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태원 참사 직후, 국가 책임 회피할 궁리만 한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최고책임자의 인식이 정부 대응에 미친 영향 고려, 반드시 책임 물어야

어제(7/28) 10·29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참사 발생 직후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모여 참사 수습과 대응에 대한 논의는커녕 국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궁리만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특조위가 확보한 중대본 회의록에 따르면 참사 다음날 아침에 이뤄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국가 책임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용어를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나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로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 정부의 최고 수장들이 도리어 인면수심의 태도로 이태원 참사를 축소시키고 폄훼하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특조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유흥·축제를 즐기러 갔다가 난 사고인데 참사라고 하는게 맞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란 사람이 참사 직후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던 2차 가해성 악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 개인의 인식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들이 “유흥·축제를 즐기러 갔다”는 데서 찾는 시각은 곧바로 정부의 공식 언어와 대응 지침이 되었고, 그 지침은 다시 국가기관 및 지자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날 긴급 브리핑에서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예년과 비교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0월 31일 박희영 당시 용산구청장은 합동분향소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며 이태원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주최자도 내용도 없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가해자도, 주최자도, 예견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일관된 논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중대본 회의에서 정해진 방침이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각급으로 내려가 실행된 결과다. 여기에 여당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2차가해성 발언이 더해지면서, 참사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피해자에게 되돌리는 담론은 정부·여당 전체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윤석열 정부 3년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대응 방침이 이후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경찰 수사, 특별법 제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정황은 충분하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의 여당의 태도,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 수사, 검찰의 불기소 결정,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무산된 특별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되풀이된 진상규명 방해는 모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졌다.

과거 김미나 전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SNS에 올려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준 점, 공인 자격으로 게시한 글들이 퍼지는 파급력이 컸을 것이라는 점,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보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법적 책임을 물었다. 비록 이번에 밝혀진 중대본 회의가 바로 대중에 공개된 회의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회의의 발언과 결정사항이 실제 정부 차원의 분향소 설치 및 참사 대응 과정에 반영되었고 이것이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어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회의기록 등 참사 관련 정보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그동안 특조위 조사가 미진했던 상황에서 이렇게 당시 자료가 공개되고 참사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었다는 점은 의미있다. 부디 특조위의 진상조사 활동이 보다 속도를 내 얼마 남지 않은 4주기에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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