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 건강권 실태조사를 마치며,
“쪽방 주민의 건강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손정인 l 건강세상네트워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김슬기 l 건강세상네트워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김정숙 l 건강세상네트워크 소수자건강권팀, 활동가
조승화 l 동자동사랑방 사무국장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요청으로 올 7월에서 11월까지 ‘서울시 동자동 건강권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실태조사는 세 단계로 진행하였다. 첫 단계에서 일대일 심층면담을 통해 쪽방 주민이 경험한 건강 관련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단계에서 건강권 관련 이론과 심층면담의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건강권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개발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 쪽방 주민에 대한 면접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쪽방 주민 5명과 심층면담을 진행하였고 쪽방 주민 225명과 면접설문조사를 완료하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4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쪽방 주민들이 직접 요청하여 실태조사를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이번 실태조사의 결과가 향후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건강한 마을 만들기’에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이다. 셋째 ‘건강’이 아닌 ‘건강권’에 관한 실태조사라는 점이다. 넷째 대규모 쪽방 주민에 대한 실태 조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번 실태조사가 실천적 함의와 이론적 함의를 동시에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실천적 함의’란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건강한 마을 만들기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를 산출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론적 함의’란 질병/장애와 의료이용에 한정된 기존의 건강권 내용을 확장하여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는 건강 결정요인을 반영하는 건강권 내용을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 동자동 건강권 실태조사’의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쪽방 주민의 건강이 나쁘다는 것을 소개한다. 다음으로 쪽방 주민의 건강이 왜 나쁜지 살펴본다. 다음에는 이 내용을 토대로 보건의료 중심의 건강권 내용을 확대하기를 주장한다. 다음으로 확장된 건강권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 쪽방 주민의 건강권의 실태가 어떠한지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쪽방 주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사회의 역할을 제언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은 나쁘다
설문조사 결과, 쪽방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과 장애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쪽방 주민의 구강 상태, 영양 상태, 정신보건 모두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구강 건강의 경우 쪽방 주민의 76%가 나쁘다고 하였다. 영양 상태의 경우 쪽방 주민의 51.5%가 나쁘다고 하였다. 불면과 관련해 쪽방 주민의 62%가 최근 1달 사이에 불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과 관련하여 쪽방 주민의 61.5%가 최근 1년 사이에 죽고 싶다고 생각하였으며 그 중 21.9%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한국인의 15%는 자살 생각을 하고 그 중 5.7%는 자살 시도를 하였다고 한다 (2010 국민건강통계).
쪽방 주민의 건강 행태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흡연의 경우 쪽방 주민(남성)의 66.1%가 현재 흡연을 하였고 흡연자의 평균 흡연 기간은 32.7년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한국 남성의 평균 흡연율은 48.3%이다 (2010 국민건강통계). 음주의 경우 쪽방 주민(남성)의 25.7%가 고위험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한국 남성의 고위험음주 비율은 24.9%이다 (2010 국민건강통계). 흡연율과 음주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흡연하는 쪽방 주민(남성)의 56.1%가 금연 생각이 있다고 하였고 음주하는 쪽방 주민(남성)의 59.3%가 금주 생각이 있다고 하였다.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은 왜 나쁜가?
앞서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이 나쁜 것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쪽방 주민의 건강은 왜 나쁜가? 그 이유를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을 통해 살펴보자.
