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수감소 초래할 유산취득세 전환은 초부자 감세에 불과

유산취득세 명분으로 공제액 10배 늘린 상속세 개정안
과세형평 앞세우며 가업상속공제는 손 안 대는 모순
부의 대물림·세수 붕괴 막기 위해 상속세 공제 축소해야

오늘(3/12) 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이 받은 재산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과세형평 제고와 공제 실효성 개선을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다. 유산취득세라는 명분 아래 공제액만 대폭 확대해 초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갈 세 부담을 대폭 감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최고세율 인하가 무산되자 초부자 감세를 위해 유산취득세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방안에는 제도 전환 이후 상속세 세수를 유지하겠다는 세수중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없다.

또한, 정부가 과세형평을 내세우면서도 최대 600억 원의 과도한 공제로 과세형평을 훼손해 온 가업상속공제를 그대로 둔 것은 유산취득세 전환이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추가 감세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과세형평 제고가 아니라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본질인 것이다. 아울러 상속인별 공제 확대, 배우자·연로자·미성년·장애인 공제 강화 등 정부가 내세운 기대효과도 결국 고액 자산가와 상속인이 많은 가구에 더 유리하게 작용해 과세형평 제고보다는 조세정의 훼손 우려가 크다. 참여연대는 지금은 상속세의 과도한 공제·감면 축소와 고액 상속에 대한 실질적 과세 강화가 필요하며, 유산취득세 전환의 핵심 조건은 기존 세수입 유지, 즉 세수중립성임을 강조한다.

이번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속세 세수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세수중립성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 어디에도 세수 보전 의지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상속인별 공제 확대, 배우자 공제 합리화(실질 확대), 미성년·장애인·연로자 공제 강화 등 여러 감면 조치가 포함되어 세수감소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총 세수를 유지하겠다는 최소한의 방침도 없는 채 제도를 전환하는 것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상속증여세가 국세 수입의 4.5%(15.3조 원)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세수중립 없는 상속세 개편은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속세 완화가 아니라 고액 상속에 대한 실질 과세 강화이다.

특히, 정부가 유산취득세 전환과 동시에 가업상속공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점도 문제다. 당초 가업상속공제는 최대 600억 원까지 과도하게 공제되어 고액 자산가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 온 대표적 감세 제도로, 유산취득세 전환과 결합할 경우 그 감세 효과는 훨씬 증폭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상속인이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쪼개져 줄어드는데, 여기에 가업상속공제까지 그대로 적용되면 초고액 자산가들은 사실상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자산을 대물림할 수 있는 ‘이중 감세’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의 가업재산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공제로 600억 원 공제 후 남는 400억 원마저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게 되면 상속세는 대폭 줄어든다. 결국, 유산취득세 전환과 가업상속공제 유지가 결합하면, 정부가 내세운 과세형평이나 실효성 제고라는 주장은 무색해지고,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는 제도 개편이라는 본질이 드러난다. 이는 상속세의 본래 목적이자 조세정의인 자산 재분배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게다가 이번 유산취득세 전환은 상속인이 많은 고액 자산가 가구에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상속인이 많을 경우 세금 부담이 나눠져 체계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상속인이 적으면 오히려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는 역진적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상속인별로 과세함으로써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속인이 많은 고액 자산가 가구일수록 감세 효과가 커져 되레 상속세 형평성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상속세의 본래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다. 특히 2023년 기준 100억 원 넘는 상속을 받은 상위 2.5%(457명)가 전체 상속세의 48.2%인 3조735억 원을, 500억 원 초과 최상위 0.16%(29명)가 14.1%인 8,996억 원을 납부한 현실에서 세수중립성 담보 없는 유산취득세 전환은 형평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명백히 초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초부자 감세이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으로 대규모 부자 감세를 이어왔고, 그 결과 국세수입은 2022년 395.9조 원에서 2024년 336.5조 원으로 약 60조 원 감소, 세수결손도 87.2조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중립성 없는 유산취득세 전환 등 상속세 완화는 조세기반 붕괴와 복지·민생 예산 축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상위 10% 가구가 전체 자산의 44.4%를 보유(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한 현실에서 상속세 완화는 부의 대물림과 자산 독점을 더욱 고착시킬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상속세 감세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은 개탄스럽다. 단기적 인기 영합에 불과한 감세 경쟁은 복지 축소와 서민·중산층 부담 가중만 초래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조세정의와 사회적 연대를 저버리는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만약,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더라도 세수중립성을 지켜 상속세 총수입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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