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4개 질환 100% 공약 파기와 다시 추진되는 의료민영화 정책
우석균 l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박근혜 정부는 민생과 복지를 내걸고 당선되었다. 보건복지분야의 대표적 공약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과 기초노령연금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공약이 모두 전면 후퇴하였다. 그리고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보듯이 ‘새로운 복지’의 실현이 아니라 있던 복지마저 없애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추진되지 못했던 여러 의료민영화 정책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하고 있다.
1.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파기
박근혜 정부는 6월 26일 “의료비걱정 4대 중증질환부터 건강보험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보면 현재 4대 중증질환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89.8%의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0.7%를 제외한 99.3%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다(표 1 상단 참조). 이 내용대로라면 실제로 100% 보장이라는 공약을 실현할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정부의 정책발표는 사실상 ‘사기광고’에 가깝다.
먼저 하나만 묻자. 정부발표로만 보면 지금도 건강보험 적용이 89.8%라니 그렇다면 4대 중증환자는 현재도 90% 보장이 되는데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이런 황당한 주장은 정부 발표에서 현재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는 가장 부담이 되고 있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건강보험 비적용(비급여) 항목이 모두 빠져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2월 2일 발표한 <201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1년 4대 중증질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6.1%, 법정 본인부담률은 6.6%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7.3%였다(표 1 하단 참조). 즉 현재 4대 중증질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중 본인부담비중 3/4 가량이 비급여 본인부담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중 가장 큰 부담이 병실료 차액 및 선택진료비(35.9%)였다. 물론 이 건강보험공단 자료도 정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병원을 이용한 중증질환 환자들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은 실제로 60%가 못되고 본인부담의 반 이상이 선택진료비와 병실료로 나간다는 보고도 있다.
여튼 건강보험공단 자료가 맞다고 쳐도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다 2016년에 다 실현된다면 본인부담금은 얼마나 줄어드는 것일까? 본인부담이 23.9%에서 18.1%로 줄어드는 것이니 대략 24.3% 즉 1/4이 줄어든다. 여기에 상급병실료나 선택진료비보다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는 간병비가 빠져있다. 이렇게 보면 줄어드는 본인부담금은 20%도 안된다. 공약이 다 실현된다고 보아도 2016년에 본인부담의 1/5만 줄어드는 것이다. 본인부담의 1/5을 줄여주면서 100% 보장이라고? 만일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상품이 이렇게 광고를 한다면 과장광고로 징계대상이 될 것이고 계약취소사항이 된다.
공약을 보고 뽑았는데 20%만 보장해준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게다가 정부는 “대장암 환자 A씨 총 의료비 1918만원 중 1625만원 부담 → 2016년 이후 98만원 부담. 심장질환자 C씨 총 의료비 1041만원 중 599만원 부담 → 2016년 후 73만원”이라고 선전까지 해댄다. 3대 비급여를 다 빼고나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20%만 보장해주는 것도 억울한데 100% 다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우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더욱이 4개 질환은 암, 심장병, 중풍,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심장병과 중풍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로만 한정되어 있다. 보통 약만 먹는 심장병 환자라든지 뇌경색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민영의료보험 상품 중에는 “3대질환 보장”이라고 크게 선전해놓고 암, 뇌출혈(중풍 환자의 20%이고 이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더 적다), 심근경색(심장병 환자의 10% 미만이다)이라고 해당되는 환자를 환자를 대폭 줄이는 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선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쯤 되면 민영의료보험이면 계약해지라도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이건 대통령 공약이니 국민들은 어찌해야 한단말인가? 대통령 선거를 물려야 할까?
2. 다시 추진되는 영리병원 허용
여기에 4개 질환 환자는 연 1000만원 이상 고액의료비 부담 환자의 약 17% 정도에 불과하다. 17%의 고액의료비 환자가 4년뒤 본인부담 의료비 중 20%가 준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부분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앞으로 나빠지는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실현하지 못했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리병원 허용정책이 있다. 현재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 곳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다. 제주도는 올해 5월 16일 중국 의료기업인 (주)CSC (차이나스템셀헬스그룹) 그룹이 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CSC는 이름에 스템셀(stem cell)이 들어가는 것에서 보이듯이 중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영리병원기업이다. 이 업체는 이미 제주도에 병원부지를 샀고 제주도와 양해각서를, 또 제주 한라병원과는 업무협약체결을 했단다. 제주도는 복지부장관이 영리병원허용에 대해 의료기관에 대한 사전심의 권한만 가지고 있고 승인은 도지사가 하게되어있다.
