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1부 역사 9_미국과 대한민국

1. 식민지체제의 완전한 청산을 위하여

우리의 현대사적 진실은 해방의 진정한 성과물이 외세에 의해 몰수된 채 미국의 새로운 식민지체제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패전국가에 대한 승전국가의 관리방식에 다름이 아니었으며, 대한민국의 정치적 기초는 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다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제1공화국의 역사적 정통성의 결여가 곧 대한민국 자체의 역사적 정통성의 결여로 직결될 수 있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식민지체제를 이룬 권력의 성격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들이 지향했던 바가 반드시 일치했던 것도 아니고, 도리어 이러한 식민지적 상황을 끊임없이 극복하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정통성이 확보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일제식민지 잔존세력과 새로운 식민지 지지세력 간의 반동적 동맹으로 성립시켰던 ‘저들의 나라’를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우리들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쟁투가 지속되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에는 우리의 현대사를 압도적으로 규정한 미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가 그 근본에 가로놓여 있다.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의 역사를 완전히 청산한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로 제2차대전의 세계사적 결론 가운데 하나는 더 이상의 식민지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탈식민지’가 당대의 과제였으며 제국주의는 이제 통용될 수 없는 세계경영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국주의는 아메리카합중국의 주도권 아래 새롭게 확장되어 갔으며 우리는 바로 그 영향권 속에서 식민지형 정치경제적 재편의 과정에 굴복해 들어갔다. 우리의 이후 민주화, 통일 그리고 오늘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종국적으로 이러한 현대사의 경로를 역전시키면서 참된 독립국가로서 인류보편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세계적 역할을 감당해나가는 것에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바는, 냉전시기로부터 강화되어왔던 전쟁시스템을 해체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국제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쟁시스템을 강화하는 일과 평화를 보장하는 일은 결코 양립하거나 병존할 수 없는 모순관계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반도 남쪽에 자신의 전쟁시스템을 보다 강화시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평화의 진행과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사령부 설치에 중대한 조건이 되고 있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미국이 추진하는 전쟁시스템 구상에 우리가 무력하게 끌려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최우선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당장에 미사일방어망 설치를 비롯하여 주한미군의 역할확대를 의미하는 이른바 ‘유연화전략’은 우리의 한반도적 과제를 좌절시키게 될 요소이다. 그것은 냉전체제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남북간 평화를 국제적으로 보장하는 문제, 민족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군비축소 등의 사안은 물 건너가게 되고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극우적 군사전략에 보조축으로서 역할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이 없게 됨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동북아에서 미국이 원하는 전쟁시스템의 근거지가 되고, 미국에 의한 한국의 식민지정책은 이로써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군사기지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는 이상, 한국은 미국에게 주권국가로서 자주적일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오늘날 미국은 기본적으로 우리 민족의 통일과 경제적 자주 그리고 동북아시아평화체제의 수립을 가로막고 나서는 가장 막대한 장애로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자신들의 전쟁시스템 고착과 강화에 우리를 동원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를 극복하자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나름으로 누려온 여러 가지 경제적·문화적·교육적 성과를 단절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미관계가 식민지적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러한 성과들은 도리어 우리를 더더욱 미국에게 종속시키는 고리가 될 뿐이며 따라서 근본적 관계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 그 성과도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진정한 의미’란 세계사적 주체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인류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데 더불어 공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뜻이라고 하겠다. 식민지형 지배를 기초로 한 전쟁을 위한 동맹체제는 소멸되어야 하며 자주와 평화의 협력체제로의 전환은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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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성공회대학교 NGO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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