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용섭 국세청장은 어제(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는 국세청장에 언급한 과세불가 근거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국세청장이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스스로 포기하였다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국세청장이 과세불가 발언을 즉시 철회하고 국민이 맡긴 과세권을 엄정히 행사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2. 이용섭 청장은 이날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여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현행법을 적용해 과세하기는 어렵다” 면서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자금을 줄 경우 대가성이 있는 만큼 증여가 아닌 소득으로 보아야 하며,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불법소득에 대하여는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며 불법정치자금은 대가성이 있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세청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에 대해, 아직 그 성격이 밝혀지지 않은 수사 중인 돈에 대해서는 과세를 위한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으며, 검찰수사 결과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과세를 위한 자체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를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라고 결론지었음에도 국세청은 과세를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과세불가라는 말만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다. 대가성을 이유로 과세할 수 없다는 국세청의 논리가 핑계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당사자들까지 부인하고 있는 ‘대가성’을 이용섭 청장이 굳이 있다고 주장하며 과세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려는 듯한 인상까지 주는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조사조차 해 보지 않은 채 책상에 앉아서 검찰 수사결과와 다른 법률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태도로 이는 명백히 직무유기다. 또한 이 청장의 주장대로 불법정치자금이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확고한 입장이라면 이는 당사자들의 주장은 물론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뇌물죄나 알선수재죄로 처벌해야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3. 국세청장이라는 자리는 국세행정을 총괄하는 공인의 자리이므로 개인적인 의견으로 국가 전체의 조세질서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즉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다면,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포탈한 죄가 확정된 김현철 사건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주장과 정치자금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되어 있는 합법정치자금에 한한 증여세 면제 규정이 있으나마나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김현철 사건 당시 검찰이 불법정치자금의 대가성 유무를 입증하지 않은 채 증여세포탈죄로 처벌하려 하자 피고인들은 이는 검찰에게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죄를 편의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것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아울러 그들은 대가성 유무를 입증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세포탈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죄는 그 성립요건이 다른 것이므로 대가성 유무가 불법정치자금의 증여세 포탈 성립과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이용섭 청장은 이 판례를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4. 결국 터무니없는 논리로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이 청장의 논리와 주장은 국세청이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이제껏 과세권을 포기하여 온 직무유기 사실을 국민 앞에 숨기고 정치적 사안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합법적인 재산이나 소득에 과세하는 것 못지 않게 불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 이론이 없는 한, 법적 설득력도 없는 과세불가의 입장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과세할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을 내 놓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과세권 행사의 책무를 부여받은 국세청이 지금 할 일이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서릿발 같은 국세청의 과세권 행사가 유독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인사들에게만 맥을 못 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 참여연대는 개혁을 표방하며 취임한 이후 자신의 개혁적 정체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던 이 청장이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의지를 국민에게 천명하기 전에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밝혀두며,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문제와 관련, 참여연대를 비롯한 조세 및 법률전문가들과의 공개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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