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개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개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기억식 : 2025.10.29.(수) 오전 10:29, 광화문북광장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입니다. 3주기가 되는 오늘 10월 29일(수) 오전 10시 29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는 광화문 북광장에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3주기 기억식에는 정부 공식 초청으로 방한 중인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46명을 포함해 국내외 유가족 약 300여 명과 다른 재난 참사 유가족, 정부 및 국회 주요 인사, 시민 등이 참석했습니다.
오늘 3주기 기억식은 정세진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습니다. 10시 29분 1분간의 추모 사이렌으로 시작한 오늘 기억식의 첫 번째 발언 순서는 주빈이기도 한 이재명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일정상 부득이하게 영상으로 추모사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유가족과 생존자 등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어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유가족을 대표해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정부와 국회 인사들, 그리고 시민들께 인사말과 함께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과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와 특조위를 대표해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추모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어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 님, 그리고 배우 문소리 님이 추모사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올랐습니다. 배우 문소리 님은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였던 희생자 안지호 님에 대한 추억과 함께 추모의 뜻을 담아 이창동 감독의 시를 낭독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우리의 다짐을 담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5인이 무대에 올라 공동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이 외에도 3주기 추모시를 시인 박소란 님이 낭독하고, 가수 안예은 님의 노래 공연과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찬란히 빛나는 나의 별’ 추모 공연이 각각 진행됐습니다.
오늘의 기억식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세상을 떠난 159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사를 기억하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그 날의 진실을 규명해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 다짐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향해 내딛는 걸음걸음에 지속적으로 연대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개요 (사회 정세진 전 KBS 아나운서)
- 개회
- 묵념 (추모 사이렌)
-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 대통령 추모사 (영상)
- 유가족 인사 :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추모영상
- 추모사 : 우원식 국회의장
- 추모사 :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 3주기 추모시 낭독 : 시인 박소란
- 추모공연 : 가수 안예은 (노래 2곡 ‘상사화’, ‘만개화’)
-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인사 :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
- 추모사 : 배우 문소리
- 추모공연 : 시민과 함께 하는 뮤지컬 배우들 (뮤지컬 찬란히 빛나는 나의 별’)
- 추모사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5인
- 폐식
- ※ 순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 추모사 (영상)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
3년 전, 서울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너무나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즐거워야 할 축제의 현장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던 그날의 참상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국가는 없었습니다.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습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거란 신뢰는 사라지고 각자도생 사회의 고통과 상처만 깊게 남았습니다.
감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잘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겠습니다.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습니다. 애끊는 그리움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유가족분들에게 국가가 또다시 등 돌리는 일,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위원장 인사말
오늘 우리는 159분의 희생자를 기억합니다. 159명은 159개의 이름이고, 159개의 삶이며, 159개의 꿈이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그들은 이태원으로 향했습니다. 일상의 기쁨을 찾아,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그저 평범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러나 그날 밤, 국가는 그 일상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였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분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습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정부가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출발점입니다. 오늘의 약속은 내일의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참사를 겪어왔습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세월호… 그때마다 우리는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직시해야 할 현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참사를 온전히 마주하고 진정한 변화로 나아간 경험이 부족합니다. 참사가 일어나면 잠시 주목받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결국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어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를 향해 말씀드립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과 이슈가 있습니다. 정치적 갈등도 있고, 경제적 과제도 있으며, 국제적 현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절대 협상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으며, 포기할 수 없고, 놓쳐서도 안 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추적인 책무입니다. 일상의 바쁜 행정 속에서도, 수많은 현안 속에서도, 이 원칙만은 결코 잊지 말아주십시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 이것이 국가 운영의 첫 번째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비극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비극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짊어진 책임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디 달라지길 바랍니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주십시오. 국가 기관과 공직자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거대한 비극 이후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지고, 조금이라도 더 성숙해지고,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159분의 희생자를 위한 진정한 추모입니다.
159명의 희생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진다면, 이 비극이 더 나은 내일을 여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159분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일 것입니다. 정부를 향해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형식이 아닌 진심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으로 보여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지난 3년간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가 없었다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도, 오늘 정부가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변화가 현실이 되는지, 여러분이 함께 지켜봐 주셔야 합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진정한 변화가 보여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가 같은 길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합니다.
