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이숙진 l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며칠 전에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교체되었다. 하반기에 몰아닥칠 보육료지원에 대한 견해가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 사는데 큰 불편 없으면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낼 이야기인데, 무상보육 믿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거나, 전에 없이 현금20만원(양육수당)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한 부모들에게 이런 소문들은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싶기도 할 것이다. 보육료 지원은 중앙정부(국비)와 지방정부(지방비)가 분담하고 있으니 이는 당연히 중앙과 지방이 협의하여 추진하여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 지방재정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정책을 발표해놓고, 무조건 지방분담을 요구하거나 지방비를 못내는 것은 지방정부 책임이니 알아서 하라는 것은 국가 운영의 책임을 가진 중앙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의 시민이기도 하다. 내 삶에 보다 와 닿는 정부는 동네 주민센터이며 구청이고 시청이기도 하다. 중앙정부가 이 나라의 국민에게 지켜야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의무는 정책과 제도를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복지의 핵심이기도 한 보육정책의 현 상황은 신뢰와 기대보다 불안과 의혹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심정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방안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개편,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특징은 ‘맞춤형 개별급여로의 전환’이 골자다. 뜨거운 여름, 장맛비가 요란스럽게 7월을 흔들었던 기억을 안고 우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흔들지를 세심히 살펴보았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권리로서의 급부를 명시하였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최저선을 확보하면서 복지국가로의 길을 연 획기적인 제도이다. 2000년 시행 이후 제도의 개선에 대한 요구들이 지속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제도의 개편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문제는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초법 제정의 정신과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 이는 부양의무자기준 개선, 최저생계비 현실화, 근로능력 수급자들의 탈수급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상담서비스와 지역자원 연계 역할 강구, 그리고 전국민의 5-6%인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접근 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편방향에 대한 우려는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의 전환이 최저생계비와 권리성 급여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급여결정을 근로능력가구와 근로무능력가구로 분리하여 차등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여전히 커다란 사각지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개별급여가 연계되지 않고 분절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다. 우려가 많다는 것은 기존 제도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개편안이 도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또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 의료급여 개편안과 기준임대료 논란에다 생계보전을 악화할 우려가 있는 주택바우처 시행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한 제도다. 무엇보다 제도의 개편방향이 근로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기본 생계를 보장하는 당초 제도의 정신을 기억하고, 혹여 근로능력자나 근로능력자가 포함된 빈곤 가족이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부디 기획주제로 다룬 기초법 개편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되길 바란다. 동향과 동서남북에서 다룬 에이즈 감염인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장애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 문제도 기초법 개편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정책과 제도에서의 배제뿐만 아니라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한 차별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현실이 복지국가 문턱을 넘지 못한 우리의 현 주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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