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삼성은 ‘조중동’과 ‘피’로 연결 (2004.01.14)

‘그들만의 결혼’

영화 제목이 아니다. 여기서 ‘그들’은 이른바 ‘가진 자’들이다. 그렇다고 ‘가진 자들만의 결혼’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결혼은 단순한 결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했다.

권력과 자본과 언론을 가진 이들 기득권층은 서로 피를 섞고, 친족을 형성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각종 이권과 특혜를 확대 재생산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투명과 공정보다는 밀실과 불공정이 주를 이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참여사회연구소가 14일 공개한 한국사회상류층 혼맥도 일부.

ⓒ 참여사회연구소
한국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이들 권력층이 어떻게 서로 사돈을 맺으면서, 기득권을 유지해 왔는지, 지난 13일 저녁 문화방송(MBC) PD수첩은 이들의 ‘권력게놈지도’ 일부를 공개했다.

한국사회 혼맥의 핵심은 LG그룹

MBC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재벌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것은 국내 50대 재벌과 3000여 명의 정관계, 언론계 인사들의 혼인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11명 박사급 연구진과 20여 명의 보조 연구원들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각종 인물 데이터베이스와 문서 자료는 물론 1991년 이후에서부터 현재까지 일간지에 나온 인물 동정란을 통해 혼맥 관계를 그려 나갔다. 그 결과 재계와 정계, 관계, 언론계, 학계 등 사회지도층을 총 망라하는 거대한 혼맥도(婚脈圖)가 완성됐다.

혼맥도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사회 혼맥(婚脈)의 핵심은 LG그룹이다. LG는 지난 1957년 삼성그룹과의 혼사를 통해 재계의 통혼을 이끌었다. 이어서 현대, 대림, 두산, 한일, 한진, 금호 등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과 직접 사돈을 맺어왔다. 재계 뿐만 아니다. 당시 실세 정치인들과의 사돈을 맺어 정·재계쪽으로 거대한 친족을 형성했다.

LG그룹에 이어 눈에 띄는 재벌은 삼성이다. 삼성의 특이한 점은 국내 대표적인 족벌언론이 모두 ‘피’로 연결됐다. 이건희 회장 자신이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둘째딸과 결혼한 데 이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을 사위로 맞아들였다. 이 회장의 둘째딸 서현씨는 지난 2000년<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둘째아들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이로써 삼성은 ‘조중동’ 언론 3사와 연결됐다.

삼성은 ‘조-중-동’과 ‘피’로 연결

삼성의 혼맥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와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등 정관계인사와 현대와 LG그룹 등 다른 재벌과도 이어진다.

이번에 공개된 혼맥도에서 재미있는 점은 <조선일보>. 방씨일가의 <조선일보>도 삼성을 비롯해 롯데, 태평양, 조양상선 등 국내 굴지 기업들과 연결이 돼 있고, 현 서울시장인 이명박 시장과 김치열 전 내무부 차관 등 정관계와 피가 섞여 있을 정도다.

또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기득권층의 혼인관계의 변화부분이다. 지난 1960~70년대에 정계와 재계의 정략결혼이 주를 이뤘다면, 외환위기 이후 90년대 후반부터는 재벌 3세들 사이에 혼인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재벌 가문이 5년마다 바뀌는 권력 이동에 따라 정치인들의 잦은 몰락을 겪어오면서 정계와 혼인 맺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이번 조사를 맡았던 참여사회연구쪽은 설명했다.

연구소쪽은 이번 혼맥도에 대해 이른바 한국의 상류층이라고 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서로간의 혈연맺음을 통해 ‘기득권의 재생산’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이들 상류층은 족벌언론으로 불리우는 언론사들과도 질긴 유착의 관계를 갖고 있음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참여사회연구소 백영현 연구위원은 “이들이 이같은 인연을 통해 부의 축적은 물론 권력의 안정화 및 세습을 공고하게 만들어 특권을 공유해 왔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PD수첩 김진만 PD도 “이번 조사는 정재계 파워엘리트층이 어떻게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정·재계 혼인보다는 재계끼리의 혼인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권력게놈지도 완성을 위해 참여연대 부설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의 재벌연구팀 30여 명이 동원됐다. 연구소는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와 함께 지난 1987년부터 30대 재벌기업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 구축하는 ‘재벌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번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는 MBC 방송사의 요청으로 ‘52개 재벌가의 친인척과 3000여 명의 정관계 지도층’을 대상으로 작성하게 됐으며, 내주께 이들 전체 혼맥도를 인터넷 상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종철 기자 (jcstar21@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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