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3-06   803

시장활성화 우선정책에 무너져 내리는 서민생활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시장활성화를 공급자 우선정책에만 치우치다 보니 서민의 주거생활, 금융생활 등은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인 ① 주택분양가를 일정한 건축비상한선 이하로 제한하는 원가연동제지침 ② 분양권전매금지제도 ③ 주택분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인 주택청약예금 가입자격을 주택실수요자인 세대주로 제한하던 자격제한 제도 등을 모두 철폐하자 아파트 분양을 받을 자격자가 3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 주택분양 경쟁률이 40:1 이상으로 주택분양 시장이 투기장화하고 주택가격도 계속 상승하여 서민들이 내집을 마련한다는 꿈은 요원해 지고 있다. 2001년도 임금인상율이 6% 수준인데, 주택 전.월세 가격은 20%이상 상승하여 근로자들은 앉아서 그냥 15%이상의 소득이 깎이는 피해를 보고 있고 당장의 살 집을 유지하기 위해 오른 전세금을 만회하기 위해 1년 연봉 전부를 사용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서민들은 5만원만 연체해도 신용불량자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 등 공금융시장에서 단돈 한푼 빌릴 수 없어 사채시장에 가면 100%이상의 고리사채를 사용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맞고 있다. 기업들이 이용하는 은행의 대출금리는 1할 정도인데, 서민들의 금융기관이라는 상호신용금고의 대출금리가 6할이고 신용카드회사의 연체금리가 29%이어서 서민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하려면 어마어마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헌법 제35조는 주거권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정하고 정부로 하여금 국민의 주거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택공급을 원활히 할 책임이 부여하고 있지만 610만 가구의 임대주택 중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은 27만가구에 불과해 채 5%도 되지 않고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마저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게 민간건설업자들이 참여하게 하기 위하여 임대료를 인상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주택가격과 임대료의 폭등을 막아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영국이나 독일의 예와 같이 임대주택의 20-25% 정도(610만 가구를 기준으로 120만-150만 가구 정도)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매년 10만호씩 10년간 임대주택(아니면 매년 5만호씩 20년간이라도 좋다)을 지어 서민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달성 기간동안의 위와 같은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시원한 목소리는 정부의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헌법에는 경제정책을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정의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하여 정부는 시장을 규제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정부 스스로 규제는 모두 악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고리사채의 제한을 단지 금리시장 활성화에 역행하는 규제로만 바라보고 이자제한법의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이 넘어 경제활동인구의 1/7 수준에 이르고 있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대출을 커녕 취업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블량자의 기준의 등재절차를 금융기관에만 맡기지 말고 공적으로 관리하자는 신용정보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은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IMF의 국난을 불러 온 것은 부실한 재벌기업과 부패한 정부이었음에 틀림없는데, IMF의 고통은 서민들만 감내해야 하고 IMF의 국난 극복을 위하여 서민들은 더 허리를 졸라매었지만 국난 극복의 혜택은 서민에게 오지 않고 이러한 억울함을 호소하면 시장원리라는 공허한 메아리만이 들려 올 뿐이다. 시장은 경제적 강자와 부자들만의 시장이 아닐진대, 규제는 모두 악이 아니라 서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규제는 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이 따뜻하고 이성이 균형적인 시장원리자들이 정책을 담당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바램이 있을 뿐이다.

김남근(변호사,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실행위원장)

월간 <복지동향> 2002년 03월호(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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