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책임 보육’과 거리가 멀다
최정은|연구원/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1. 잘 나가는 보육, 무엇이 문제인가?
박근혜 정부 1년 만에 뒷걸음질 친 복지공약만 여럿이지만, 보육공약은 그나마 잘 지켜지는 공약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새 정부 6개월 만에 반값등록금,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전 계층 노인기초연금 등의 공약들은 약속과 다르게 혜택 범위가 축소되거나, 그 내용마저 바뀌었다. 이렇게 줄줄이 후퇴되는 복지공약들 사이에서 무상보육 약속은 건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지금 보육은 재정과 인프라 불균형의 문제로 인해 ‘믿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을 바라는 부모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먼저, 재정적으로 보면 올해 보육예산은 5조3,279억 원으로, 영유아보육료지원이나 가정양육수당지원 4조5447억 원이 전 예산의 85.3%를 차지하고 있다. 무상보육에 지원되는 예산의 성장세도 빨라, 매년 1조원 이상씩 늘고 있다(참고 그림). 반면, 교사처우개선을 포함한 어린이집 지원이나,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어린이집 기능 보강 지원은 매해 힘겹게 예산을 늘려가는 수준이다. 무상보육예산과 비교해 다른 항목의 예산 전부를 더해도 무상보육 증가액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무상보육은 보육정책이 풀어야할 여러 현안들 중에 하나이지 전부가 아니다. 올해부터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부모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아동 학대와 어린이집 비리 등이 끊이지 않아 부모들의 불안감은 줄지 않았다.
다음으로 보육 인프라 불균형의 문제다. 보육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국가의 보육정책은 양적 확대를 최우선하며 민간시장을 통해 어린이집을 늘려왔다. 최근 무상보육으로 급증하는 어린이집 수요에 발맞춰 빠르게 증가하는 민간 어린이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중은 5.2%까지 낮아졌다. 어린이집 관리와 평가 예산도 가파르게 늘고 있으나 어린이집 수에 비해 관리 인력이 부족해 부모들이 요구하는 상시관리 체계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무상보육은 박근혜 정부 보육의 한 축이 되었다.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보육 재정과 인프라 토대 위에서 새 정부가 ‘국가 책임 보육’을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지가 중요한 평가 지점이다.
2. 국가 책임 보육 → 지방정부에 책임 떠넘겨
박근혜 정부는 ‘국가 책임 보육’을 책임질 재정문제에 있어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지방정부에 막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부족한 보육 재정으로 계획된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올해 새로 시작될 사업들마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을 수행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정부와 의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인 무상보육이 그러하다. 무상보육 대상이 영아로 확대된 2012년부터 매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가의 분담율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가 계속되었다. 급기야 2012년 국회에서 국가의 재정 분담율을 현행보다 20%p 올리는 합의안을 냈다. 그러나 2013년에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서울시는 재정고갈을 호소하며 새누리당과 현 정부와 맞부딪쳤다. 그 결과 올해 예산안을 통해 정부의 분담율을 15%p 올리는 것으로 정했으나, 이는 지난해 정부예산과 추경을 통해 지방정부에 지원한 재정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와 전면전에 나선 서울시의 경우, 2013년 정부 지원만으로 부족해 결국 자구책으로 2000억 원이라는 지방채를 발행해 무상보육을 이어갔다. 이때 서울시의 재정 분담율은 57.8%였고, 정부부담은 42.2%였다. 올해 확정된 15%p 인상안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실제로는 1.6%p 인상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는 정부 분담율 20%p 인상에 맞춰 짠 예산에서 600억 원 정도 또 빚을 져야할 형편이다. 지방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마저 줄어들 상황에서 정부 사업에 추가 부담마저 더해져, 앞으로 또 한 차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만3-5세 누리과정과 초등 저학년 돌봄 공약 역시 지방 재정에 기대고 있어 실현가능성면에서 불투명하다. 올해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일부 3세 아동 이외의 만3~5세 유아 누리과정과 전국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확대되는 돌봄 교실 시설비 및 돌봄 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의 상당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자세히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교부금으로 지급해야할 누리과정 지원비는 7773억 원이 늘었고, 초등학교 돌봄 교실 운영 확대로 인해 3191억 원이 더 소요돼, 이 두 비용만 합쳐도 1조 원대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년 대비해 2300억 원만이 증액되었고, 돌봄 교실 시설비에 1008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국가 지원은 전체 3308억 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누리과정 지원비가 월 24만원으로 인상되어야 하나, 지난해 22만원으로 동결되었다. 