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6-15   3048

[특집1]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발효와 한국 정부의 과제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발효와 한국 정부의 과제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발효

1966년 유엔총회는 사회권규약을 채택하였다. 이 규약은 당사국에게 노동권, 건강권, 교육권, 적당한 생활수준에 관한 권리 등을 포함하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달성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약은 이러한 의무가 구체적인 사례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개인진정 메커니즘을 포함하지 않았다. 

개인진정제도에 관한 작업은 다른 유엔인권조약과 유사한 선택의정서를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1990년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993년 세계인권회의에 의해서도 강화되었는데, 이 회의는 유엔인권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에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에 대한 검토를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사회권위원회는 1997년에 최초의 선택의정서 초안을 제시하였고 2002년에는 워킹그룹을 신설하여 이 작업을 계속하도록 했다. 2006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이 워킹그룹에게 공식적으로 초안 협상을 진행할 임무를 부여하였고, 그 협상은 2008년 4월에 완료되었다. 결국 선택의정서는 200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고, 2009년 9월 24일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5월 26일 현재 이 선택의정서는 10개의 당사국과 42개의 서명국을 가지고 있으며, 10개의 당사국이 비준한 때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13년 5월 5일에 발효되었다. 

선택의정서의 내용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는 자유권규약 제1선택의정서,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인종차별철폐협약 제14조의 내용과 유사한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당사국은 사회권위원회가 사회권규약상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진정을 접수하고 심사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 동의한다. 진정인은 모든 국내구제절차를 완료하였어야 하고, 익명의 진정이나 당사국의 선택의정서 가입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관한 진정을 허용되지 않는다. 위원회는 진정 접수 후 침해를 주장한 피해자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외적인 상황에서 잠정조치를 당사국에게 요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개인진정을 심사함에 있어 당사국 조치의 합리성을 심사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국의 다양한 정책적 조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당사국에 대하여 견해나 권고를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이 선택의정서는 조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국은 서명 혹은 비준 시에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규약의 ‘중대하거나 조직적인 침해’에 대하여 위원회가 방문조사를 포함하는 조사, 보고 및 권고할 수 있는 권한 유무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정서의 의의

모든 권리의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관련성 확인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는 개인진정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그 전문에서 “모든 인간의 권리와 기초적 자유가 지닌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관련성을 재확인하며”라고 밝힌 바와 같이 기존에 적어도 법형식적으로는 구분되어 있던 자유권과 사회권의 구분을 극복하는 의미를 지닌다. 자유권규약의 경우 1976년 규약 채택과 동시에 구제수단을 명시하고 있는 제1선택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선택의정서는 사회권의 자유권에 대한 특수성을 감소시키고 사회권을 실질적인 권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개인에 대한 국제적 구제가 가능한 구체적인 권리로서의 사회권 확인  

사회권규약이 권리의 “점진적” 실현과 “이용 가능한 자원” 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권규약에서 보장된 권리들은 종종 구체적이고 보편적이며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도덕적이며 프로그램적인 권리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회권규약의 경우에도 대다수 국가의 국내법 체계상 사법기관 및 기타 기관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다수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3조 남녀평등, 제7조 (a)(i) 공정한 임금과 등등한 보수, 제8조 노동3권, 제10조 제3항 아동의 특별한 보호, 제13조 제2항 (a) 무상의무교육, 제3항 학교선택권, 종교적, 도덕적 교육권, 제4항 교육기관 설립, 운영권, 제15조 제3항 과학적 연구과 창조적 활동의 자유).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는 이들 즉시 적용 가능한 권리 침해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과 기타 권리에 대한 평등권 침해 여부, 가용 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가 취해졌는지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권규약의 규약상 권리와 국가 의무의 명료화 및 이행 기여와 사회권에 관한 국내 법리 발전 촉진 및 대중 인식 제고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에 따른 개인진정제도는 선택의정서를 앞서 채택한 자유권의 영역에서 확인되듯 국제법리의 발전을 통해 사회권규약에 담겨 있는 권리들의 범위와 국가의 이행 의무에 대한 진일보한 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는 유엔인권기구가 이미 수행하고 있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검토 그리고 사회권규약의 제 조항에 대한 일반논평을 통한 유권해석 기능과 결합되어 규약 이행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선택의정서는 사회권의 국내 사법심사가능성을 높이고 국내의 사법재판에서 사회권의 국가에 의한 침해 여부가 본격적으로 심사되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선택의정서는 사회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 그 침해의 내용을 특정하고 공론화하며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규약에 보장된 인권기준에 대한 공공의 인식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선택의정서에 한국 정부의 태도 

