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특집 2-2_재벌개혁 논쟁과 스웨덴 모델

1. 머리말

최근에 재벌개혁의 방향을 둘러싸고 참여연대와 대안연대회의(이하 ‘대안연대’) 사이에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어 왔다. 이 논쟁은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대안연대 소속 일부 학자들의 강력한 비판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에 따르면 참여연대가 주도해 온 소액주주운동은 이념적으로는 기업경영의 원리로서 주주가치경영을 최우선시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 holder capitalism)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특히 IMF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자본시장의 전면개방과 결합되어 결과적으로 해외금융자본, 특히 투기적 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재벌기업 및 재벌총수의 행태에 비판받을 점이 여럿 있는 것은 사실이나, 참여연대는 재벌기업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해 온 점을 무시하고 있는데다 재벌기업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벌총수의 소유지배권을 급속히 약화ㆍ해체시키는 방향의 재벌개혁을 주장함으로써 국내의 중추기업과 중추산업을 해외자본, 그것도 투기적 금융자본의 수중으로 넘기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확인되고 있듯이 이러한 방향의 재벌개혁은 재벌기업들의 투자저하, 은행들의 기업금융 감소, 거시경제적 선순환고리의 단절 등을 초래하여 결국 경제성장과 국민경제의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주요 해결책으로서 대안연대 학자들은 재벌·정부·노동조합의 계급타협 또는 국민적 대타협을 제시한다. 즉 재벌총수의 소유지배권을 당분간 인정ㆍ보호해 주는 대신 재벌기업은 투자와 고용 증대에 주력하고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다양한 수준에서의 사회적 통제를 수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안연대의 대표적 논객인 이찬근 교수는 이러한 입장을 지지해 주는 중요한 경험적 레퍼런스(reference)로서 ‘스웨덴모델’의 경험을 자주 거론해 왔다. 대안연대 학자들이 지지하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모델의 최선의 사례인 스웨덴모델의 전성기에, 스웨덴의 노동조합과 사민당 정부는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으로 대표되는 거대금융가문들의 소유지배권을 인정ㆍ보호해 주고 그 대가로 금융가문들은 투자와 고용 증대에 주력하고 고율조세에 기초한 복지국가형성에 협력함으로써 원활한 경제성장과 완전고용, 복지수준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에도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생산력기반을 손상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 아니라,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소국들의 계급타협 또는 국민적 대타협 경험을 비중 있게 참고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자율성과 생산력기반을 가능한 한 지켜내고 고도성장과 완전고용, 복지증진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 충정은 십분 이해되지만 스웨덴노사관계 전공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주장이다. 첫째, 이찬근 교수와 그의 입장에 우호적인 『말』지가 스웨덴모델의 내용을 소개해 온 부분에서 부정확한 설명이 여럿 발견될 뿐 아니라 스웨덴모델의 중추적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잘못 소개하고 있다. 둘째, 스웨덴모델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는 논자의 입장에 따라 그리고 어떤 시기를 중심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평가들이 나올 수 있겠으나 스웨덴모델의 경험을 주로 재벌총수들의 소유지배권을 인정ㆍ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지지해 주는 경험적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의 노동운동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선 스웨덴모델의 중추적 요소인 스웨덴식 노사관계 또는 스웨덴식 계급타협의 발전사와 기업의 소유지배권 문제에 대한 스웨덴의 노동조합 및 사민당정부의 접근방식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재벌개혁논쟁이 일단 사실관계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지식에 기초하여 전개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스웨덴모델의 경험이 우리의 재벌개혁논쟁에 던져줄 수 있는 몇 가지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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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완/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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