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미분류 2012-01-16   1524

[심층분석4] ‘돈벌이’되는 보육 판이 바뀌어야 한다!

심선혜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부지부장

 

2012년 총대선을 만난 복지공약들의 화려한 움직임이 벌써 시작되었다. 이 공약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이 ‘무상보육’이다. 대통령의 신년 특별연설에서 “보육에 대한 투자는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라며 보육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게 발표된 것만 봐도 올 한해 누가 더 입맛당기고 유권자를 홀리는 ‘무상보육’을 말하는가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다.

 

예산내용을 살펴보면, ‘만 5세 누리과정’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보육 과정을 합해 정부의 지원 대상이 현재 ‘소득하위 70%이하’에서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고, 지원 단가 역시 월 17만7천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된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이 2조3천913억 원으로 23.6%,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차상위 이하 계층 아이들에 대한 지원도 1천26억 원으로 14.3% 각각 증가했다. 공공형 어린이집 관련 예산은 112%나 늘어난 169억 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대통령은 알고 계실까? 사랑, 행복, 웃음, 안심 등등 듣기 좋고 쓰기 좋은 말로 가득한 어린이집 시설장들이 한 몫 챙긴 후 떠나며 남겨 놓는 것은 “어린이집 매매가 11억 5천, 권리금 1억 2천, 원생 80명. 원아자원 풍부. 원생, 대기자 많으며 평가인증 돼있습니다”라는 문구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온갖 불법과 비리들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그대로 한 채 무상보육이라, 보육현장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저 나오는 이 한숨을 거둘 날이 없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요구에 단순히 보육료지원으로만 답하는 한, 이러한 문제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보육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그것은 반드시 공적인 영역에서 다뤄져야 함이 분명하다. 민간시장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보육현실에 투자를 하면, 그 투자액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뻔하지 않은가.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원장들은 막강한 이익집단으로 떠올랐다…’
올해 보육예산에는 어린이집 담임교사를 겸직하는 원장 2만3000명에게 월 5만 원을 지원하는 예산 55억 원이 슬쩍 포함됐다. 정부안에는 없었던 예산이다. 당초 만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절감된 예산을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쓰기로 했는데, 여기에 어린이집 원장들이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시설장단체들은 이미 복지부와 지자체의 담당자를 넘어 국회를 흔드는 큰 손이 되었다. 원장 2만3천명이라는 숫자는 적은 수가 아니다. 원장이 반을 맡지 않는 시설을 제외한 약 68%에 해당한다. 사실, 원장들은 시설을 운영하는데 있어 고유한 업무가 있기 때문에 반을 맡는다고 해도 그 반은 다른 교사들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기 재산은 재산대로 챙기고 교사랍시고 덩달아 수당까지 챙기려는 원장들이니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수면으로 떠오른 어린이집 불법 매매’와 아이들의 특기 적성교육을 외부업체에 맡기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사건, 근무하지 않은 교사와 원생을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 등을 받아 가로챈 사건들이 공개되었던 것을 기억해보자. 새삼 놀라울 것도 아닌 이러한 사건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 뉴스를 보면서 ‘보육’을 돈벌이 수단 만들어 놓은 정부를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왜 민간⦁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이 동네에 국공립 보육시설이 생긴다고 하면 사활을 걸고 반대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동네 골목마다 ‘무상보육지원’을 수식어로 내걸어 놓은 원아모집 현수막을, 그 꼴 보기 싫은 광경을 그냥 보고만 있으려니, 그 안에서 싼값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이 생각나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교사 대 아동비율준수, 최저임금거부, 8시간근무 현실화, 고용안정, 각종 보여주기식 행사…’ 
보육교사들에게 보육현장이 바뀌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가를 물으면 나오는 답들이다. 그렇다. 이러한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보육의 질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화의 시급성을 따로 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보육현장이 아닌 우리 사회의 보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보육이 탈시장화 되고 공적인 영역에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육현장도 바뀌고 보육의 질도 높아 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년간 42.2조원(저출산 부문 19.7조원)을 투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78.5조원(저출산 부문 39.7조원)을 투여하는 2차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의 무상보육도 이러한 연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좀 더 확장하는 수준일 뿐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이와 같이 무상보육의 쟁점은 늘, 소득구분 없이 전면적인 무상지원인가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인가였다. 때문에 보육예산의 전폭적인 확충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사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형어린이집만 보더라도 보육료 지원과 교사 인건비 지원으로 공공성을 갖춘 듯 보이지만, 본래 민간 보육시설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교사에 대한 소극적 지원, 재정관련 비리, 급간식 비리, 민주적이지 못한 운영구조 등은 손보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윤추구에서 나오는 것으로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이 개인의 재산으로 축적되는 이런 구조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재정을 투자하면 재정만 낭비했다는 비난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만다. 그 평가는 다시 재정을 줄이는 환원효과를 낼 것이다. 무상보육 논쟁에서 제외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문제를 살펴보자. 정부나 야당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매우 소극적이다. 현재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고,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1개소 당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그림4-1>을 보면 서울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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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1> 서울시자치구별 국공립보육시설 비율과 평균 대기일

 

 

부모들은 국공립시설을 원하는데 왜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계획을 내놓지 않고 보육료 지원만을 말하는 것일까. 정부가 보육시설 간 경쟁을 통해서 보육의 질을 향상 시키겠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공립시설의 확충계획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만 지원하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보육의 공공성 확립과 함께 무상보육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공공성의 완성은 민주성과 참여성이 함께 했을 때 이뤄질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윤만 추구하는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 보다 더 옳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는 있다.

 

보육정책을 생산하고 예산을 책정할 때 저출산의 대책으로만 보는 입장에 반대한다.
거꾸로 보면 저출산이 문제화되지 않는 시기에는 보육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보육료 걱정 없이 아이들을 좋은 시설에 맡기고, 부모들은 양육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장의 권력으로부터가 아닌 교사, 부모의 의견과 협동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더불어 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철학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 ‘물타기식’의 무상보육과 ‘이용자중심의 보육서비스’라는 말들에 이러한 고민들과 진실 된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보육을 말 그대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본다면, 공적인 영역에 발가락만 걸쳐놓고 사적인 영역에 몸통을 담그고 있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저출산의 대안’이라고 본다면 보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99%의 여성에게 노동기본권과 육아지원정책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보육의 혁신, 변혁을 꿈꾸는 과정에서 무상보육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에게는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부모와 교사들에게 행복하게 일할 권리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누비는 ‘무상보육’에 대한 논의가 공보육강화와 보육의 사회화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아닌 복지 포퓰리즘으로만 머물러 있는 한 행복한 보육에 대한 권리는 쟁취하기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자율형어린이집’ 시범 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가 이런 발표를 한 배경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비난행동이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보진영의 압력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시혜적인 보육이 아닌 권리로써의 보육을 주장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 본 글 중 이미 기고자가 다른 언론에 기고한 내용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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