참사를 기억하겠습니다.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159분의 희생자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추모입니다. 가슴 깊이 새겨진 그리움으로 부르는,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한없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합니다. 우리는 진실을 밝히는 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 추모사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아서 오히려 가슴이 먹먹한 오늘입니다. 백쉰아홉 분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바칩니다.
조금 전 추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그날 위험을 알렸어야 할 사이렌이 이제야 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끝없는 통곡, 국가가 더 빨리, 더 정확히 나섰어야 했다는 질책, 반복되는 참사를 끊어내지 못하면 서글픈 사이렌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 그 모든 것이 다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난 3년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도 마음껏 슬퍼할 겨를조차 없이 차가운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그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알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고 책임 회피와 왜곡, 편견에 맞서는 강인한 용기였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그 걸음이 결국, 세상을 움직였습니다. 국회를 대표해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우리 사회, 우리 국민들 가슴에도 깊이 남아있습니다. 오늘 이 기억식을 통해 다짐하는 것처럼 ‘진실과 정의로’ 나아가는 길, 그 길에서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할 것입니다.
국회는 참사 발생 100일에 국가 기관 최초로 추모제를 열었고, 1주기에는 여야 의원을 주축으로, 지난해 2주기에는 국회 차원에서 공식 추모제를 열어 조금이나마 유족들의 슬픔에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에 눈물바다를 이루면서도 서로가 꼭 잡은 손으로 다짐한 것은 한가지였습니다. 국가의 부재, 진실의 부재, 책임의 부재, 그 기막힌 현실을 넘어서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자는 것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정부가 공식 주최하고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도 함께한 이 자리가 그래서 더욱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진실의 시간입니다. 며칠 전, 정부 합동 감사 결과 발표로 그간 의문 속에 있던 사실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는 특조위의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늦은 만큼 더욱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생존피해자,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다시 그날을 떠올려 증언하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고통을 기꺼이 자처하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 사회가 함께, 진실과 정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 절실한 바람을 국회가 지키겠습니다. 특조위가 독립성과 권한을 온전히 지켜가며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도 숨김없이 진상을 밝히고, 조금도 남김없이 응당한 책임을 지게끔 국회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는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입법으로 완성해내겠습니다.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모욕과 혐오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책 강화에 힘을 쏟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더 단단한 민주공동체로 가는 길입니다.
“기억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은 우리의 기억과 행동 속에서 살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여러분의 슬픔을, 여러분의 용기를, 국회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모사
10·29이태원참사가 발생한 것이 벌써 3년 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3년이나 흘렀어도 우리에게 탈상(脫喪)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아직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희생과 피해로 인한 슬픔과 아픔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픔의 치유는 평안한 일상의 회복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가족은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의 아픔과 슬픔도 3년 전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진상조사와 피해구제를 위하여 유족이나 피해자에게 연락을 드리면 ‘참사를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아무 일 안하다가 이제 와서 뭐하러 이러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도 피해사실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거나 참사 희생자나 피해자에 대한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참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치유의 시작은 진상규명입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왜 그날, 내 가족이 그곳에서 희생되어야 했는지, 대응·대비·수습·애도의 과정이 왜 의문투성이였는지를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또한 국가기관이나 담당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이 자리는 정부가 유가족,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10·29이태원참사 기억식입니다. 이는 유가족의 아프고 슬픈 마음,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다짐한 시민의 안타까움과 염원이 모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기억식이 정부에 대해 진상규명과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진다면 정부가 함께하는 기억식은 이제 국가 스스로 참사의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의 전반적 노력에 대한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참사는 개인의 불행이나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전반적 책임의 문제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시민들의 염원과 국가의 약속을 실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작년 9월 13일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까지 희생자 신청사건 92건, 피해자 신청사건 22건, 피해자 직권사건 123건, 진상규명을 위한 직권과제 6건, 안전사회를 위한 직권과제 8건 등 총 251건에 대한 조사개시결정을 하여 자료수집과 분석, 관련자 진술조사, 현장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명, 한 가족의 상처, 그리고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책임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그 진실을 충실하게 밝혀 국민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진실의 세밀한 구석구석을 찾아낸 힘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의 정의와 희생자, 그리고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진실만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피해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진실만이 안전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신뢰와 협조,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양심에 의지하여 진실에 다가갈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참사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분, 구조활동에 참여하여 고통을 받은 분, 참사 관련 국가기관에서 일하며 진상규명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들의 자발적 제보와 협조를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위원회는 진실 위에 안전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며,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시정하여 대한민국 안전에 관한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다시는 10·29 이태원참사와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고 진정으로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유가족과 시민들은 “안전을 원하면 참사를 기억하라”고 외쳐왔습니다. 기억은 슬픔의 되풀이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약속입니다. 오늘 국가 기억식은 ‘애도’를 넘어 안전한 사회를 향한 ‘다짐’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기억은 이제 개인의 몫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 되었고, 그 기억을 제도와 문화 속에 새기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위원회는 한 생명의 무게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회를 위해, 오늘,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우리 마음 속에 부르며, 그분들이 남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길 위에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 길 끝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이 사회가 더 자유롭고 안전하며, 따뜻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배우 문소리 추모사
배우 문소리입니다. 2021년 “미치지 않고서야” 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그 작품은 어느 생활가전 업체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베테랑 엔지니어와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인사팀장의 불꽃 튀는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인데요. 거의 6개월동안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모든 촬영을 했습니다.