제주도의 이 병원부터 영리병원이 시작된다면 영리병원 1호일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병원 1호가 될 것이다. 게다가 올해 2월 지식경제부는 동해안과 충북을 추가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이제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명실상부하게 전국의 8곳이 되었다.
3. 원격의료 허용 등 유헬스
박근혜 정부가 또 하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IT와 의료의 결합을 통한 유헬스 (또는 e-health)와 원격의료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도서라든지 벽지에 혜택이 못가는 곳부터 원격진료, 유헬스(U-Health)”를 “시범 케이스로 해서 그 지역도 의료 혜택이가고 보완도 하고 시행착오도 거쳐 성공케이스로 만들”자고 말했다. 진영복지부장관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진료가 “창조경제를 잘 설명하는 것”같다면서 원격진료 금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치명적이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심재철의원 등 새누리당은 6월 10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얼핏 편리하다고 보일 수도 있는 IT의료기기를 이용한 원격진료는 아직 그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다. 또한 비용효과적이라는, 즉 돈이 덜 든다는 증거도 없다. 아직 의료분야에서 IT를 이용한 기술은 X ray 필름을 전송하는 정도가 효과가 검증된 기술이다. 선진국들이 원격의료를 하지 않는 이유다. 다른 나라들에서 원격모니터링은 의료가 아닌 복지분야에 극히 부분적으로 도입된 것이 전부다. 또 영국에서 IT 기술을 이용한 환자의 의료정보 집중 시도도 환자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되고 기술적으로도 미흡하여 실패로 결말이 났다.
아직 의료분야에서 의사의 환자진료를 모니터나 의료기기로 대체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다. 그런데 이 원격진료를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말을 동원해서 도서벽지부터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무의촌에 의사대신 모니터를 보내자는 발상이며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원격진료에 의료소외계층을 실험대상으로 하자는 위험천만한 발상일 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원격진료에 박근혜 정부는 공을 들이는 것일까? 그것은 원격진료를 통해 IT 대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의 안전성, 비용효과 등은 다음 문제고 일단 허용되면 IT 대기업, 즉 SK, KG, KT, 삼성전자 등의 한국의 재벌들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건강피해나 국가재정낭비는 국민들의 문제일 뿐이다.
4. 건강(관리)생활서비스
그리고 원격진료가 재벌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원격의료가 건강생활서비스라는 재벌들의 또 다른 의료민영화와 긴밀히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건강관리(생활)서비스 부분을 영리기업에게 허용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영리병원의 우회적 허용방안이다. 보건의료는 예방, 건강증진, 치료, 만성질환 관리, 재활 등의 전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이 중에서 건강교육과 질병관리, 건강증진 등의 영역을 떼어 재벌기업에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재벌들에게 의료분야에 진출할 통로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은 건강생활서비스법으로 이름이 살짝 바뀌어 다시 추진 중이다. 여기서 원격의료는 주로 건강한 사람(위 표에서는 건강군과 건강주의군)을 관리할 때 사용된다. 건강한 사람의 관리는 어떻게 하던 별로 잘못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써먹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의 140대 국정과제 중에도 이 ‘건강관리서비스’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은 더 분명해진다. 위 표에서의 “혁신형 건강플랫폼”이 그것이다. 이 중 “병의원과..기업체 등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이라는 표현이 바로 영리기업에게도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건강관리서비스가 단지 의료부분에 영리기업이 진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관리서비스는 바로 “관리의료”(managed care)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즉 기업이 건강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개념인데 이것이 바로 민영보험회사들이 포함된 영리기업이 국민들의 건강관리를 책임진다는 미국의료제도의 근간이다. 물론 미국은 당연히도 국민들의 건강관리가 보험회사들의 영리추구로 인해 가장 안되는 나라다.
건강관리서비스에 영리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영리보험회사들이 직접 또는 자신의 자회사를 통해 병원과 국민들을 관리하게 되는, 미국식 의료체계로 이어지는 관문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정부 말기까지 그토록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를 추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결론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위에서 살펴보듯이 우선 복지강화의 포기를 들 수 있고 영리병원의 추진을 게속하면서 보다 더 중요하게는 우회적 의료민영화를 건강생활서비스나 원격의료, 그리고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메디텔(의료호텔업) 등의 병원의 영리형 부대사업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회적 의료민영화 또한 결국은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보건의료분야를 재벌들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든다는 것에는 직접적인 건강보험해체와 민영보험 활성화 또는 영리병원 허용 등의 추진 등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여기에 동원되는 것은 의료관광을 통한 경제성장과 수출우선론, IT와 의료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산업분야 창출 등으로 그 포장이 바뀌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와 재벌들의 의료민영화 재추진에 맞서 건강보험과 공공의료, 그리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07월호(제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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