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열기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
정상호_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1. 추모열기와 ‘비주류 서민 대중정치’
너무나 근접한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연구자로서는 예측만큼이나 두려운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5.23 서거는 사건 자체보다도 그것의 파장이 장대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역사적 사건’(historical events)으로 발전하고 있다.
5.23 서거가 역사적 사건인 까닭은 한국 보수주의자들에게서 변함없이 추앙받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추모인파를 단 일주 일만에 압도하였다는데 있지 않다.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그 하루를 경계로 극적으로 반전되었다는 데 있지도 않다. 그것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비추어 준 그의 메시지와 이에 화답하였던 시민들 사이에 이루어졌던 은밀하고도 경건한 소통 방식 안에 숨겨져 있다.
국민장을 치른 현재 시점에서 성찰의 지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치적 원인과 의미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민들의 시선이다. 다시 말해 앵글의 초점은 정치인 노무현의 파란만장한 삶이나 업적에 대한 재평가가 아니라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조문객들의 인식과 해석에 맞추어야 한다. 필자는 거기에 한국정치사를 관통하는 ‘비주류 서민대중 정치’의 도도한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무현 서거, 그리고 비주류들의 상실감과 서러운 눈물
정치인으로서 노무현은 뼈 속까지 비주류였다. 사전적 의미에서 비주류란 중심이 아니거나 소수세력을 의미한다. 이 때 소수란 단순히 수적 개념이 아니라 여성이나 비정규직처럼 권력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칭한다.
길게 늘어진 추모 행렬 속에서 가장 짙은 서러움과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참여정부의 고위인사나 친노 정치인들이 아니다. 그들은 징글징글한 학력중심 사회에서 대학조차 못 나왔거나 서울의 명문대는 물론이고 지역 명문고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어 내심 분노를 곰삭혔던 우리주변의 흔한 보통사람들이었다. 가난한 농촌에서 나고 자란 상고 출신의 젊은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엘리트 여성 의원에게는 나라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수치였을지 모르지만 평균 학력의 보통사람들에게는 내놓기에는 뭐하지만 가슴 한켠을 따듯하게 만든 은밀한 자부심의 근거였다. 더욱이 삼당합당 거부와 연이은 총선 패배에서 나타났듯이 그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주류와의 굴종적인 타협과 야합이 아니라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쟁취해 낸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이 땅의 비주류들에게는 세속적 성공 모델을 넘어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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