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금자도 인간이다! 살인적인 폭염수용에 대한 대책을 즉각 실시하라”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람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할 수도, 냉방이 되는 장소로 이동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거실의 온도는 37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용거실에는 냉방시설이 없으며, 수용자들은 선풍기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얼음물에 의존해 폭염을 견디고 있습니다. 과밀수용과 환기 부족까지 겹친 수용거실은 밤에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사실상 ‘찜통’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올해 약 12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려던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사업을 잠정 중단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수용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동과 일부 과밀 여성수용동의 복도에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최소한의 대책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일부의 비난 여론을 이유로 수용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후퇴시켰습니다.
외국인보호소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람들은 장기간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충분한 냉방과 얼음, 냉수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보호’는 형벌이 아니지만, 보호소의 구금자들은 오히려 “구치소에서는 얼음이라도 주었다”고 말할 정도로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폭염을 피하기 위해 냉방시설을 이용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인 폭염대책보다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체류자격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폭염 속에서 고통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법원이 선고한 형벌이나 강제퇴거로 인한 보호명령에 ‘폭염을 견디라’는 처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형벌은 범죄의 경중에 비례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같은 형을 선고받고도 여름에 복역하는지에 따라 견뎌야 하는 고통의 총량이 달라진다면, 이는 기후라는 우연이 형벌의 강도를 좌우하는 것으로서 사법 정의에 어긋납니다. 그럼에도 현행 형집행법은 거실 설비에 관해 ‘난방’만 언급할 뿐 적정 온도 유지를 명시하지 않고, 훈령상 공허한 ‘노력 의무’가 있을 뿐 정량적 기준은 전무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아무런 정량적 기준을 두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을 과소보호로 위헌이라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학교는 냉방온도 26~28도 기준과 주기적 점검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작업장은 체감온도 31도 이상 장시간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규정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정하고 있습니다. 유독 구금시설에만 최소한의 기준이 없습니다. 재정 투입 없이도 당장 가능한 온도 기준 설정과 주기적 점검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온도계조차 소지할 수 없는 수용자들은 권리가 침해되어도 이를 입증할 방법조차 없습니다.
폭염 속 구금환경은 수용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 역시 온열질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35도를 넘어선 습한 공간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용자 간 불화, 교도관을 향한 폭행 사건에 대응해야합니다. 온열질환이나 돌발사고가 발생하면 교정직 공무원들이 관리책임을 지게 됩니다. 냉방 대책과 온도 기준 부재의 문제가 현장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것입니다. 구금시설의 폭염 방치는 수용자와 교정공무원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폭염을 ‘국가적 기후재난’이라고 선언하면서도, 국가가 직접 구금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은 방치하고 있습니다. 냉방은 특혜나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입니다. 예산이나 여론을 이유로 구금시설의 위험한 환경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이에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은 2026년 8월 11일(화) 오전 11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구금시설의 폭염수용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기자회견 개요
- “피구금자도 인간이다! 살인적인 폭염수용에 대한 대책을 즉각 실시하라” 구금시설 폭염수용 규탄 및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26년 8월 11일(화) 오전 11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 공동주최 : 폭염수용 규탄 및 대책 촉구 시민사회인권단체
- 프로그램
- 사회 : 서채완 변호사(민변 국제팀 팀장)
- 발언1 : <폭염수용 현황과 법무부 대응 비판> 강성준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
- 발언2 : <폭염수용의 법적 문제점과 헌법소원 제기 계획> 김동현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발언3 : <외국인보호소 폭염수용 방치 규탄 및 근본적인 문제 해결 촉구> 타리 활동가(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 발언4 : <구금시설 폭염 대응 기준 법제화 요구> 김병민 변호사(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 기자회견 후 ‘구금시설 폭염수용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 문의 : 김동현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02-364-1210
- 공동주최 단체 : 수용자인권증진모임(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민주연대, 난민인권센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생명안전 시민넷, 울산이주민센터,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사)한국알트루사 난민과함께살기, DLG공익인권센터, 공익법단체 두루,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이주민센터,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민센터친구,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이주여성인권포럼, 천주교인권위원회, 트랜스보더링랩,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이주노동자평등연대(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용산-혜화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센터친구,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참여연대, 트랜스보더링랩(Trans-border-ing Lab) (15개 단체)
▣ 붙임1. 구금시설 폭염수용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구금시설 폭염수용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1. 구금시설의 적정온도 기준과 폭염 단계별 보호조치를 법령에 명시하여야 합니다.