초등학교 돌봄 교실 확대를 위해 마련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필요액 6109억 원의 16.5%에 불과하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새 사업에 들어갈 전체 비용의 30% 정도만을 지원하고, 나머지 70%는 지방 재정에 떠맡기고 있다. 이 정도 재원으로는 초등 돌봄 교실 맞벌이 모두 이용, 방과 후 돌봄 교실 무상 이용, 방과 후 교실 무료이용 등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3. 보육의 양적 확대→ 돌봄 노동 현실 열악, 양질의 서비스 요원해
보육 사업이 본격화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양질의 보육이라는 정책 목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완전보육‘이라는 양적 확대를 지향하면서 질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은 늘리지 못하고, 관리 밖의 어린이집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무상보육으로 영유아 가정은 혜택을 받지만, 맞벌이 가정이나 전업모 가정 모두 힘겨운 육아를 이어가고 있다. 맞벌이 가정은 어린이집 종일반이나 유치원 종일반을 이용하면서도 아침과 저녁 징검다리 돌보미를 이용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 영유아 종일반 운영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취업모는 매일매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업모 역시 어린이집 이외에는 이용할만한 시간제 보육서비스 지원은 협소하다. 이렇듯 모두가 누리는 무상보육이지만,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러한 불만족의 바탕에는 종일보육이나 취약보육이 잘 지켜지는 국공립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 데 있다. 사실상 국공립어린이집을 하나 더 짓는데 국가 지원은 필요 전 예산의 1/10에 불과하다보니, 지방정부로서는 재정 부담이 큰 국공립을 더 지을 유인이 부족하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같이 매해 국공립어린이집을 100개씩 늘려가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재정 부담을 줄일 여러 방안들조차 외면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은 민관협력 방안으로 기부채납을 늘리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방법들을 동원해 국공립어린이집 한 개소 늘리는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공공인프라를 늘리기 보다는 민간어린이집의 질적 개선을 위한 공공형 어린이집 지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형 어린이집 사업 역시 전국 4만여 개에 달하는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그 지원 수준이 미약하고, 매년 확대 목표 대비 성과가 적어, 올해 1800개소 현실화 목표도 요원해 보인다.
어린이집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근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올해 정부는 영아 교사의 근무환경개선비로 3만원을 인상했으나, 전체 교사들의 임금은 몇 년째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가정파견사업의 일환인 아이돌보미 수당이 시간당 500원 인상되어 5500원으로 올랐으나, 이는 다른 복지서비스 요금의 7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에 보육교사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열악한 노동 여건이 많이 알려졌다. 보육교사는 일평균 9시간 30분 근무하며 한 달 112~131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근무 중간에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고, 점심식사도 아이를 돌보면서 하는 식이다. 교사 개인사정으로 연월차를 이용하고 싶어도 대체교사를 구하기도 어렵고, 동료교사의 부담으로 이어져 이용이 쉽지가 않다. 물론 아이 돌보는 일에 대한 보람은 크게 느끼나, 장시간 저임금 노동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조건이 좋다면 언제든지 이직할 의사도 높은 편이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이 되기란 쉽지가 않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양질의 보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4. 일가정 양립→ 노동 현실과 연계되지 못해
박근혜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국가 부담을 확대하고,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 올해 사업을 보면, 육아휴직 돌봄 연령을 만8세 이하와 초등학교 2학년으로 확대한 것은 고무적이다. 취약지역에 산부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전국 19개소를 늘리고, 예방접종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 영아에 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할 명목으로 50억 원이 확정되었다. 반면, 셋째 자녀 대학등록금 지원은 애초 공약과 다르게 소득을 연계한 지원으로 바뀌어 혜택 대상이 확연히 줄긴 했다.