한국 정부는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를 비준을 물론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유엔기구에서는 2009년 유엔사회권위원회 최종견해의 선택의정서 서명 및 비준 권고,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비준 권고가 있었다. 정부는 사회권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대해서 여러 항목에 걸쳐 그 권고의 ‘부정확함, 오류와 왜곡된 정보’를 지적하는 공식 논평을 제출하였지만, 권고 일반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표명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UPR 권고에 대해서도 “현재 국내적으로 비준 필요성과 비준에 따른 영향 등에 관하여 검토 중”이라는 입장 정도만을 제시했다. 

한편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사회권 분야에 대한 개인진정제도 도입과 관련된 국제인권조약 선택의정서비준을 검토할 것이라고 하면서 사회권 분야 개인진정 현황 및 인용 사례를 연구․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비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열거하고 있는 선택의정서 중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는 2013년 5월에서야 발효되었고,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는 2013년 5월 26일 현재 4개국만이 비준을 하였기 때문에 그 발효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6개국의 비준이 필요한 상황이고,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도 3건의 사례에 대해서만 결론이 난 상황이다. 최소한의 상황 파악도 되지 않은 채 ‘검토’ 앞에 수식어만 붙여 놓는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태도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진정에 대한 견해 혹은 권고의 이행 방안 마련의 필요성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가 채택하고 있는 개인진정제도의 경우 개별 사건의 구제를 대상으로 하고 국내구제절차 완료의 원칙이라는 보충성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통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그 이행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뿐만 아니라 자유권규약 제1선택의정서, 인종차별철폐협약 제14조,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 등의 개인진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부는 확정판결과 배치되어 현재의 법제도하에서는 관련 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2005년 개인진정의 국내구제방안에 대하여 연구자료집을 발간하여 재심절차의 이용, 국가배상법에 특별규정 신설, 특별법 제정 등이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법무부는 2007년에는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여 재심절차, 국가배상절차, 금전보상 이용 등의 방안을 논의하였고, 2007년 10월중으로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종합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채 제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개인진정에 대한 국내이행방안 검토가 계획되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도 비슷한 ‘검토’ 계획만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가 개인의 권리구제까지 나아가는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개인진정에 대한 국내적 구제절차의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의 선택의정서 비준 필요성

앞에서 서술한 선택의정서의 의의를 염두에 둔다면 비준의 필요성의 문제는 결국 정부가 비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간 진정제도나 진정 없는 조사절차의 경우 정부가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비준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개인진정제도이다. 

앞에서 서술한 선택의정서의 의의에 관한 내용은 한국에서도 모두 비준의 필요성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히 한국정부가 사회권규약의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선택의정서 비준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구체적인 문제제기와 사회권규약 위반 여부의 직접적인 확인을 통해 국제인권기준과 유엔인권권고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비록 개인진정 결과에 따른 국내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기존의 개인진정이 그러했듯이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선택의정서의 가입이 오히려 현재 마련되지 못한 국내구제절차 도입의 필요성을 좀 더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택의정서의 의의에 비추어, 그리고 이를 비준하지 못할 그 어떠한 법적인 걸림돌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비준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국회는 정부가 조속히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를 서명, 비준할 것을 촉구하여야 하고, 정부는 민생경제가 강조되는 현 시점에 걸맞게 서명, 비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6월호(제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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