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26-09-01   436

[논평] 지출 절감 위한 기초연금 차등화, 보편적 노후소득보장 취지 훼손

‘하후’ 내세웠지만 저소득층 소득보장 강화 효과 미약
물가연동 중단으로 수급노인 290만 명 사실상 실질급여 삭감
기초연금 개편 중장기 시뮬레이션 제시·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

정부가 오늘(9/1) <2027년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기초연금 수급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누어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골자이다. 현행 노인 70%의 목표수급률은 유지하되, 하위 30%는 월 38만 원, 30~45%는 물가연동한 35.9만원을 지급하고, 45~70%는 35만 원으로 동결하는 방안이다. 저소득층의 부부감액율은 현행 20%에서 10%로 축소하고, 소득·재산이 낮은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을 축소하고, 소득·재산 수준과 무관하게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기초연금에서 원천 배제해 온 문제를 일부 개선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급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기준연금액을 달리하고 일부 수급자의 물가연동마저 중단하는 것은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장 강화가 아니라 지출절감에 방점을 둔 개편이다. 참여연대는 ‘하후 차등지급’을 명분으로 수급자 간 차등을 확대해 보편적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기초연금의 원칙과 취지를 훼손하는 이번 개편안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저소득층 중심의 두터운 지원을 위한 하후 차등지급’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급여 변화를 보면 ‘하후’의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상박’은 분명하다. 정부가 가장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0~30%는 기준중위소득 20% 수준이고 30~45%도 기준중위소득 40% 수준으로 생계·의료급여 수급자가 상당수 포함되는 매우 낮은 소득구간이다. 그러나 기초연금 인상액은 생계급여 산정시 소득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가장 가난한 노인은 기초연금이 올라도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반면, 45~70%에 해당하는 약 290만 명은 물가연동에서 제외되고 기준연금액이 월 35만 원으로 동결된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명목급여 동결은 사실상 실질급여 삭감이다. 하위 집단 상당수는 기초연금 인상 효과가 상쇄되고 상위 290만 명은 실질급여가 줄어드는 반면, 그 사이 일부 수급자만 급여가 늘어난다. ‘하후’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수급자 내부에서 급여를 재분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저소득 노인의 소득을 두텁게 보장하려고 한다면, 수급자를 세분화하기에 앞서 가장 빈곤한 노인의 기초연금 인상분이 생계급여에서 다시 차감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급노인들 사이에서 한정된 재원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숙의 없이 기초연금의 기본적인 급여 원칙을 바꾸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완료하고 내년 4월부터 차등지급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액급여와 물가연동이라는 기존 원칙을 깨고 수급자별로 서로 다른 기준연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기초연금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다. 게다가 현행 기초연금법은 제5조 2항에서 기초연금액은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감안하여 매년 고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부가 기초연금법을 개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가변동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예산안부터 제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마저 있다. 기초연금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숙의가 먼저다. 또한, 정부는 이번 개편의 중장기 재정·급여효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이 23.1조 원에서 25.7조 원으로 2.6조 원 증가한다지만 45~70% 수급자의 물가연동 중단에 따라 중장기적인 지출과 실질급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첫해의 지출 증가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물가연동 중단으로 장래에 발생하는 지출절감 효과까지 포함한 중장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초연금은 노인들에게 평등한 기초선을 깔아주려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처음 도입될 때도 국민연금 수급권 삭감을 보완하여 모든 노인에게 공적연금 수급권을 평등하게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급노인을 다시 세 집단으로 나누어 급여를 차등하는 것은 평등한 기초선이라는 기초연금의 본래 취지에 반하며 불필요하게 노인들을 편가르기할 수 있는 최악의 방안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후’라는 허울 아래 기초연금을 훼손하는 차등지급을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통해 보장할 목표보장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에 개편방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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