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 온 어떤 분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유럽 사람들은 찡그리는 법이 거의 없습디다. 늘 웃는 얼굴이에요.” 그리고는 말을 잇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거나, 찡그리고 있어요. 길거리에서나, 회사에서나, 어디서나 찡그리고 있죠.” 그 분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자신이 가난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길에서 다른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도,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내 앞에 끼어들어도 화를 낼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가? 생활자체가 전쟁이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으면, 몸이 아프면, 그리고 나이가 들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낳기 전에, 몸이 건강할 때, 그리고 젊을 때 남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고, 남보다 빨리 거머쥐어야 한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낙오하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빈곤과 연결된다. 하기야, 초등학생들의 캠프에서도 모자 쓴 ‘교관’들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한다니, 이 세상은 그 정도 마음가짐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미리 알려 줄 필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웃음이 나올 리 만무하다.
우리사회에서 행복은 특정한 사람들이 갖게 된 일종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은 남들보다 빨리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희생의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일상 생활은 미래에 거머쥘 행복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쯤으로 여기게 되는가 보다. 생각이 이쯤에 미칠 때쯤이면, 우리 헌법 제10조의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이 오히려 허망하게 조차 느껴진다.
복지동향이 우리 사회의 복지현실을 헌법적 시각에서 조명해 보고자 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헌법이라면, 우리의 복지현실을 때때로 헌법을 통해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장애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청소년의 노동권, 단지 서비스의 대상으로만 취급되는 사람들, 정보접근성에서의 차별, 시설 생활자들의 인권, 그리고 거주지역에 따르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 등이 이번 호의 심층분석 주제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는 ‘분배’이다. 노동계에서 제안한 사회연대기금, 국민연금에 대한 반대 여론, 그리고 일자리만들기 운동본부에 대한 소식 등이 최근의 동향으로 다루어졌다. 포커스에서는 그리고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우리 나라의 재난구호체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지역단위의 사회복지시민단체들로부터 소식을 듣는 것은 언제나 반갑다. 이번에는 위례시민연대와 전북기독교사회복지연구소의 소식을 들어본다.
독자 여러분들의 삶에서 분리되거나 대상화되지 않고, 일상에서 늘 발견되는 작은 기쁨으로서의 행복을 누리시길.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7월호(제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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