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노후, 안전한 노후, 차별없는 노후를 위한 노인인권기본법 제정하라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와 함께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풍경 뒤에는 노인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이 가려져 있다.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의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여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삶의 질이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현실은 냉혹하다. 높은 상대적 빈곤율과 자살률, 사회적 고립, 돌봄의 공백 그리고 한국사회에 팽배한 연령주의로 인한 사회적 배제가 노인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추진연대는 어버이날을 맞아 모두의 존엄한 노년을 위해 노인의 권리가 기본법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노인인권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아래에 있는 것으로 이는 OECD 평균 노인 빈곤율 14.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소득 상실과 사회적 역할의 박탈, 관계의 축소와 고독·소외의 문제도 심각하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전체 연령대 자살률(27.3명)의 약 1.5배에 달하며, 80대에 이르면 60.6명까지 치솟는다. 나이에 기반한 고정관념, 부정적 편견, 차별 행동을 의미하는 연령주의(ageism)가 일상 곳곳에서 노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 노인학대 문제도 심각하다. 2024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 의심 신고는 2만 2,746건이었고, 이 중 7,167건이 실제 학대로 판정되어 최근 4년간 14.5%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드러난 수치일 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노인들은 돌봄의 공백 속에 죽는 것보다 늙는 것이 더 두렵다고도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되는 것이 더 이상 재앙이나 불행이 되지 않도록 노인에 대한 고용, 건강과 돌봄, 노후소득보장, 주거, 안전, 사회참여 등을 노인의 관점에서 종합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노인을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가진 주체, 기본적 인권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기본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UN 역시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노인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연령 차별 철폐와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적인 조약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 UN 정부 간 작업반(IGWG) 주도로 노인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Older Persons)의 본격적인 초안 작성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도 이에 발맞춰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추진연대는 지난해 9월 노인인권기본법을 입법청원하였다. 추진연대가 국회에 청원한 노인인권기본법안에는 △안전한 삶을 영위할 권리 △차별과 혐오표현 금지 △자기결정권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 △돌봄과 요양을 받을 권리 △참여할 권리 △교육·문화 등을 향유할 권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 법은 모두의 존엄한 노년을 위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나, 청원심사소위는 9개월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노인의 인권보장과 노인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보장하고, 복지가 국가의 ‘시혜’가 아닌 인권 기반의 당연한 ‘권리’로 확립될 수 있도록 더 늦지 않게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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