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영|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면서
돌봄은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와 같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스스로 혼자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나가는 과정이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가족내에서, 주로 여성들의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통상 돌봄은 태어난 자녀를 돌보거나 늙으신 부모님을 돌봐드리는 개인적 차원의 행위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돌봄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인력을 키워내고, 사회를 이끌어 왔던 인력에 대한 보살핌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동시에 사회적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사회를 거쳐 오는 동안 돌봄은 전적으로 가족에게만 맡겨졌으며, 국가는 돌봄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 이것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분담을 점진적으로 이루어왔던 선진국과는 차이가 난다.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증대, 고용불안의 상시화, 저출산, 고령화 등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부상하면서 오랫동안 가족내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해결되어 왔던 돌봄에 대해 사회적 차원의 집합적 대응이 강구되었다. ‘노동이 곧 복지’라고 자부해왔던 노동시장의 불안정화는 상시화되고, 가장의 수입을 통해 기본적 생계를 보장해 주었던 가족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또한 생계불안정속에서 이인소득자 모델의 필요가 증대되면서 가족내에서 전적으로 돌봄을 담당해 왔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대거 진출함에 따라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주요한 사회정책의 사안이 되었다. 즉 예전과 달리 돌봄이 전적으로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지고 여성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돌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조직화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회정책의 주요 관심이다. 그러나 돌봄에 관한 사회정책의 담론과 프레임은 국가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돌봄을 수행하고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재정지원과 서비스 제공 등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군으로부터, 돌봄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가가 하지만 구체적 돌봄은 가족을 통해 수행되도록 하는 조합주의적 방식의 보수주의 국가군, 돌봄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개입과 시장을 통한 해결방식을 선호하는 자유주의 국가군 등 여러 형태의 변이가 존재한다. 1990년대 이후 선진국 재정긴축과 소비자의 자유선택과 개별화 원리가 강조되면서 국가별 돌봄정책의 방식이 더 복잡하게 분화되나(Greve, 2010), 돌봄정책의 기본틀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Bahle, 2003).
근래 저출산, 고령화,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돌봄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책 의제화하려는 노력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들이 이미 1980년대 이후 돌봄문제에 관심을 갖고 각종 예산과 정책을 확대한 것에 비해 늦은 시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이후 보육서비스 및 보육료지원, 유급 육아휴직제도, 각종 출산보조금제도, 장기요양보험제도, 장애인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 등 다양한 돌봄정책과 사업이 빠르게 도입, 확대되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돌봄정책의 총량은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돌봄정책은 어떤 방향을 지향하면서 양적 증대를 넘어 질적 비약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이를 위해 본 고는 돌봄정책의 레짐별 대응을 유형별로 살펴보고 향후 우리나라의 돌봄정책 방향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2. 복지국가별 돌봄정책 유형
(1) 사민주의: 공공서비스형
국가가 노인, 아동, 장애인을 위한 돌봄서비스 제공에 보다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책임을 지는 유형으로 스웨덴, 덴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재원, 서비스 공급 및 전달, 관리, 감독 등의 책임을 진다. 가족의 추가비용 부담률이 낮다. 최근 공공서비스형의 대표격인 스웨덴도 국가에 의한 직접 공급 비율이 줄고 민간기구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1990년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보육이나 노인돌봄을 위한 서비스 지출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며, 국가에 의한 공공서비스가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서비스 민영화는 국가의 일차적 책임을 가족이나 시장으로 넘기는 방식이 아니었으며, 이용자 비용 분담과 비영리부문의 증가로 요약된다. 즉 국가의 공급기능은 축소했으나, 국가는 재정과 규제, 감독 기능은 유지하면서 공급자는 비영리부문을 유입하는 방식을 강화하였다. 특히 연방정부는 민영화 후 비용부담에 따른 계층화와 배제 문제 최소화를 위하여 ‘상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장화를 억제하였다. 연방정부는 민영화에 따른 보육료 상승을 우려하여 보육료는 가구소득의 3% 한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우파연합에 의해서 2008년 7월부터 0-3세 아동을 둔 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도입되었으나, 이것 또한 중앙정부 급여가 아니며 지방정부가 의결할 경우에만 지급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사민주의는 복지국가 개편이후에도 공공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비영리부문에 의한 민간이양을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보편주의 공공서비스형을 유지하고 있다.
