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서평3_사회투자전략, 조건부 동의하나 실현 가능성 있나

서평: 사회투자전략, 조건부 동의하나 실현 가능성 있나

남찬섭_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정책의 제3의 길 : 한국형 사회투자정책의 모색] 양재진‧정형선‧김혜원‧이종태, 백산서당, 2008. 6.

   최근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논의 가운데에는 사회민주주의적 대안 모색이나 기본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도 있고, 여기서 다룰 사회투자전략에 대한 논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사회투자전략 혹은 사회투자정책은 참여정부 후반기에 담론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그에 대한 여러 비판과 함께 주목을 받기도 했던 것인데, 이 책의 저자들은 참여정부가 당시 제기한 사회투자개념의 미비점을 비판하고 동시에 이를 발전시켜 사회투자의 개념과 외국의 경험, 한국 사회에서의 필요성 등을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나아가 복지와 노동, 교육분야에서 사회투자정책의 예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기든스 등 유럽 학자들의 논의를 참조하여 사회투자를 ‘사회통합을 목표로 사회구성원에게 근로참여의 기회평등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이들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지출’로 규정한다. 결과의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근로기회의 평등)을 주된 가치로 삼고 이 근로기회의 평등을 위한 인적자본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중심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사회투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념의 사회투자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즉 사회투자전략은 ① 역량형성 전략과 ② 활성화 전략, 그리고 ③ 사전예방적 투자전략의 세 가지를 핵심으로 한다. 역량형성 전략이 현재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적자원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활성화 전략은 여하한 이유로든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 즉 실업자나 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해 이들이 경제활동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사전예방적 투자전략은 미래의 노동시장참여자를 위한 교육투자가 핵심이며 그 외 현재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련된 사고예방이나 건강관리를 포함한다. 이러한 세 가지 핵심전략을 뼈대로 구체적인 사회투자정책이 다양하게 구상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사회투자 개념과 이에 입각한 사회투자전략 및 사회투자정책이 제기된 배경으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시장유연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그리고 그에 따라 전후 형성된 전통적 복지국가가 그 적실성을 일정부분 상실하여 전통적 복지국가의 새로운 조정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이러한 상황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며 오히려 한국은 그런 상황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특히 저출산‧고령화) 그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더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의 사회투자개념은 전통적인 복지국가 전략과 다르다고 말한다.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는 점에서 사회투자는 전통적 복지국가와 다르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여 노동공급측면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이전에 나온 사회투자에 관련된 책이나 글에 비하면 사회투자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도 저자들이 세미나 등에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지만 흩어진 발표문보다는 책으로 묶음으로써 일관성과 체계성을 높이는 데에는 상당정도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떤 개념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가끔은 그에 관한 설명이 어렵거나 개념 자체가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어렵다기보다는 그 개념이 기존의 개념이나 전략과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상식 수준에서 옳다고 여기는 것들과 어떤 크고도 중요한 차이가 있는지를 잘 감지하지 못할 경우에 그 개념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개념은 그 자체로 절대적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다른 것과의 차이에 의한 상대적 의미를 통해 더 잘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투자가 바로 이런 상대적 의미를 포착하기가 어려운 개념에 해당하는 것 같다. 아마도 전통적인 복지국가 전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의 경우에는 사회투자개념이 기존의 개념이나 전략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상식 수준에서 옳다고 여기는 것들과 사회투자개념이 어떤 차이를 갖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이 사회투자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사회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개념이 이야기하는 바 자체는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사회투자가 왜 새로운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양시켜 주려는 역량강화전략이나 일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도와주는 활성화 전략, 아동기의 교육투자를 강화하려는 사전예방적 투자전략을 그 자체로 반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옳지 않다고 여기는 한국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야간부에는 배우려는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바쁘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방송대학과 사이버대학에는 이른 바 만학도들이 계속 입학하고 공부하고 있으며 평생교육원 등에는 입학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옳고 효율적이라는 데에 거의 본능적으로 찬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처럼 자녀교육에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어 희생하는 시대가 한국 사회에서조차 그 이전에 있었던가?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는 서구에서 생활화하다시피 한 전통적인 복지국가 전략이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저자들이 말하는 사회투자는 위의 세 가지 핵심적 전략이 국가정책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고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필자가 여기서 말한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보통의 수준에서 옳다고 여기는 것보다는 더 전략적이고 웅대한 계획을 담고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다가도 그것을 국가가 개입하여 시행한다고 할 경우에도 그것을 평소대로 옳다고 여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투자개념과 그 전략이 새로운 어떤 것으로 차별성을 가지려면 한국이라는 사회의 상황에서 전략적‧실용적으로 실현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저자들은 사회투자가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지, 사회투자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지, 사회투자로의 전환에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참여정부가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회투자개념을 국가경영자의 입장에서 천착하였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마 한국 사회에서 국가경영자의 입장에 서는 경우 참여정부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위 질문들에 대해 확신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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