배우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고 그 동안 지방 촬영이 매우 많았지만 6개월동안 한 지역에서만 촬영을 하는 경우는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창원시에서 6개월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방 세개 아파트를 하나 구해서 3명의 스텝들과 함께 지내면서 촬영을 했는데요. 그 때 저와 함께 같이 살았던 스텝중 가장 어린 막내가 21살이었고 스타일리스트 assistant 즉 스타일리스트 보조 일을 했던 친구였습니다.
이름이 안지호. 저희는 6개월 동안 한집에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유튜브를 보며 운동도 하고 춤도 추고 새벽에 눈 비비며 같이 촬영 나가고 촬영 끝나고 오면 같이 떡볶이도 먹고….제가 6개월 동안 지켜본 지호는 무척 씩씩하고 똑똑하고 밝고 예의 바른 친구였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여러번 지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희 엄마 아빠는 얼마나 좋으시겠니.. 딸을 이렇게 훌륭히 멋지게 키워내시고.. 정말 뿌듯하시겠다!”
촬영이 끝나고 지호는 복학을 했고 열심히 의상 공부를 하고 있다며 종종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 졸업작품 준비를 거의 다 마치고,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숨을 못쉬고.. 결국..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지호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기도 하고 또 아무말도 할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여러날을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그러던 어느날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네스의 노래”라는 주인공 미자가 쓴 시가 나오는데요. 그 시가 마치 지호가 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지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 이 귀한 자리에서 제가 지호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지호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아니 그날 이태원에서 생을 마감한 친구들 모두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아네스의 노래”를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아녜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선언문
진실과 정의를 향한 우리의 약속
하나
2022년 10월 29일,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처음 맞는 할로윈 축제날 밤 수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모였습니다. 언론은 이미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예측하며 보도했고 정부와 경찰도 예년에 비해 몇 배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책임있는 공직자 누구 하나 사고 예방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 어떤 정부 기관도 인파 관리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그 참담한 충격과 절망의 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별이 된 159명의 동료 시민들을 기억하겠습니다.
하나
왜?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아무런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왜?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도, 쏟아지는 인파를 CCTV로 지켜보고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는지,
왜? 공적 구조 활동은 지연되었고,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유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하나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한 차례의 대통령 거부권에 좌절되고 참사 발생 1년 6개월이 경과한 2024년 5월 21일에야 시행 공포되었습니다. 또, 지난 정부의 비협조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출범과 시행령 제정은 늦어졌고 첫 조사개시는 지난 6월에야 결정되었습니다. 늦었지만 특별조사위원회가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가지고 성역없이 조사하여 참사의 진상을 온전히 밝혀낼 때까지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입니다.
하나
우리는 그 날의 진실을 목격한 이들이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가족과 생존피해자를 비롯해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자 분투했던 이들이 잇따라 생을 놓는 안타까운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정부는 참사의 목격자이기도 한, 생존피해자들, 구조자들이 견뎌야 하는 현재진행형 고통에 닿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다방면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참사의 피해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생존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칼보다 무서운 말로 상처를 아물지 못하게 하는 혐오와 폭력에 단호한 맞서겠습니다.
하나
오늘 3주기 기억식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절망의 어둠 속에서 진실을 찾고 희망을 잇기 위해 애썼던 지난날들은 결국 오늘과 내일 우리가 누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참사의 근본적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히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책임있는 자들이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평안한 일상을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때까지 행동하겠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그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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