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1부 역사 7_해방 60년, 지연된 정의와 한국의 과거청산

1. 해방 60주년과 과거청산

올해는 일제가 패망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고, 그것은 곧 한국이 해방된 지 60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년, 환갑은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태어난 해의 간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과연 일제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정리하고 새 국가로 태어났으며,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이제 우호적 이웃으로 거듭났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이제 새로운 평화공동체가 구축되었는가?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아직 일본은 과거사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우경화되고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는 대규모 반일시위가 발생하였다. 한편 일제식민지지배의 한 귀결로서 남북한은 분단되어 적대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만의 적대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군비강화와 대만해협의 불안, 북한 핵문제로 인해 동아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전쟁발발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가 과거사를 정리해서 유럽통합의 발걸음을 내디딘 것과는 반대로 동아시아에서는 아직도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구 제국주의국가 일본에게 과거청산은 인근 식민지국가를 침략했던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의 문제라면, 한국에게 과거청산문제는 자체 내의 과거 친일세력과의 단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만이 그러하듯이 냉전체제 수립과정과 이후 이루어진 전쟁과 국가폭력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문제이며, 오키나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물러가고 미국이 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각종 민간인희생의 청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중국, 대만, 한국은 일본에게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는 만큼 국가 내부의 과거청산문제도 안고 있다. 어쩌면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피해보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곧 미국의 점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폭력과 상처 그리고 일본에 협력했던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지배구조와 제도가 가져온 부정적 유산이 그것 못지않게 크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에게 해방 60년은 일본과의 관계문제를 재점검할 수 있는 환갑 해이기도 하지만, 60세가 된 근대국민국가의 오늘을 재점검하여 국가와 정체성을 세우고 그것을 통해 동아시아질서를 새롭게 만들어갈 비전을 만들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2004년 광복절 이후 한국은 과거청산정국이 계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8월 15일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포괄적 과거청산’의 필요성을 밝힌 뒤로 한국정치사회에서는 과거청산문제가 큰 화두가 되었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은 친일진상규명 문제였다. 2003년 2월,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점하던 16대국회에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이 진상규명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17대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이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부친이자 전 대통령인 박정희의 친일경력이 크게 논란이 되었으며, 과거청산작업이 야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공세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2004년 가을 국회에 다시 상정되어 이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어 군사정권하의 의문사 진상규명을 포함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안)이 지난 5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 경찰, 군 등 정부기관은 자체의 과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군사정권하에서 저질러진 공권력남용과 탈법 사례를 진상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국은 동아시아국가 중에서 자체의 과거사를 정면으로 돌아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두주자가 되었고, 그 작업이 한국, 남북한관계, 한미관계 그리고 동아시아국가간의 관계에 미치는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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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성공회대학교 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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