우선 설문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쪽방 주민이 응답한 건강의 영향요인은 자기관리가 29.3%, 사고·불은 19.1%, 근무환경 17.8%, 무응답/모르겠다 16.4%의 순서로 나타났다. 응답을 재분류한 결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53.8%, 자기관리 29.3%, 무응답/모르겠다 16.4%, 유전·고령 13.8%의 순서로 나타났고 사회경제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다음으로 심층면담의 결과를 살펴보자. 첫째 영향요인은 의료제도이다. 공공병원 예산 부족, 의료급여 수급 탈락, 본인부담금으로 인한 미충족 의료, 고혈당으로 쓰러진 후 당뇨병 진단 받는 등의 사연이 있었다. 둘째 영향요인은 보건의료제도와 복지제도의 통합 부재이다. 삶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금주·금연 정책, 탈빈곤을 막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 의료와 복지의 통합 부재의 사연이 있었다. 셋째 영향요인은 복지제도이다. 열악한 주거, 주거 불안정, 문턱 높은 영구임대아파트,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한 거리 노숙 등의 사연이 있었다. 넷째 영향요인은 생계와 직업이다. 벌어먹고 사느라 몸을 돌볼 겨를이 없고 진료비 아끼려 아픈 것을 참았다는 사연, 몸을 쓰는 노동일을 하느라 건강 나빠졌다는 사연이 있었다. 다섯째 영향요인은 한국 경제구조의 문제이다. 반서민적 산업 정책, 금융 정책, 경제 정책으로 인해 개인 사업실패 이후 관계를 단절하고 거리 노숙을 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여섯째 정치, 민주주의 문제이다. 쪽방 주민의 삶과 건강을 개선하려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 부재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편, 앞서 기술한 영향요인과 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동자동 안팎의 사회관계와 연결망은 건강의 악화를 막아주는 완충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연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병원 예산 부족으로 입원 거부
그때는 쓰러져갖고, 병원에 실려간 게 서북병원으로 실려갔어요. 행려병동에. 그런데 거기에서 빠꾸맞았어요. (왜요?) 예산이 없다고, 서울시에서 예산이 없다고 행려병동에 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의료급여 1종 수급 탈락
(약을 이렇게, 당뇨 발견 이후에 못 드신 적이 있어요?) 예. 수급이 끊겨가지고. (약을 그러면 한 며칠 간 못 드셨어요?) 며칠간이 아니라 몇 개월간이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몸이 붓고, 혈당이 500이상 넘어가고 그러죠. 몇 개월을 못 먹었으니까…
의료와 복지의 통합 부재
그때도 서북병원 결핵병동에서 나와서 한 달 동안 거리에 있었어요. (집이 없어서?) 예. 집이 없어서. 그런데 이동현 홈리스 행동 대표가 찾아와서 ‘수급 맨들러 가자’… 그래서 만들러 갔죠.
주거 불안정
못 사는 데는 신경을 많이 쓰잖아. 그러면 혈압도 높고, 있는 동네하고는 천지 차이지… (중략) 없는 동네는… 왜 그냐면 당장 방세 안내면 쫓겨~ 쫓겨 나가잖아, 세사는 데는. 그런께네 빨리 사람들이 죽고 그러지. (중략) 이거는 밤에 자고 나면은, 한 달 되면은, 또 집세 그러잖아. 안주면 ‘나가라’ 하는데… 그러니 신경쓴께 빨리 죽지.
생계
인자 그게… 너무 일도 많이 하고, 그게 인자 이렇게 병이 막 오는 것 같아. 너무 천덕구러기로 몸을 막 돌려가지고… (중략) 그 당시에 치료도 받고 이랬으면은 괜찮았는데… 치료도 안 받고, 돈 아까워가지고 아끼다가… 병이 더 크게 되고, 크게 되고, 이렇게 된 거야.
직업
내가 좀 다르게 살았으면, 건강이 요지경까지 안 왔어. (중략) 직장 생활을 했던지, 내가 이랬으면, 사무직원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면, 몸이 이 지경으로 안 왔지.
한국 경제 구조의 문제
그리고 노숙하면서 한두 사람 만났겠어요? 수백명을 만났겠지요. 그러한 사람들 하고 이야기해봤을 때, 거의 다 그런 거예요. 자기 딴에는 살려고 빚내서 열심히 했는데 그런 것이 안 되니까 망하는 거예요.
쪽방 주민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 부재
이런 데에 대한 제도가 하나도 개선되는 게 없고 이런 데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그래서 우리는 속상해요. 내가 6.2 지방선거할 때 2010년도, 내가 가서 밤새가면서 그 사람들 지원해 줬어요. 근데 돌아오는 건 결국 배신감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모든 게 싫어요. 그런 사람들이란 게… 진짜 이제 실망할 만큼 실망했고 싫어요.
