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년 핑계 대지 말고, 가상자산 과세 예정대로 시행하라

청년 자산형성 내세우나 과세유예가 청년에게 도움된다는 근거 없어
거듭된 과세유예로 조세형평·정책신뢰 훼손, 금융과세 정상화 시급
자산소득 과세 후퇴로 과세기반 약화, 그 부담은 청년·미래세대에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유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20년 입법을 통해 과세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이후 이미 세 차례나 시행을 미뤄 놓고도 이번에는 ‘청년 자산형성’을 이유로 네 번째 유예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째서 청년의 자산형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인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마저 거듭 유예한다면 자산소득 과세의 원칙과 조세정책의 신뢰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자산소득 과세의 거듭된 후퇴는 우리사회 과세기반을 약화시키고 그 부담을 결국 청년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가 타당한 근거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과세를 미루는 행태를 중단하고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청년 자산형성’ 논리는 근거부터 빈약하다. 가상자산 투자자 중 청년층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과세유예가 청년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고 볼 수 없다. 현행 과세제도는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과세 유예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은 투자수익이 클수록 커지는 구조인데도 정부는 청년의 자산형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세유예가 청년의 자산형성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거듭 미루어 과세기반이 약화되면 종국에는 그 부담이 청년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해외거래소의 과세정보 확보가 어렵다는 주장도 전면적인 과세 유예를 정당화할 수 없다. 청와대는 미국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참여가 2029년으로 예정되어 있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유예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해외 거래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전체를 미루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주요국은 CARF와 상관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이미 시행 중이다. 국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 문제는 정보수집, 국제공조, 신고·검증체계 강화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고, 이는 정부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게다가 해외 거래소와 고위험 파생상품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확대되고 있어, 과세 사각지대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강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세 차례나 시행을 유예하고도 여전히 제도적 미비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정부의 준비 부족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일 뿐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555조 원에 달하고,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도 1,100만 개를 넘어섰다. 이처럼 대규모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계속 유예한다면 노동소득과 자산소득 간 조세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특히, 2024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까지 다시 유예한다면,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진다. 오랜 논의를 거쳐 과세제도를 마련해 놓고도 정치권이 여론과 선거를 의식해 시행을 반복적으로 미루는 것은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무너뜨린다. 청년의 자산형성은 이를 가로막는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임금과 높은 주거비 부담 문제 해결에서 시작해야지,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를 청년대책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네 번째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도를 중단하고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후퇴한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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