(2) 보수주의: 가족화+사회서비스형
보수주의 유형에서는 국가가 돌봄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수당이나 다른 현금급여 형태로 제공한다. 즉 국가는 재원을 마련하지만 돌봄 공급자는 주로 가족이 된다. 공공서비스형에 비해 서비스 질 관리나 감독이 약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보수주의의 대표적 국가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공공서비스가 발달되어 있었던 국가였으나, 복지국가 재편기에 가족화, 개별화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체계로 전환하는 특성을 가졌다. 일례로 프랑스는 경제적 위기가 고조되던 1980년대 이후부터 보육방식을 공보육서비스 이외에 가정보육모등록제도(AFEAMA), 개별파견보모(AGED), 양육수당(APE)으로 다양화하였다. 프랑스 사회서비스의 특징은 가족화, 개별화를 방향으로 한 재편으로 계층화와 성별화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양육수당은 수급자격이 두 자녀로 확대된 1994년 제도개혁 이후 상당히 대중적 아동양육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3세 미만의 아동을 가진 가정 중 가정양육수당을 통해 아동을 양육하는 비율은 전체의 64%에 이르며, (가정)등록보육교사제도는 18%에 이른다. 이에 비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 3세 미만 중 8%에 불과하다. 3세 미만 아동을 가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급감했으며(1994년과 1997년 사이에 69%에서 53%), 계층별로 서비스 선택은 패턴화되었다. 보수당 정권에서 가정보모 고용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도 강화하면서 중상층은 개별파견보모제도(AGED), 중산(상)층은 공보육시설(Creche)과 가정보육모등록제도(AFEAMA), 중하층은 양육수당을 선택하고 있다. 아동보육의 소득수준별 계층화는 물론 여성 내부의 계층화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가족화나 개별화의 종착점은 계층화 사회임을 보여준다.
(3) 자유주의: 시장서비스형
자유주의 유형에서는 일차적으로 국가가 돌봄문제에 개입하기 보다는, 개별가족이 시장화를 통해 돌봄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공공재정의 지출을 최소화하였다. 미국과 1997년 개혁 이전의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97년 블레어정권은 사회투자국가를 표방하면서 돌봄, 특히 아동돌봄에 대한 대대적인 예산 투입과 보육서비스 확대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나 국가에 의한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고 서비스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킨다. 즉 국가는 시장화된 서비스 공급체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족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것에 역할을 제한한다. 가족은 현금(혹은 바우처)를 가지고 시장에서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서비스 구매후 사후에 소득공제로 환급받는 방식을 취한다. 가족과 시장은 서비스 수요와 공급의 당사자가 되면서 서비스 선택의 최종 책임은 가족이 지게 된다. 영국은 블레어 정부이후 분명 보육료에 대한 사회적 지원, 재정지출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시장 구조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영국 부모의 보육료 부담(가구소득의 30%)은 여전히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높으며, 서비스보다는 비공식부문이나 친인척을 이용한 보육비율이 가장 높다. 돌봄서비스가 시장과 결합했을 때 경로제약을 분명히 보여준다(Greve, 2010).
3.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돌봄정책을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돌봄은 가족별로 아동, 노인, 장애인 돌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과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개인이나 가족 단위에서의 선택은 전반적 사회구조적 현실과 돌봄정책의 방향성이나 틀에 의해 제약된다(Warness, 2006). 즉 접근이 용이한 사회서비스의 확충 여부, 믿고 안심할 만한 수준의 서비스 확충 여부, 여성의 노동시장내 임금수준 및 지위, 수당 및 육아휴직제도의 소득대체율 정도, 국가의 사회적 돌봄에 대한 재정투자 정도 등에 의해 사회적 돌봄의 주요 방식이 결정된다. 이처럼 돌봄정책은 가족내 돌봄문제에의 해결이라는 가족정책적 성격은 물론, 돌봄 대상자로서의 아동, 노인, 장애인의 복지를 증진하는 정책적 지향, 여성의 노동시장내 지위나 일가족 양립 현실 개선이라는 여성정책적 지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Lewis, Knijn, Martin and Ostner, 2009). 따라서 돌봄정책의 방향성과 틀에 대한 결정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 하에 배치되어야 한다. 우선 모든 시민은 시민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돌봄을 보편적 권리로서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계층지위에 의해 돌봄의 질이 차별될 수 있는 여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아동과 장애인이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에 상관없이 공평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보장되어야 하겠다. 둘째,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으로 돌봄을 위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좋은 일자리를 통해 세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여성이 돌봄 때문에 일정 시기 동안 혹은 영구히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족 단위이든, 사회적으로든 재원의 총량은 줄어들게 된다. 일/돌봄의 양립가능성과 노동참여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효율적 방법이다. 셋째, 국가와 시장을 통해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진다하더라도 가족의 돌봄 역할이나 책임은 지속된다. 탈성별화된 돌봄정책으로 남성의 가족화, 여성의 상품화(가족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공고해질 수 있다. 돌봄정책은 사회전체의 여러 구성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성을 담보하는 정책으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방향과 틀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참고문헌 >
송다영(2011). 보육서비스 정책 개편 쟁점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3(3): 285-307.
Bahle, T. 2003. “The changing institutionalization of social services in England and Wales, France and Germany: Is the welfare state on the retreat?” Journal of European Social Policy 13(1): 5-20.
Greve, B. 2010. “Can choice in welfare states be equitable?” pp. 5-18. in Choice: Challenges and Perspectives for th European Welfare States, edited by B. Greve. OXford: Blackwell.
Lewis, J., T. Knijn, C. Martin and I. Ostner. 2009. “Patterns of development in work-family balance policies for parents in France, Germany, the Netherlancs and the UK during the 2000s”. in J. Lewis(ed.). Work-Family Balance, Gender and Policy. Cheltenham, UK: Edward Elga Publishing.
Warness, K. 2006. “Research on care: What impact on policy and planning?” in Cash and Care-Policy Challenges in the Welfare State, edited by C. Glennding and P. Kemps. Bristol: The Policy Press.
월간 <복지동향> 2012년 2월호(제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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