건강권은 보건의료에 관한 권리 + α 이다
앞서 확인했듯,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의료를 비롯하여 복지, 노동, 경제, 정치와 같이 실제 벌어먹고 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쪽방 주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가와 사회는 당연히 쪽방 주민들이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가 바로 건강권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술이 필요할 때는 돈이 없어도 수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고, 병원에서 퇴원하면 가진 게 없더라도 먹고 잘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과 공공주택의 기회가 있어야 하며, 일하다가 몸이 아플 때는 쉬거나 병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고, 방세가 없어도 길거리에 쫓겨나지 않는 기회가 있어야 하며, 주민들이 모여 마을 조직을 만들 기회도 있어야 하고, 의료급여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외치는 쪽방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적 기회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건강권은 어떻게 논의해 왔는가? 먼저 건강권 관련 선언, 규약, 법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권을 구체적으로 다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의 경우 건강권을 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선언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보건의료 담론에 한정되어 한계가 있다. 국내의 「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 건강권이 명시되어 있지만,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빈곤층의 삶을 살펴보면 의료와 복지가 불가분의 관계이고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함을 알 수 있는데, 건강권 측면에서 이를 고려하면 「세계인권선언」의 제25조가 건강권의 내용으로 더욱 설득력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삶터와 일터의 환경, 사회적 관계, 자력화, 정치 참여 등은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건강권의 내용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를 살펴보자. 우선 김창엽(2010)은 건강권을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여 건강의 여러 결정요인을 건강 수준 달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성취할 권리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창엽 2010). 또한 신영전(2011)은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 지표를 도출한 연구에서 건강권 지표에 노동환경, 영양과 주거 복지를 포함하여 보건의료 담론을 넘어서고 있다. 김희성 외(2012)도 건강권과 의료접근권이 국가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률의 총체적 산물이기 때문에 그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의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성 외 2012). 또한 롤즈의 정의이론을 건강과 보건의료로 확장한 노먼 다니엘스(2008)도 건강권과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의 내용은 한 사회의 특수한 특성을 고려하는 공정한 과정을 통해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Daniels 2008, 147).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맥락에 맞게 건강권의 내용은 무엇으로 구성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건강권에는 보건의료에 관한 권리 말고 무엇을 더 추가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 상 건강권 내용의 도출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밝히고자 한다. 단 도출과정은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 실태조사라는 경험적 접근법과 제니퍼 프랏 루거(Jennifer Prah Ruger)의 건강역량패러다임(Health Capability Paradigm)이라는 이론적 접근법을 함께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건강권의 내용을 4가지로 확대하기를 주장한다. 첫째 내용은 건강 그 자체이다. 이는 건강 수준과 건강 기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건강이 갖는 산출물로서의 성격(김창엽 2010)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내용은 사회보장제도이다. 이는 의료, 공중보건을 포함하는 보건의료제도와 소득보장, 주거, 영양을 포함하는 복지제도가 건강과 관련하여 불가분의 관계임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내용은 사회 자본이다. 이는 건강 자체 혹은 건강의 영향요인 혹은 삶의 가치일 수 있는 사회관계, 삶터/일터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용산 참사, 뉴타운 재개발사업, 삼성반도체 백혈병노동자 사망 등 국가와 기업의 인권침해가 유발한 건강 피해를 방지하고 기존의 공동체를 보호하는 건강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포함해아 한다. 넷째 내용은 임파워먼트이다. 이는 자력화와 정치사회적 힘을 반영하는 것으로, 자기 스스로 건강 주체가 되어 자기효능감, 자기충족감, 자존감과 같은 개인 임파워먼트와 건강 관련 자원, 권력, 삶에 대한 통제력과 같은 구조적 임파워먼트를 누리는 것이 건강에 중요함을 반영한 것이다 (박시종 2001).
요약하면 건강권의 내용은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에 건강 그 자체, 복지제도, 사회 자본, 임파워먼트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의 의미는, 쪽방 주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건강 모니터링, 보건의료와 복지 제공, 사회관계망 활성화, 공동체 환경 보전, 자기 관리 능력 증가, 건강 관련 정치사회적 힘을 제고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 실태는 어떠한가?
