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료감시운동을 시작하며
1) 실패는 있어도 책임은 없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의 실패는 수많은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진 관료는 없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책이 수차례 변경되어 투입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민부담이 늘어났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국민은 누가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만두파동, 김치파동, 급식사고 등 해마다 반복되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일련의 식품안전 사태들 역시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은 채 비슷한 대책이 재탕되어 발표될 뿐 도무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거대한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정상적인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관료들의 판단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결과가 잘못되어 파국적 상황이 닥쳤을 때 과연 책임지겠다고 나설 관료가 있을까?
지난 여름 온 나라에 파문을 일으켰던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도박게임장 사태는 관료들의 정책실패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소위 게임산업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바다이야기’ 등 도박게임을 아케이드게임이라며 어떠한 제재장치도 없이 유통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또한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여 도박게임장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도록 방조하였다. 그 결과 수많은 서민들이 도박중독에 빠지고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자살하거나 가정이 파탄 났다. 피해액이 최소 6~7조 원이 넘는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관광부 관료들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다른 곳으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였다. 게임산업을 진흥하겠다더니 도박산업을 진흥한 꼴이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뇌물을 받고 구속된 관료들 이외에 문화관광부의 정책 결정을 주도한 관료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결정을 심판 받는다. 또한 장·차관들 역시 사퇴와 경질 등의 방법으로 정책실패의 책임을 진다. 하지만 실제 국가의 주요 정책과 예산의 대부분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관료들에게 ‘실패는 있어도 책임은 없다.’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결정을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또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조차 가려지지 않는 이 같은 관행을 방치하고서는 정상적인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료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주의의 훼손을 막아내고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개혁과제라 하겠다.
2) 투명성에서 책임성으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2단계 시민행동
부패한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 지난 10여 년간의 공직사회개혁운동이었다. 그 성과로 부패방지법 등 반부패제도가 만들어지고 정보공개법과 기록물관리법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의 운영은 일정한 궤도에 올랐다. 또한 사회복지, 평화군축, 경제개혁, 공직윤리 등의 분야에서 정책감시 활동을 벌여 정책오류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정책결정과 집행이 올바르게 이뤄지게 하는 활동을 해 왔다. 이는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1단계 시민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부정부패척결 등의 청렴성 제고만으로 공직사회가 개혁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책 감시도 정책결정과 집행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를 감시하고 그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공직사회 투명성 제고와 정책 감시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직사회개혁을 위한 2단계 시민행동을 시작할 때이다. 관료들의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무겁게 하는 관료감시운동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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