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5-06-20   14380

[논평] 새정부, 망가진 공시가격 제도 이대로 둘 셈인가

공시가격 로드맵을 임의 변경·폐지한 윤정부 위법 행정 반복해선 안 돼 

지역·유형·가격대 간 형평성 바로잡아 공정과세, 조세정의 회복 필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6/20)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 등을 언급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새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신중한 접근’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법정계획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법률 개정 없이 임의로 변경 및 폐지한 것은 명백한 위법 행정이었다. 새정부가 이를 계승하거나 방조하는 것은 동일한 위법 행정을 반복하는 셈이다. 공시가격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법령에 근거한 절차와 계획의 준수는 전제되어야 한다. 더욱이 조세 부담만을 이유로 지역·유형·가격대 간 불형평이 심각한 공시가격 제도의 개선을 미룬다면, 이는 조세 형평성과 과세 기준의 정당성을 더욱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로 인해 고가 부동산 보유자, 특히 15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감하며 조세 정의가 심각하게 후퇴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새정부가 공시대상 부동산의 시장가치를 충실히 반영하고 공정과세와 조세정의 구현을 위한 공시가격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의 낮은 시세반영률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현실화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4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5.6%에 도달해야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2020년 수준인 69%로 동결했다. 그 결과, 2020~2024년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새정부가 최우선해야 할 주거·부동산 정책 제안 연속좌담회(6/18)>에서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전국과 서울에서 실거래가는 크게 상승했는데도 2023년과 2024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매우 낮았다. 이로 인해 전국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이 2020년 67.5%에서 2024년 61%로 크게 하락했고, 특히 15억이상 주택의 경우 실거래가 반영률이 10%p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반영률의 하락은 세수감소로 직결되었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결정세액은 2021년 4.4조 원에서 2023년 0.9조 원으로 급감했고, 주택분 재산세 부과세액 역시 2022년 6.7조 원에서 2023년 5.8조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0~2023년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아파트의 보유세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보유세는 1,270만원에서 734만원으로 536만원 감소해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은 결과, 지역·유형·가격대 간 불형평이 심화되고 조세 부담이 역진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의 과세표준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의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그렇기에 유형, 지역, 가격대별로 시세반영률이 다르게 나타날 경우, 형평성 저해는 물론 행정 전반에 심각한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의 기반이 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하락하면, 종합부동산세 등 세수가 감소해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새 정부 나라예산 새로고침 좌담회(6/17)>에서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0.84조 원의 부동산교부세 재원이 개별 지자체에 배분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 양구군, 전북 진안군·장수군, 전남 구례군·장흥군, 대구 군위군, 경북 청송군·영양군, 부산 영도구, 인천 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세입의 약 10%에 해당하는 재원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동결은 인한 시세 반영률을 더 낮추고, 대규모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기반의 약화를 심화시켜 지방재정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를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공시가격 제도를 바로잡는 일은 이재명 정부가 시급히 착수해야 할 과제이다. 

새정부는 공시가격에 내재하는 수평적·수직적 불형평성만큼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는 심화하는 자산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무너진 조세 형평성을 회복해야 할 책임이자, 새 정부가 내려야 할 중대한 결단이다. 동시에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과 보유세 실효세율을 문재인 정부 수준으로 되돌리는 조치도 필요하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면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핀셋 규제’나 ‘뒷북 대책’이 아니라 공급,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만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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