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북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한 시민토론회’
서울시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일부 세목을 교환하는 등지방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서울시 강남북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한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하승수 변호사(참여연대 조세개혁팀 실행위원)는 서울시의 고질적인 지역간 재정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목체계 및 과표결정권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70년대 영동개발사업 이후 30여 년 간 계속된 강남 중심의 개발이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강남북간의 심각한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오래된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문제의 핵심에는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낮은 재정자립도에 시달리고 있는 강북의 경우, 부족한 재정은 곧 기반시설 투자의 미흡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열악한 주거·교통 및 교육환경을 낳음으로써 강남 집중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노원구의 주민대책위원회와 경실련, 서울YMCA, 함께하는시민행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자치구간 재정불균형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지역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지역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인 만큼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차이를 보였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조세연구원 김정훈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강남북 재정불균형을 유발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조세수출’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에서 법인이 내는 종합토지세는 법인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내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강남 지역 주민이 아니”라며, “다른 지역의 세금을 강남에서 사용하는 조세수출 현상은 다른 자치구의 지출을 억제하는 대가로 얻는 반사이익으로 지역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이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제시한 대안은 ‘자치구발전특별회계’다. 종합토지세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법인분 종합토지세를 시세로 전환함으로써, 법인이 밀집한 강남구와 중구의 세수를 서울시 세수로 흡수해 자치구발전특별회계를 만들고, 이를 각 자치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강남북간 재정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하승수 변호사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하 변호사는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들고,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과표현실화를 꼽았다.
하 변호사는 “재경부장관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사실 재경부 권한이 아니다. 과표결정은 행자부 소관으로, 실제로 과세표준 결정권한은 기초단체장들이 가지고 있다”며, “작년 12월의 경우처럼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행자부의 재산세 인상 권고안을 자치단체장이 반대하면 결국 실행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표결정권을 중앙정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또한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추가 확보될 세수 때문에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지 않으려면, 추가 확보 세수가 강남지역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세인 담배소비세와 구세인 종합토지세의 교환논의에 부동산보유세 강화라는 조세정책을 결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즉 강남지역에서 많이 걷히는 종합토지세를 시세로 전환하고, 서울시가 징수하던 담배소비세를 구세로 돌리면 강남 자치구의 조세수입은 줄어들고, 강북 자치구의 조세수입은 늘어남으로써 상대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증대되는 세수를 자치구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강남구로서도 세목교환으로 감소되는 세수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두 발제자의 이러한 대안에 대해 담당 행정기관 실무자들은 의견을 달리 했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담당관은 김정훈 연구위원의 자치구발전특별회계에 대해 “강남구 입장에서는 법인분 종합토지세를 빼앗긴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태옥 서울시 재정분석담당관 또한 하승수 변호사의 세목교환 논의에 대해 “담배소비세를 구세로 한다는 것은 자치구가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서 흡연을 권장하라는 말이기 때문에 정서상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과표결정권을 중앙이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대신 정 담당관은 “강남구의 돈을 다른 곳에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해서 전 자치단체의 전반적인 세수가 증대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자치구가 지역에서 걷은 돈을 지역에서 다 쓰는 것이 지방자치가 아니다. 이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을 지역에 맞도록 쓰는 것이 지방자치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은 비록 참석자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재정불균형 문제에 대한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차이를 확인하고, 대안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또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과표현실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임에도,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를 통해 난색을 표한 담당 행정실무자들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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