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 협상 결과, 민생경제 악영향 여전히 우려스러워

핵잠수함·국방비 합의, 대중국 한미해군협력과 동북아 군비경쟁 심화우려
국회, 협상 결과가 사회·경제에 미칠 영향 철저히 검증하고 대책 점검해야

어제(10/29), 한미 양국은 상호관세 15% 유지와 자동차 및 부품 관세 15%로 인하, 대미투자 3,500억 달러 중 MASGA 프로젝트를 제외한 2,000억 달러 현금으로 분할 투자,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 경제안보 협상을 타결했다. 사실상 강탈에 가까운 미국의 무리한 요구 조건들에서 일부 진전된 합의에 이른 것은 사실이나, 실상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부분 수용한 ‘불균형 합의’로 국가 간 ‘합리적인 협상’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앞으로 한국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기회비용과 국민경제, 한반도·동북아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측과 이견이 확인되는 쟁점을 포함해 전체 협상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한 영향을 국민에게 소상히 보고하고, 국회는 핵잠수함 도입과 국방비 증액이 주변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포함해 이번 한미 간 경제안보 협상의 결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미국은 양국간 맺은 FTA 협정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하고 대규모 대미투자를 맞교환하라며 불공정한 조건들을 강요했다. 어제 협상으로 양국은 관세 15%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동일한 관세를 부담하는 것은 여전히 불합리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상품은 50%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FTA의 불평등한 구조조차 무시한 이번 합의는 한국의 협상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 한편 대미투자의 경우, 외환시장에 가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들을 두었다 하더라도 약 500조 원(3,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규모와 현금 비율, 투자 이익 배분구조 등 핵심 합의에 마냥 수긍하기는 어렵다.

연간 2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한국이 연간 조달 가능한 외환보유액의 최대치를 모두 미국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로 인한 국내 투자 위축과 산업위기, 재정부담과 외환보유 문제에 따른 국제신용 등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대규모 해외투자는 국내 중소기업과 지역산업의 자금흐름을 약화시켜 민생경제 전반의 투자여력을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투자 이익 배분구조나 투자처 선정 절차도 초기 미국의 요구에서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애초 투자도 하지 않은 미국 정부가 펀드 수익을 50% 보장받고, 원리금 상환 이후에는 90%를 가져가겠다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수 없다. 협의위원회를 통한 협의로 한국이 투자처 선정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에 즉각적으로 보고하고, 면밀한 분석, 나아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이 외에도 이번 협상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의 추가적인 대규모 대미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미국에 대한 투자의 거래 비용이 결국 국내 투자 감소와 산업생태계 붕괴 위험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투자로 단기적 이익을 얻는다 해도 그 이익이 국내 경제로 환원되어 민생경제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협상은 한국 사회에 이중, 삼중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 중심 지역과 중소도시 경제의 위축, 조선·철강·부품 산업 등 주력 제조업 기반 약화는 하청·중소기업의 경영난과 지역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 여력과 내수 기반이 약화되고, 지역 경제 전반이 장기 침체로 빠질 위험이 크며, 그 충격은 지역 상권과 노동자의 일상과 생계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양국 간 합의도 우려스럽다. 정부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늘릴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한미 간 합의를 한 것인데, 이미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전체 GDP의 1.4배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막대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특히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으로 동북아 국가 간 군비경쟁은 심화될 우려가 크고, 이에 더해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흔들어 한반도 비핵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핵추진 잠수함을 미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MASGA가 단순한 조선정책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해군 간의 협력으로 이어질 안보협력 사안임을 말해준다. 문제는 이것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에 군사주권이 없는 조건에서는 필요에 따라 핵잠수함을 동원하려는 미측의 요구를 한국이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데도 이번 협상결과가 불러올 주변국과의 관계악화와 안보 딜레마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과의 손익만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제 정상 간 합의에도 세부 내용이 담긴 MOU 문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하기로 했다”는 등 한국 측 설명과 다른 발언을 하는 등 아직까지 한미 협상의 최종적인 내용을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견이 나오는 쟁점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의 세부 사항들을 분명히하고 그 내용을 국민앞에 공개해 동의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외에도 국내 경제와 사회, 주변국과의 관계까지 검토하고 검증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는 협상의 진행에 대해 신속하게 보고받고 적극적인 평가와 검증에 임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 간 합의 내용을 비롯해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검토한 영향평가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대응책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고용과 일자리, 나아가 지역경제에의 영향 그리고 그로 인한 재정적 부담까지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국민경제와 한반도 평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한 검증이 이뤄지는지 또한 국민의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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