현행「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수용거실의 설비에 관하여 난방시설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여름철 수용거실의 적정온도나 폭염 시 국가가 취하여야 할 조치를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정된 법무부 훈령 역시 교정시설의 장에게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만을 부과할 뿐, 적정온도가 몇 도인지, 일정 온도를 넘으면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1 외국인보호소에 대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스스로 냉방시설을 이용하거나 더위를 피해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금시설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편의 제공이나 처우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직접 구금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특히 노인, 장애인, 임신부, 미성년자, 심혈관·호흡기·신장질환자 및 체온조절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므로 별도의 보호기준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과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구금시설의 여름철 적정온도와 최고 허용온도를 명시하고, 실내온도와 습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령되는 폭염 대응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 교정당국은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외기온도와 폭염 취약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의 실내온도에 따라 대응단계를 구분합니다. 외기온도가 90℉(약 32.2℃)에 이르면 취약수용자의 야외활동을 제한하고, 해당 수용동의 실내온도가 90℉에 이르면 냉수·미스트·냉수 샤워 등 냉각·수분공급 조치와 건강관찰을 강화합니다. 실내온도가 95℉(35℃)에 이르면 의료인력이 취약수용자의 상태를 최소 2시간마다 확인·기록하고, 이상증상이 있는 경우 추가적인 냉각조치를 실시하거나 치료구역으로 이송합니다. 이 계획의 발령 기준과 주요 조치는 교정당국의 홈페이지와 공식 예산자료 등을 통해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온도 기준에 따라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그 내용이 공개되는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즉시 마련할 수 있습니다.
2.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사업을 즉시 재개하고 그 대상을 확대하여야 합니다.
정부는 일부의 비난 여론을 이유로 잠정 중단한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사업을 즉시 재개해야 합니다.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동과 과밀 여성수용동의 복도에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조치입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취약 수용동과 과밀수용동에 냉방설비를 우선 설치하고, 중장기적으로 모든 수용거실의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설개선계획과 예산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3. 모든 피구금자들의 온도·습도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온도와 습도는 구금시설의 안전과 수용자의 건강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정보입니다. 피구금자에게 온·습도 정보를 알리지 않으면서 국가가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수용자들은 자신이 수용되어 있는 수용거실의 온도와 습도가 몇도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수용거실에는 온습도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용자가 개별적으로 온·습도계를 소지하는 것 또한 제한됩니다. 따라서 수용자는 자신이 어떠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며, 폭염으로 생명과 건강이 침해되더라도 그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수용거실과 보호실에 수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온·습도계 설치를 하 합니다. 그리고 표준이 되는 구역을 정해 측정기록을 기록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4.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의 폭염 대응계획의 내용 및 이행결과를 공개하여야 합니다.
정부가 어떠한 폭염 대응계획을 보유하고 있는지, 각 시설에서 그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는 피구금자와 가족은 물론 시민사회에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별 온도와 습도, 냉방설비 설치 현황, 온열질환 발생 현황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개별적인 정보공개청구를 거쳐야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상당한 내용은 비공개되고 있습니다.
폭염은 매년 반복되고 그 강도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하여 비공개 지침이나 교정시설의 장의 임의적인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에 적용되는 폭염 대응계획을 즉시 공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각 시설은 폭염 대응단계가 발령된 경우 발령 시각, 적용 범위, 시행한 조치와 종료 시각을 기록해야 합니다. 법무부와 관계 부처는 이를 종합하여 폭염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폭염이 종료된 후에는 시설별 대응 결과와 문제점, 개선계획을 담은 평가보고서를 발표해야 합니다.
유럽고문방지위원회(CPT)는 폭염이 부적합한 시설 및 과밀수용과 결합할 경우 구금환경을 견디기 어렵고 심지어 굴욕적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거실 내부의 고온을 완화하고 충분한 식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함께 즉각적 구제조치 및 장기대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정부 역시 구금시설의 폭염 대응을 임시적·은혜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인권보호의무 이행으로 인식하고 그 계획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교정시설 방문조사에 따른 권고에서 △관련 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 기준을 마련하고 교정기관에 수용거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 △혹서기·혹한기에 수용거실 실내온도의 측정 방식, 측정 시간대 및 주기, 기록의 보관 의무 등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법무부는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적정 실내온도 미준수에 따른 각종 국가배상 소송 등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후 훈령은 “실내 적정온도 준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고만 개정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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