하지만 부모의 노동 여건과 연계되어야할 과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빠의 달 도입이나,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으나, 준비되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 보다는 노동 시간이 짧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제도 개선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육아휴직제를 초등 저학년 이용까지 확대한 점은 좋으나, 근본적으로 육아휴직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과, 접근조차 힘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를 위한 개선안이 없는 이상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되지 못한다.
5. 유치원과 보육의 통합(유보통합) → 부모의 요구와 우선순위 다르고, 재정 부담 최소 2조원 이상
국무조정실 산하에 있는 유보통합위원회가 유보통합의 발전 방향을 정했다. 올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정보를 공시하고, 평가와 회계 등 관리를 통합하겠다는 정도다. 이후 단계적으로 결제카드를 통일하고 교사 양성과정을 연계하며, 2016년에서야 재원부터 관리부처를 합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간의 격차를 해소해가겠다고 한다(<연합뉴스>, 2013.12.4).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은 유보통합이 원래 추진되었던 배경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면서 생겨나는 재정지원이나 관리나 평가의 문제,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질적인 격차로 인해 유보통합에 관한 논의가 공론화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은 쉬운 과제를 중심으로 나열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 임기 막바지에 유보통합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유보통합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에서도 부모들과 시각차가 존재한다. 부모들의 관심사는 부모 부담액 규모나 교사자격 기준 차이의 축소다. 이를 위해서는 열악한 어린이집의 교육활동 및 교사 수당을 유치원 수준으로 맞춰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국가의 추가 재정이 2조 원 정도 더 필요한 상태다(육아정책연구소, 2013.11). 이렇듯 유보통합의 우선순위나, 상당한 추가 재원, 부처 간 갈등 등은 넘기가 쉽지 않는 과제들이다.
6. 결론 및 전망
박근혜 정부의 공약대로 ‘확실한 국가 책임 보육’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재정 책임을 높여야 한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는 영유아 무상보육이나 교육, 무상보육 및 교육비 현실화, 방과 후 돌봄 교실 맞벌이 이용 확대 등의 주요 정책들이 사실상 지방정부의 재정사정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지난해는 보육예산이 국회 합의안보다 적게 책정되면서 보육대란을 야기했고, 올해 배정된 예산도 충분치 않아 갈등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는 보육정책의 기조도 바꾸어야 한다. 현재 보육료지원이나 양육지원으로 한 아이 당 매월 10~40만 원 정도의 정부 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거나, 아이를 더 낳아 기를만한 토대로는 너무 부족한 수준이다. 사교육 부담이 영유아기로 내려와 아이 한 명에게 투자해야할 재정적인 부담은 더 커졌다. 박근혜 정부가 말 그대로 국가 책임 보육을 실현하려면, 아이도 부모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안이 제안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국공립 인프라를 늘리면서 동시에, 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해가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만 질 높은 보육도 가능하다. 기존의 보육의 양적 확대 기조에서 이제는 양질의 보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교사의 노동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보육분야에서는 가족과 지역사회의 참여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의 폐쇄성이나, 재정 지원을 받는 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낮은 공적 책임감 때문에 기관보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이의 대안으로 기관보육 밖에서는 부모들이 참여하고 지역사회가 결합한 부모 참여형 협동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간단한 부모 모임에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보육이 실험되고 있다. 기관보육을 중심으로 이뤄진 보육정책이나 국가 지원도, 이제는 눈을 돌릴 때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협동의 육아실험이 더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참고자료]
국가인권위원회, “보육교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3.
보건복지부, “2012년 전국보육실태조사”, 2013.
__________, “2014년 확정예산” 보도자료, 2014.1.
서울시, “정부 중앙-지방간 기능 및 조정 방안 서울시 입장 발표 참고자료”, 2013.10
새누리당, “박근혜 공약집”, 2012.
<연합뉴스>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2016년까지 단계적 추진, 2013.12.4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4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검토보고 부처별”, 2013.10.
육아정책연구소, “한국형 유아교육 및 보육 발전 로드맵 연구”, 2013.11.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3월호(제1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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