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흔히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외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더 뽑는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초의회부터 정치적 경험을 쌓은 사람이 광역의원ㆍ국회의원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학교’가 되려면,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시민들이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 자신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일들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에 의한 직접통치’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주민이 지방자치의 공간에서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자치역량)을 획득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의 학교’를 이루어내기에는 처음부터 치명적인 제도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제도적으로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소환ㆍ주민투표ㆍ주민소송ㆍ주민발의ㆍ주민감사청구 등의 기본적인 주민참여제도는 전혀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정도의 의미만 가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것이었다. 비록 2000년 3월부터 주민발의제도와 주민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주민소환ㆍ주민투표ㆍ주민소송의 핵심적 참여제도는 현재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은 한편으로는 중앙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집단과 지역토호세력들이 지방자치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게끔 하였다. 이런 상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한편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곧바로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참여의 의사와 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존재해야만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지방자치의 역사는 아직 짧고, 지역에 따른 편차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저조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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