확장된 건강권의 내용으로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 실태를 살펴보자. 첫째 건강 그 자체로 살펴보면,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나 건강권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보건의료 측면에서 최근 1년 동안 쪽방 주민의 미충족 의료(치과제외)가 40.6%, 치과 미충족 의료가 56.7%였다. 참고로 전체 한국인의 미충족 의료(치과제외)는 20.3%, 치과 미충족 의료는 39.7%이다. 치료 비용에 대한 걱정은 쪽방 주민의 78%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참고로 전체 한국인의 48.0%가 치료 비용에 대해 걱정을 하였다. 한편 복지 측면에서 쪽방 주민의 월 평균 소득은 약 46만 원으로 낮았고 주거비로 월 평균 약 18만 원을 지출하여 실제 가용한 소득은 월 평균 약 28만 원 정도로 매우 낮았다. 평균 1.8평의 방에 거주하는 쪽방 주민의 75.6%가 부엌이 없고 88.4%는 화장실을 공동 사용하고 있으며 39.6%는 목욕샤워시설이 없고 21.8%는 난방시설이 없는 열악한 곳에서 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영양 상태도 많이 나쁜 편이다. 따라서 사회보장 측면에서도 쪽방 주민은 건강권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사회 관계망 측면에서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은 가족 및 친척, 쪽방 이웃, 종교단체인, 복지 전문가와의 관계 양 자체가 적고 정서적·도구적·정보적 지지와 같은 관계의 질도 낮게 나타났다. 그래도 쪽방 이웃 관계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동자동 쪽방 지역의 환경과 자원은 나쁜 편이고 동네 주민 간의 신뢰나 지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빈곤층의 건강이 더 나쁘고,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은 병원에서 차별 받으며, 병원은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것으로 본다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사회 자본 측면에서도 쪽방 주민은 건강할 기회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임파워먼트 측면에서 쪽방 주민은 자신의 건강과 질병에 관해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건강, 평등, 복지, 보건의료에 대한 인권의식과 환자 권리에 관한 인식이 높으며 투표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미래 희망, 향후 예상되는 건강은 비관적이었고 정치적 효능감은 낮았으며 환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일부 영역에서 개인별 자력화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삶의 목표나 가치와 같은 심리적 임파워먼트, 정치에 대한 높은 단계의 참여와 같은 구조적 임파워먼트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파워먼트 측면에서 쪽방 주민이 건강할 기회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약하면 건강 그 자체, 사회보장, 사회자본, 임파워먼트로 구성되는 건강권 측면에서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은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 즉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건강 그 자체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며 사회 관계망과 삶터/일터 환경을 보전해주고 자력화와 정치사회적 힘을 제고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은 현재 의료 서비스, 소득 보장,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받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국가와 사회가 다음 사항을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
1.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에 무상을 보장하라.
2.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이에 쪽방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3.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수급비를 적정 생활수준에 맞게 증액하라.
4. 주거권을 보장하고 이웃과의 관계망과 동네 환경을 건강하게 보장하라.
5. 동자동 쪽방주민의 시급한 건강문제인 구강 건강, 정신 보건, 영양, 음주와 흡연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와 서비스를 제공하라.
6. 상기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위한 의사결정 및 집행 과정에 쪽방 주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
한편, 이번 실태조사가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한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여 동자동 지역사회에 제언하고자 한다. 동자동 쪽방 주민은 심층면담에서 우리 동네의 장점으로 이웃 관계, 복지 자원, 자력화된 주민, 자발적인 주민 조직 활동을 꼽았다. 이런 동네의 장점을 토대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다음 사항을 적극 고려하기를 바란다.
1. 보건의료, 기초생활보장, 주거복지 등과 같은 사회보장에 대한 주민들의 권리 주장이 필요하다.
2. 이웃과의 소통, 주민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3. 주거 환경 개선, 고독사 방지, 건강행태 개선을 위해 건강한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4. 삶의 동기, 문해력, 권리 인식과 시민의식을 제고할 기회를 동네에서 형성한다.
5. 다섯째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과 정책에 저항하고 목소리를 알려 내는 주민 운동을 활성화하고 타 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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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인. 빈곤층의 삶을 통한 건강권과 공공성 담론의 비판적 재구성. 2012년도 제5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보건복지연합학술대회 연제집2012:28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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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ger JP. Health capability: Conceptualization and operationalization.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2010;100(1):41-9.
월간 <복지동향> 2012년 12월호(제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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