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시민정치론_신공화주의와 시민경제

<해설> 현대 공화주의와 시민경제론의 프런티어

공화주의를 현대적으로 부활시키고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동체주의 그리고 생태주의와 접목시켜 보려는 노력은 이미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미국에서 롤즈의 정의론의 출현 이래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이 일어나면서 한층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에서 롤즈의 ‘탈착근된 자아’와 절차적 정의론 비판으로 유명한 샌들(Michael Sandel)도 이후 저작인《민주주의의 불만 : 아메리카 공공 철학의 탐구》에서는 공화주의적 공공철학 전통의 복권과 공동체주의와의 접목을 주창한 바 있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지만 공화주의의 현대적 부활 노력은 다양하며 단일한 흐름으로 통합되어 있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양대 조류가 존재하는데, 그 분화는 공화주의의 핵심 화두인 공공적인 것(res publica), 공공성(publicity), 공익(public interest)의 내용, 위상, 실현 방법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다.

첫째, 정치적 참여와 적극적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이것을 그 자체 고유한 선(good)으로 간주하는 그리스에 기원을 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공화주의가 있다. 윤리적 또는 참여적 공화주의라 불러도 좋을 이 흐름의 대표적 인물로는 현대성의 정치적 빈곤에서 전체주의의 기원을 찾으면서 정치적 자유, 공공 영역에서 시민들 간 상호 주체적 자유를 고취한 아렌트가 있다. 물론 아렌트와는 또 다르지만, 그 전의 인물로서 루소를 들어야 한다.

둘째, 이와 달리 정치적 참여를 그 자체 본래적, 내재적 가치를 갖기보다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신로마적인, 도구적 공화주의가 존재한다. 영국의 캠브리지 학파를 대표하면서, 마키아벨리를 자유주의 이전에 이미 새로운 자유의 개념을 제시한 대표적 인물로 보는 스키너(Q. Skinner), 자유를 ‘비지배(non-domination)’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한 페팃(P. Pettit) 등이 대표적이다. 이 후자의 흐름은 윤리에 비하여 법과 제도를 통한 자유와 자율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국제론(國制論)적, 제도론적 공화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도구적 공화주의 흐름이 오늘날 미국에서 한편으로 자유주의의 개인적 권리 및 정의의 담론과 다른 한편으로 공화주의의 공공성 및 덕(virtue) 또는 탁월(excellenc)의 담론을 접목, 통합시키려고 하는 공화주의 현대적 부활의 ‘주류적’ 흐름인 자유주의적 공화주의(liberal republicanism)라 하겠다.

근래에는 위와 같이 윤리적, 참여적 공화주의와 국제론적, 도구적 공화주의의 두 흐름를 이분법적으로 극단화시키지 않고, 양자를 여러 방식으로 화해, 종합 또는 절충시키면서 어느 한 쪽에 더 강조점을 두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양자 간 긴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cf. I. Honohan and J.Jennings, Republicanism in Theory and Practice, Routledge, 2006 대거(Richard Dagger,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학)도 그런 화해를 시도하는 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주저 (Civic Virtues-Rights, Citizenship and Republican Liberalism ,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에서 자신의 입장을 ‘공화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간 공화주의의 현대적 부활 노력은 주로 철학, 정치학, 법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일부 중요한 시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화주의 정치경제학은 저발전 상태로서 새로운 도전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시장 자본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 더욱이 오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상황에서 경제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공화주의의 현대적 부활은 추상적이거나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번 호에 대거의 논문 에 주목하고 이를 번역 수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논문은 ‘공화주의의 경제적 함의’를 특별 주제로 다룬 잡지 2006, vol.5, no.2에 수록되어 있다.

대거는 먼저 신공화주의 시민경제론의 전제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공화주의의 일반적 특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공공성과 자기 통치 또는 자치를 공화주의의 기본 가치로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적 평등, 자기 통치로서의 자유, 심의 정치, 그리고 시민적 덕성이라는 4가지를 든다. 제 2 절에서는 시장과 소유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시장 관계는 자유롭고 도덕적인 측면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적절한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게 되면, 정치적 평등, 자치, 심의 정치, 시민적 덕성을 해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예컨대 경제적 불평등은 곧 잘 정치적 불평등으로 바뀐다. 경제적 종속의 덫은 단지 경제 생활의 빈곤을 넘어 통합적 삶의 부자유를 낳는다. 또 시장 관계가 삶 전체로 침투하면 사람들은 돈벌이와 소비주의에 빠져 정치적 공공의 일을 시간 낭비로 생각할 우려가 있다. 시장 멘탈리티가 우리의 삶 전반을 오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신공화주의는 ‘제약된 시장경제’를 가져야 한다. 소유 문제에서 대거는 후기 롤즈가 제시한 ‘재산소유제 민주주의(propety-owning democracy)’론을 수용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사전적인 경제적 평등의 기반 위에 올려놓기 위해 생산적 자산과 인간 자본 소유권의 광범한 분산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이는 생산수단의 사적, 독과점적 소유를 용인하고 사후적 분배로 이를 교정하는 복지 국가자본주의보다 한층 급진적인 담론이 된다. 이로써 신공화주의 시민경제론은 재산소유제 민주공화주의라 할 만한 내용을 갖게 된다. …

머리말

최근 수년 동안 정치철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현저한 발전을 이룬 것 중의 하나는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의 부활이다. 그것이 환영받을 것인지 아니면 저항 받을 것인지의 여부는 여전히 논쟁사항이지만, 공화주의의 부활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는 없다. 이것이 환영받을 만한 발전이라고 믿는 우리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공화주의가 21세기의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여, 가치 있는 바를 조금밖에 혹은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낡은 접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공화주의의 경제적 함의를 탐구함으로써 그 과업을, 적어도 한 부분을 떠맡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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