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비정규실 미조직비정규부장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위한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기리기 시작한지 올해로 120년이 되었다. 120년이나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인간답게 일할 권리’와 ‘단결 할 권리’를 요구하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 외침 속에는 ‘인간답게 일하기 위한 진입로에서부터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의 절절한 목소리도 섞여있다. 우리는 이들을 청년이라고 부른다. 통계청의 고용통계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청년은 15~29세를 가리킨다. OECD 기준으로는 15~25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군 복무를 감안해 29세까지로 늘린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해당 연령의 인구는 9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중 일을 하고 있다고 조사되는 경제활동 청년층은 440만 명(44.7%)으로 청년층 전체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청년층인구 | 경제활동인구 | 비경제 활동인구 | 고용률 | 실업률 | ||||
취업자 | 실업자 | |||||||
2009. 5. | 9,789 | 4,376 | 4,042 | 333 | 5,413 | 41.3 | 7.6 | |
15~19세 | 3,276 | 184 | 170 | 14 | 3,092 | 5.2 | 7.7 | |
20~24세 | 2,654 | 1,334 | 1,211 | 123 | 1,320 | 45.6 | 9.2 | |
25~29세 | 3,859 | 2,858 | 2,662 | 196 | 1,001 | 69.0 | 6.9 | |
졸업/중퇴 | 4,819 | 3,634 | 3,349 | 285 | 1,185 | 69.5 | 7.8 | |
재학/휴학 | 4,963 | 742 | 693 | 48 | 4,222 | 14.0 | 6.5 | |
2008. 5. | 9,821 | 4,461 | 4,154 | 307 | 5,360 | 42.3 | 6.9 | |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10.0% 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대학 진학률이 84%를 넘는 우리 사회의 15~29세 사이의 청년들은 대부분 취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학교에서 직장으로” 대신 “학교에서 학교로” 이동하면서 실업 통계가 낮아진 것이다.
실제 비경제 활동인구에 포함되어 있는 취업준비생 54만 명을 포함할 경우 청년실업률은 17.7%에 달한다. 여기에 취업을 위한 통학생, ‘그냥 쉬었다’는 답변자,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취업 희망자 등을 고려하면 실질 청년 실업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더 우울한 현실은 취업을 늦추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내용과 관련 없는 –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에 영어시험 또는 토익 점수를 요구, 컴퓨터 업무와 상관은 없지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이 붙음 등 – 경력과 이력을 요구하는 사용업체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청년층이 각종 ‘스펙- 경력’을 줄줄이 쌓아서 취업을 해도 10명 중 8명은 비정규직인 현실이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은 앞길을 더 어둡게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bridge)보다는 덫(trap)으로 작용하는 한국의 고용구조의 속에서 청장년층이 일할 만한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년기에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하게 되면 평생의 기대소득과 고용안정성이 심각하게 낮아지게 되어 여기서 탈출할 방법도 없는 것이다. 그 결과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종에 대한 살인적인 취업경쟁으로 나타난다. 2006년에는 932명을 채용하는 서울시 7, 9급 공무원 시험에 15만 명이 지원하여 1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도 있다. 이처럼 청년층에게는 취업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고교 졸업생의 84% 이상이 대학 입학하여 6년여의 대학재학 기간을 거친 후에도 끝 모를 취업난으로 113만 청년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무직자) 대열에 합류하는 신세가 될지 모름. 괜찮은 일자리에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지난해보다 40%나 줄고, 인턴만 4배 가까이 늘어남. 스펙을 쌓고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 졸업을 미루다 보니 취업을 해도 이미 우리 나이 서른이 가까워진 늙은 신입사원. 임원이 되려면 21년이 걸린다는데, 예상정년은 44세에 불과”(취업포탈 ‘인크루트’ 자료 요약).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층에게 요구하는 대부분의 목소리는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서 이 같은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예컨대 “철밥통 공기업 갈수록 선호하는 청년들”이란 제목의 <매일경제신문> 사설은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청년층의 46%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공기업 혹은 국가기관을 선호한 것에 대해 “철밥통 조직에서 길고 가늘게 살겠다는 무기력한 모습”이고 “다이내믹 코리아의 힘찬 기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청년층이 “적성과 보람, 자아성취는 뒷전이고 쫓겨날 걱정 없이 봉급만 받으면 된다는 철밥통 의식으로 무장”했다는 것이다. 올 4월 8일 노사정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약 40%는 청년 실업률 증가 원인으로 ‘청년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와 언론은 청년에게 무한 경쟁시대에 맞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경력을 쌓으라고 요구한다. 소수의 안정된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탓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인의 경력과 능력을 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개인의 노력부족이 문제라는 자기책임론으로 귀결된다. 어차피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수의 실패자에게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이러한 담론의 효용인 것이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한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깊은 분노로.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유지자가 되었던 내 작은 탓을 묻는다. 깊은 슬픔으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내가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중략)‘
2010년 3월 10일 김예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자퇴하며
최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예슬 선언’은 한국의 청년이 처한 ‘인간답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고도화되는 자본주의 속에서 ‘노동이 노동이 되지 못하고 끊임없는 이윤축적의 수단’이 되어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되는 상황이 제일 취약한 대상인 청년층부터 축적되면서 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청년의 절망은 곧 노동과 노동운동의 절망이라는 위기감속에서 20대와 소통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의 현실의 그들만큼 알지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말걸기’라는 최소한의 소통행위를 통한 연대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했다. 그것이 청년당사자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것이 ‘취업이 아닌 노동을 고민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상상캠프’였다.
첫 시도로 진행된 민주노총의 상상캠프는 청년 당사자들의 기획과 준비로 진행된 만큼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 속에 진행되었고 평가 역시 좋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업을 반짝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청년과 함께 얘기하고 더불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을 찾기 위한 고민들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청년정책에 대한 내용을 마련하기 위한 청년 당사자들의 고민과 요구를 수렴하고, 청년 당사자의 관심사와 욕구,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프로그램과 내용을 준비하기 위한 기획단 구성 할 예정이다. 또한 민주노총 내에 이미 마련된 자원을 통한 대중교육과 단위노조에서 청년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등을 적절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빼앗긴 일할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민주노총 청년과 더불어 배우고 새롭게 진보할 예정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5월호(제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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