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8-10   1104

[기획주제4] 이주아동들의 교육권 실태

이주아동들의 교육권 실태

석원정 ㅣ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

 

우리 사회의 이주민이 2014년 4월, 1,637,909명이 되었다. 전 국민의 구성비가 드디어 3%를 넘었다. 숫자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의 직업 등 사회적 신분도 정말 다양해졌고 더 다양해져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정부가 체류를 허용할 때의 예상과는 다르게, 혹은 예상했던 이상의 변화들도 더불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품을 구입하는 것과는 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품하듯이 이 땅에서 덜렁덜렁 내쫓을 수는 없는 법. 굳이 법이며 국제협약 같은 규범들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사람의 기본적 인권은 보호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비추어보아도 그렇다. 다양한 이주민들을 접하다 보면, 때로는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진지한 의문을 갖게 될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아동은, 이주민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그런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그들 중의 한 아동, 편의상 A라고 이름붙인 한 아동의 경우를 보자.

 

A가 한국을 쫓겨난 이야기

 

A는 17세의 몽골출신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7세 때,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님을 만나러 한국으로 와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자랐다. 매우 유창한 한국어에 사람사귀기 좋아하고 매사 긍정적인 A의 장래희망은 몽골과 한국을 오가는 사업가다.

 

어느 날, 친구의 친구 환송연에 갔다가 한국인 고등학생들과의 싸움에 어이없게 휘말렸다. 한국-몽골 양국의 고등학생들이 지나가다가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 한국인 고등학생들에게서 몽골XX 라는 욕설이 날아들었다. 겁날게 없는 10대 학생들간의 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왔다. A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느라 현장을 떠나있었지만 경찰에 연행되었다. 조사과정에서 체류비자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서에서 밤을 지세고 A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수갑을 차고 이송되었고, 추방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또다시 수갑을 차고 화성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은 추방당할 예정인 외국인들이 임시로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 머문 지 3일째, A는 아침 일찍, 그날 추방당할 어른 외국인들과 함께 손을 엇갈려가며 수갑을 차고 좁은 호송차에 끼어 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하루 종일 차안에 갇혀있었다. 대기시간 동안 A는 물도 음식도 먹지 못했다. A는 비행기를 타러갈 때에도 수갑을 차고 긴긴 통로를 걸어갔다. 수갑 찬 손을 담요로 가리긴 했지만 일반인들이 탑승하기 위해 오가는 통로였다. 비행기 앞에 와서야 수갑에서 풀려났고, 그렇게 해서 10년 만에 고국으로 강제로 돌아갔다.

 

A가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사실은 A의 추방을 결정하는데, A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추방당하는데, A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데, A를 외국인보호소에 낯모를 성인과 함께 구금하는데 아무런 고려요소가 되지 못했다. A만이 아니라  5년간 무려 열다섯 명의 청소년이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서 쫓겨났다. 이런 조치는 1991년에 한국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배한 조치이지만 A의 연행, 구금, 추방에 관여한 공무원 누구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먼 나라의 두 한인 청년이민자 이야기

 

2013년 5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8명의 청년이민자들을 만나 이민법 개혁에 대해 얘기했다. 두 명의 한인 청년이민자가 포함된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말하는 ‘불법체류자’였다. UCLA대학을 졸업한 한 한인 청년은 14년, 또 한 청년은 20년을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왔다. 이 자리에서 한인 청년들은 “이민문제가 단순한 정치 이슈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날의 면담에 대해 백악관측은 ‘이민문제가……우리의 가족이자 공동체, 공동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위 두 사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 하나. 체류비자가 없었음에도 미국 유수의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던 한인 청년, 고교재학생임에도 추방당한 몽골 청소년. 이 두 아이의 사례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라 해서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이 쉬운 것이 아니고 미국의 이민정책이 미등록체류자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서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A의 부모는 이주노동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라고 하면 단순노동인력으로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의미하는데, A의 부모는 그 의미에 부합하는 이주노동자이다. 한국에 체류, 취업하는 이주노동자들 다수는 체류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는 체류비자 없는 미등록체류노동자이다. 그런데 단순노동력으로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이 한국에서 양육(본국에서 데려왔거나 한국에서 출산했거나 간에)하고 있는 미성년 자녀들은 예외적인 사정이 있지 않다면 체류비자가 없다. 만약 부모가 체류비자 없이 취업하고 있다면 그들의 자녀 역시 예외적이지 않다면 체류비자가 없다. A는 부모가 미등록체류노동자였고 A 역시 체류비자 없이 체류하고 있었다.

 

한국의 교육법에 의하면, 체류비자가 없다 해도 한국의 공교육기관에 입학, 전학, 진학할 수 있다. 그래서 A도 한국에서 초중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이 그렇다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아동이 한국의 공교육기관에 입학하려면 출입국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체류비자가 없는 아동들은 출입국증명서를 제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동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거주사실에 대한 친지나 이웃의 증명서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는 이 사실이 이상하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입학을 상담하러온 아동이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학, 상급학교 진학 시에도 마찬가지이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거절당하는 사례가 잦다. 또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대학입학은 할 수 없다. 체류비자가 없어도 수학능력시험은 볼 수 있고, 입학지원서도 낼 수 있으며, 합격통지서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에서 출입국증명서를 필수로 요구하다보니 대학입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우수한 자질을 가진 아이라 해도 눈물을 머금고 귀국하든가 한국에서 체류비자 없이 취업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귀국한 아이들은 열이면 열, 한국으로 다시 유학 오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한번 미등록으로 체류했던 경력이 있으면 최소한 5년간은 한국으로 재입국할 수 없고 5년이 지나도 쉽지는 않다. 주홍글씨가 따로 없다.

