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4일 동안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정현안인 의약분업, 기초생활보장법, 건강보험 수가인상문제, 국민연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이 중 보건의료분야와 관련된 의약분업과 의료계 폐·파업 사태에 대해 정부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차례 인상한 건강보험 수가 문제가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동안 가장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먼저 시행 4개월을 넘기면서 국민들의 불만과 불편문제가 심각하게 고조되어 있는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의 치열한 문제제기를 잔뜩 기대했었으나 의원들의 질의의 수준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구체적인 문제분석과 대안제시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는 것이 국감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역할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문제제기 능력도 평이하고 더군다나 대안제시는 없이 피감기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모호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의약분업관련 국민 불편해소방안에 대한 대책에 관해 거의 모든 의원들이 한 두 가지 이상의 질의가 이루어졌다. 고진부 의원, 김홍신 의원은 의약분업 이후 의료보호환자에 조제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을 질의하였다. 현재 의료보호 환자들은 약을 구하지 못해 건강과 생명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상황이나 당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과 피감기관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김홍신 의원이 현재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기준 중 병·의원과 약국의 거리를 기준으로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의약분업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으며, 김성순 의원의 질의 중 의약분업 실시 이전에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실비를 내던 보건소 이용 65세 이상 노인들이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생산현장에서 퇴직한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 해소를 위한 쿠폰 지급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섭 의원은 의약분업의 조기정착을 위해 임의·불법 대체조제 근절을 위한 감시단 구성 및 신고포상금제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손희정 의원의 경우 의료계 폐·파업시 인터넷 의료사이트에서 화상진료 등을 행하지 않고 증상을 적은 글을 보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책과 복지부의 입장을 추궁하였다. 의료보호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환자조차 약이 없어 약국을 전전하는 문제에 대해 김성순 의원이 약품준비가 소홀한 원인과 처방전 목록제공에 의료계가 협조하는지 질의를 하였고, 더불어 original 약품의 급격한 처방증가로 copy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위기상황과 국내 제약업계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김태홍 의원은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실시 이후에도 약가에 거품이 남아 있어서 제약회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으므로 기준약가를 인하하여 보험재정의 누수를 막고 약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의약간 담합에 대한 대책을 추궁하였다. 이러한 질의 이외에도 특정 직능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하거나 제도실시의 원칙과 상당히 벗어나는 질의도 상당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의료인의 파업에 대해 의사면허 정지 등 단속은 후유증이 심각하므로 좋지 않은 방법이다, 외래환자에 대해서만 의사의 조제권을 막는 이유는 무엇이냐, 대체조제 허용은 독소조항이다, 의약분업 제외 대상을 고령자, 영유아·장애자로 확대할 생각은 없는가, 의약분업을 국민투표로 물어서 실시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등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자의 파업에는 강경대응, 과잉진압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공권력의 속성이나 의사의 파업에 대해서만은 너그러운 법 집행으로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의사들이 완전의약분업을 주장하면서 약에 대한 선택권과 조제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의약분업 정착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협조를 촉구하는 것이 아닌 의약분업 제도시행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이슈로 건강보험수가 인상문제에 대해 김홍신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제시한 문제는 가장 크게는 건강보험법 등 법과 절차가 무시된 9월 수가인상은 무효로서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수가인상의 위법성에 대한 김홍신 의원의 질의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의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법과 절차를 무시한 편법적인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조치가 아니었고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는 답변을 하는 등 수가인상과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처리절차의 부당성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외에 의약분업 시행 후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것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본인부담금을 의약분업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서 강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 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에서는 심평원장의 업무파악 미숙으로 원활한 국감진행이 어려웠다. 심평원장 임용당시 시민단체들이 전문성 부족, 행정경험 전무, 대통령 친인척 인사 특혜 등 원장의 자질문제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가 타당하였고 현실로 문제점이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감에서는 사회보험노조파업사태에 대한 증인채택시 사회보험노조를 채택하지 않는 등 공정한 국감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박태영 공단 이사장은 국감 내내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였고, 사회보험노조파업 시 적체업무가 없었다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로만 일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봐주기식 진행으로 국정감사를 올바르게 수행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평가지표 중 공익성에 대해 전 의원에게 감점을 부여한 일도 있었다.
약평하자면 이번 국정감사 모니터에서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몇 가지 핵심 의제에만 질의가 이루어지다 보니 여성/장애우/노숙자문제 등 사회적 약자·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질의가 김홍신, 최영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한해동안의 정부정책의 집행상황과 향후 정책적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론의 장이며, 국회의원은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부의 격차에 상관없이 사회 모든 계층,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서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보호를 위해 활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0년 12월호(제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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