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엄규숙|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번 달 월간 『참여사회』의 제목은 “절망이 눈앞을 가려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당신”이란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인상 등 지난 대선의 복지공약이 줄줄이 파기되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반대하는 장관 임명을 강행되었다. 비단 복지 분야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제반 영역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일들이 절망이라는 단어를 일상으로 불러들이고, 나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일종의 ‘사회적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번 호 복지동향의 기획특집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대지 아래에서 봄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되뇌어 보려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지역복지운동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하에 지역복지운동의 역사적 전개와 과제, 지역차원의 복지 거버넌스, 지역복지운동의 장으로서 마을, 지역복지운동사이의 그리고 다른 사회운동과의 네트워크의 순으로 짚어보았다. 지역 차원에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복지를 만들고자 하는 과정에서 성장해온 지역복지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한편으로는 지역의 복지욕구에 가장 민감한 주민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복지가 시혜가 아닌 권리임을 실천하는 역량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중앙정부의 지침과 재정지원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민관협력이 협치라기 보다는 정부의 업무위탁에 의한 상하관계로 자리잡아온 구조적인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흔히 말하듯 “답은 현장에 있다.” 복지국가의 실핏줄로서 지역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지역차원에서의 참여에 기반 해서 투표를 넘어서는 모든 영역에서의 민주적 참여의 경험이 공유되고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둘러싼 지역복지운동이 경험을 소개한 천안시의 사례는 희망의 단초를 보게 한다. 현장으로서 마을을 어떻게 복원하고 역량강화 해나갈 것인가도 활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았다. 더 나아가 우리 동네, 너의 동네를 넘어서는 더 너른 공동체의 연대활동의 경험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사회복지사의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회복지사의 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복지를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복지를 챙길 수 없다면 이런 관계에 터해 만들어진 복지가 진정한 복지일까? 비민주적 시설운영에 대해 입을 닫고 종교활동이나 기부금 강제납부를 강요당하면서도 오직 클라이언트의 복지만을 위해 일할 것을 강요받는 현장에서 생산되는 복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복지라 하기 어렵다. 사회복지사 나아가서 보육교사나 요양보호사들까지 누군가를 돌보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면 이는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위탁이나 민간운영법인에 의존하고 대부분 시설이나 기관이 소규모 사업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 같은 법제도적 의사소통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사업장환경에서 이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미 정착되어 있는 전교조를 탄압하는 작금의 환경에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절망의 시대에서 희망을 읽어내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민주주의의 체험과 작은 승리들의 집적이 필요하다. 신진영님의 글 제목처럼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고 말하고 작은 나무부터 큰 나무까지 서로 어우러지면서 숲으로 뭉쳐나갈 수 있는 그런 희망의 역동, 민주주의의 씨앗이 사회복지 현장으로부터 피어오르기를 희망해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12월호(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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