 

한국 입국 초기생활과 비슷했던 A의 힘겨운 귀국생활

 

몽골로 돌아간 A는 일단 그곳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몽골어 알파벳도 잘 모르고, 한국에서는 곧잘 한다고 했던 몽골어도 그곳에서는 이상한 몽골어에 불과했다. 하루 종일 이해 못할 말로 이해 못할 내용이 써 있는 칠판을 보면서 지내야 했다. A가 한국에 와서 처음 학교에 갔을 때가 되풀이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집에서 홀로 지내야 한다. 근처에 친척이 살고 있어 A를 챙겨주지만 썰렁하고 외롭다. 이 역시 한국 생활의 되풀이다.

 

이주노동자들의 1일 노동시간은 대략 10-12시간정도, 한 달 휴일은 대개 2일정도? 그렇게 해서 받는 월급여 160-180여 만원, 부부 한 쪽만의 급여로는 한국땅에서 살기 힘든 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부부가 모두 바쁘다. 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 홀로 지내야 한다. 혹 어린 동생이 있으면 동생도 챙겨야 한다. 부모가 한국어를 잘 모르니 학교에서 보내는 알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요즘은 학부모들이 친한 사람들과 SNS를 통해 학교공부며 준비사항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데, 일에 바쁘고 한국어 잘 못하고 미등록체류상태가 드러날까 봐 적극적으로 학부모들과 교류하기 힘든 이주노동자 부모들은 자의반 타의반 소외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이를 감안하여 알림장 등 학부모가 알아야 할 사항들을 번역해서 주지 않는다. 학부모 상담이 필요하지만 통역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이래저래 부모가 학부모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부모가 학부모로서 역할을 다하기 힘든 배경에는 한국사회 많은 시스템이 미등록체류자를 배제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 한국에서는 미등록체류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성장하면서 예방접종은 보건소를 이용하면 된다지만 각종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에 가야할 때면 큰 돈이 든다. 그러니 웬만큼 아프면 그냥 약을 사먹고 만다. 병을 키우기 십상이지만 정말 큰 병이 아니면 병원을 찾기 힘들다. 그나마 간단한 질병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를 찾아가 해결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수학여행 등을 가게 되면 아동의 이름과 신분번호를 제공하고 가입해야 하는 보험도 가입할 수 없다. 그러니 배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 수학여행은 갈수가 없다. 그 외에도 실명과 신분번호를 요구하는 모든 종류의 거래를 할 수가 없다. 어린 학생들이 모슨 거래? 라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실명과 신분번호를 요구한다. 금융거래를 할 때, 각종 인터넷쇼핑을 할 때, 각종 사이트 심지어 학교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등등. 이런 모든 경우에서 미등록체류자는 사용할 수 없다. 굳이 신분번호를 확인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에도 우리 사회는 광범위하게 신분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학생의 경우라면 뭔가 다른 체계로 해결해도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변함은 없다.

 

한국의 체류외국인 1,637,909명 중 185,838명은 미등록체류자이다. 그 중 아동들은 2012년 10월 기준 법무부에서 6,095명이라고 했고 조금씩 늘고 있으니 지금은 아마도 그보다 좀 더 될 것이다. 민간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등 출입국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아동까지 포함하면 대략 2만여 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등록체류 아동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에 체류하게 된다. 그러나 시작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했지만, 체류하면서 한국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만들어지는 지식과 경험과 네트워크는 아동의 것이 되고, 아동의 인생을 구성하게 된다. 전 인생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장기를 한국에서 보낸 이 아이들은, 그러나 한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미래를 설계할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의 잘못이니 부모가 책임질 일이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미등록체류를 하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찾지는 않으나 한국경제에는 필요한 노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노동인력들이다. 한국경제에 생산유발, 소비유발 등 이중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세금도 낸다. 한국에서 생활하니 간접세는 당연히 부담하고, 직접세는 사업주가 세무서에 신고, 납부하면 된다. 전기수도가스 등의 공과금도 당연 납부한다. 파렴치한 민형사상 범죄를 저지르는 수많은 한국인들에 비하면 훨씬 긍정적으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에게 단지 ‘허가받은 체류기간을 넘기고도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로 인해 창출되는 모든 긍정적 효과를 외면한다. 그들의 자녀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미래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인구미래만 생각해봐도, 세계 최고의 저출산율, 고령화사회 진전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이 나라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한국인이 될 수 있거나 한국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아동들이 현재 시점에만도 무려 6,000여명 ~ 2만 여명이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렇다면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 준비를 이미 갖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일정 정도의 조건을 주어서라도 오래오래 체류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국에 이미 뿌리를 내린 그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결국은 우리를 위한 일이 아닐까? 우리, 이제는 이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인권’이나 ‘유엔협약’ 하면 골치 아프고 한국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2011, [이주아동에게 배울 권리를!]

국가인권위원회, 2012, (쉬운말로 읽는)아동권리협약과 이주아동의 인권 보호

월간 <복지동향> 2014년 8월호(제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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