 훨씬 더 딱딱한 용어로 표현된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본은 국경을 뛰어넘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 어디로든지 광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정부의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또 전세계의 독립현지법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자본이다. 한편 생산과의 직접적 연계 없이 이자나 배당 그리고 자본이득(=시세차익)을 통해 그 가치증식을 추구하는 자본이라는 점에서 ‘금융’자본이기도 하다. 당시의 금융공황은 수명이 다한 경제관행들, 즉흥적인 규제완화, 정치적 불안, 서투른 거시경제정책, 불안정한 국제금융시장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발생했던 것이었다.
무엇이 위기의 주범인가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문제의 핵심에 규제되지 않은 글로벌 금융자본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의 파괴적 힘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의 문제, 곧 ‘금융통제’의 의제가 국제경제학계 및 글로벌 시민사회의 핵심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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