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3-10   1607

유아학교 찬성 : 유아교육 개혁, 때를 놓치면 안된다.

유아교육은 취학전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취학전 아이는 각 연령당 약 70만명씩 420만명 정도이다. 만 3세 미만 영아와 만 3-5세 유아가 각 210만 명씩이다. 여기서 '유아교육'은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을 포괄하며, 연령과 발달수준에 알맞는 보호와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정부 수립 초기 잘못 도입된 유아교육제도와 역대 정부의 유아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정책 부재에서 기인된 것이다. 교육부 관할의 3-5세아 교육위주 반일제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관할의 0-5세아 보육위주 종일제 보육시설로 2원화되어 있다. 양 시설은 관할 행정부처, 법령, 설립목적과 역할, 대상유아의 계층, 교사의 양성과 명칭 등도 양분되어 있다.

한편 지난 50년간 역대 정부는 경제개발 이데올로기 하에서 취학전 자녀들의 보호·교육문제를 부모와 가정의 개별책임으로 치부하면서 시장경제에 맡게 두었다. 국가의 재정지원이 극히 미진한 상태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과 사립 시설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연령과 발달수준에 따른 서비스 제공

유아교육은 수요자인 아이들에게는 연령과 발달수준에 적합한 질 높은 보호·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적으면서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원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한다. 또한 유아교육은 공급자인 설립·운영자에게는 아이들의 보호·교육과 시설의 안정적 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에게는 적정한 보수와 근무조건 하에서 아이들의 보호·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초 유치원은 전업주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취업 여성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오늘날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실상 차이가 없다. 일하는 엄마들이 크게 늘었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모두에 교육과 보호 모두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유치원은 보호기능을, 어린이집은 교육기능을 점차 강화해왔다.

이처럼 기능이 비슷하게 된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2개 정부 부처에서 관리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양 시설의 주 대상인 3∼5세 유아들의 수를 고려하지 않고 시설을 인가 또는 신고제로 전환함으로써 난립을 부채질했고, 유치원과 보육시설 간의 원아모집 경쟁은 극에 이르렀다. 특히 보육시설의 경우, 3세 미만 영아보육은 외면한 채 3-5세 유아보육에 치중한 결과 영아보육이 극히 저조하여 대상영아의 7% 수준인 14만 명을 보육하는데 그쳐 영아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시설을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 사설학원 놀이방 선교원 등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난립하다보니 서비스 질이 낮아졌고, 조기 영어교육 등 검증받지 못한 온갖 교육이 횡행, 우리 유아교육은 피폐한 상태다. 또한 이들 영유아 관련 시설들의 대부분이 사립이다. 그러다 보니 취학전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의 출발은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에서 시작된다.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극히 저조한 상태에서 시장경제에 맡겨 두다보니 학부모들은 연간 5조7천억원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같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 마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유아학교 체제 구축으로 공교육화 실현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한 유아학교 체제 구축 등 정부·여당의 유아교육개혁 약속은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아교육을 국가의 체계적인 공교육체제로 편입시키려는 것이다. 3∼5세 유아를 정부 2개 부처에서 중복 관리하고 있는 현 이원화체제를 0∼2세는 보건복지부 관할의 영아보육시설과 3∼5세 유아교육을 위한 교육인적자원부 관할의 유아학교로 구분하고,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게 핵심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정한 시설기준을 갖추면 전환할 수 있는 '유아학교'는 학부모의 조기교육열과 시설간 유치경쟁으로 피폐해진 유아교육의 정상화와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학부모들의 92%가 새로운 형태의 교육복지형 유아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그들의 68%가 그 명칭은 '유아학교'가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유아학교'라는 명칭은 유아교육을 공교육 체제로 자리매김하고 국민들에게 유아교육의 신뢰성과 공공성을 인식시키고, Preschool, Infant school 등 '학교'라는 명칭을 쓰는 외국의 일반적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육이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 유아들까지 '유아학교'라는 공교육체제에 몰아넣으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유아학교'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유치원 교사나 보육교사들의 저임금과 중노동에 의해 유지되는 현재의 유아교육 시장구조를 타개하는 길은 국가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공교육체제 이외의 다른 방안이 있는가? 또한 지금처럼 2개 부처가 3-5세 유아 유치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하여 어느 한 부처가 영아보육의 활성화와 공보육화에 주력하는 것이 정도가 아니겠는가? 유아교육과는 무관하고 이동이 잦은 시·군·구청의 관계 공무원들이 보육시설의 관리와 장학을 담당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 개혁 법안이 부처이기주의와 몇몇 이익단체들의 반발로 통과가 지연되는 게 안타깝다. 지난 4-5년간 수없이 논의했고, 정부·여당의 대선공약과 총선공약으로 정치·사회적 검증도 받았다. 400만명의 아이와 800만명의 학부모의 입장에서 결단을 내릴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임재택 /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3월호(제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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