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4-10   996

[기획주제1] 민선 6기 지방선거와 복지아젠다

민선 6기 지방선거와 복지아젠다

 

이태수|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1. 2010년 6. 2 지방선거, 우리에게 무었을 남겼나?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0년 6.2 지방선거는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는 계기로 작동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당시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에서 시작하여 더 확대되어 일어난 보편적 복지 논쟁은 한국 정치사와 복지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으며, 선거가 끝난 후 논쟁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더욱 증폭되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반값주택…을 둘러싼 논의로 번지고, 나아가 복지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 및 복지목적세 도입 등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이념과 정책 수단 등에 대한 폭발적 논쟁으로 이어졌었음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당정간에 ‘보편적 복지’를 명시하여 복지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었으니, 2011. 12. 16에 제정된 민주당 강령에는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당면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추구할 것이다. 첫째, 정의와 연대의 가치를 추구하고,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며,…..(중략)…. 둘째, 모든 국민에게 출산․보육․교육․의료․주거․장애․노후 등과 관련한 사회보장의 제도화를 목표로 하는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의 완성을 추구하며,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을 지향한다.”

 

이러한 흐름은 2012년 대선까지 이어져,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후보는 ‘최초의 복지국가 대통령’이 될 것을 자임하였고, 새누리당의 박근혜후보 역시, 비록 진성성이 의심받기도 하였지만, ‘맞춤형 복지’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복지 확대 정책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선 이후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와 집권층의 ‘무쟁점 전략(?)’, 그리고 복지논쟁의 피로감이 겹쳐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격히 하강한 국면이 초래되었다. 박근혜정부의 기초노령연금 후퇴, 의료민영화 도입,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왜곡 등 수많은 공약 철회 및 축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나 저항이 야기되지 않고 있으며, 복지국가에 대한 발전적 논의도 제한된 집단 내로 국한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복지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으며(예, 현진권교수의 ‘극강’ 시리즈), 진보진영 내에서도 혹자는 복지국가에 대한 논쟁이 소모적이었고 지나치게 이념적이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기도 하다.

 

2. 2014년 6. 4. 지방선거의 자리 매김

 

최근 복지담론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복지담론은 통일담론이나 민주담론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지담론은 그냥 퇴장할 담론이 아니어야 하며, 분명이 아닐 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일종의 조정국면이라고 봐야 하며,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민생문제, 즉, 최근의 세모녀 자살사건에서 대변되는 신빈곤, 나아가 저출산, 양극화, 고령화 등의 사회적 위기가 전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화, 증폭되는 상황에서 보편주의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강력한 추구는 여전히 절실한 시대적 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때의 복지국가는 단순히 복지제도나 복지정책의 확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정의와 평등, 연대의 정신에 기초한 사회 전반의 개조, 즉 구체적으로는 경제부문의 민주화, 노동시장의 인간화, 보편적 복지를 통한 국민 생활의 보장이 실현되는 체제를 말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산업화 -> 민주화 -> 복지국가화’로 연결되는 한국의 시대정신의 변화를 생각할 때 현재 ‘퇴행된 민주화’와 ‘정체된 복지국가화’를 생각할 때, 민주화와 복지국가화는 이분법적이며 단계론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병행전략’이 필요하고,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6.4 지방선거는 복지국가에 대한 성숙한 사회적 논쟁의 장이 되어야 함에 마땅하다. 다가올 지방선거는 이러한 병행전략에 의하여 한 단계 진화된 아젠다(agenda) 설정과 사회적 논쟁 촉발, 국민들의 선거를 통한 채택이 이루어져야 하는 장(場)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상황이 정리되긴 했지만,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등장과 그 과정에서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 약속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6.4 지방선거에서 복지담론이 발흥할 시점을 박탈해 버렸다는 점에서도 아쉽지만, 실상은 근본적으로 복지국가전략에 있어 기초선거에서 정당정치가 실종되는 것이 맞느냐하는 점에 문제제기의 핵심을 두면 그 안타까움의 실체가 좀 더 분명히 보인다. 만일 무공천이나 공천폐지가 사실화되었다면(앞으로 된다면) 지역에서부터 민주화와 복지국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묶어내고 이를 동력화하는 것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임을 자명하다고 본다.

 

3. 복지국가운동, 복지정치 그리고 지방선거

 

사실 복지국가의 발전은 복지정치(welfare politics)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정당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서구에서 20세기 한 세기동안 복지국가가 발전된 역사를 보면 복지국가의 기본 요소로서 그에 합당한 이념의 정립, 정책의 설계, 주체세력의 형성이란 3요소가 존재해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3요소가 단순히 시민사회 내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치의 장(場)에 투영되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의 존재와 선거 등 각종 정치행위를 통한 이의 관철이라 과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하였고,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복지정치의 작동이라 일컫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선거는 이러한 복지정치가 작동하는 매우 중요한 기제임에 틀림없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3대 선거는 매 시기 복지정치를 통한 복지국가의 구현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며 매 선거마다 복지국가를 위한 정책과 이를 실현할 정치인의 배출은 엄중한 의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경험이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지난 6.2 지방선거는 복지국가에서 지역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중앙정부를 통한 복지정책의 빅뱅(big bang)을 주도하여 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어왔으나 여전히 지방정부는 토건정부의 속성을 버리지 않았었고(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복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그러나 6.2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이를 실현하겠다는 지역정치인들이 다수 당선됨으로써 지방정부를 통한 지역사회에서의 복지정치의 구현이란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 것은 또 하나의 수확이자 복지국가 구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제를 확보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4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지난 4년 동안 많은 광역 및 기초단체장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편적 복지의 정책이 시도되고 일정한 성과가 있고 시민들에 의해 이것이 일정정도 인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의 많은 자치구, 경기교육청, 경기의 일부 지자체, 충청권의 지자체 등에서 이러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결국 복지정치의 시작은 지역의 생활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이 확인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부터 복지정책이 실감나게 진행되어 시민들에게 그 정책의 효과를 승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지국가를 이끌 정당과 정치인들이 승인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지역정치 또는 생활정치가 매우 긴요한 복지정치의 출발점이다.

 

4. 6.4 지방선거에서 복지아젠다 어떻게 전개될까?

 

아직 6.4 지방선거에서 정책상의 쟁점이 점화될 여지는 적지 않게 남아있다고 본다. 후보자가 결정되고 정당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충돌하는 쟁점이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무상’의 새로운 원조격이 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무상버스’ 주장이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를 보는 것은 흥미롭다. 지금으로선 같은 당의 경쟁후보들에 의해 발목이 잡히면서 전국적인 논란거리로 되지는 않고 있지만, 만일 김상곤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가 된다면 복지담론의 지형에 고무적인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혹자는 이러한 ‘무상’ 논쟁이 보편적 복지를 희화화하고 국민들로부터 ‘무상피로증’을 느끼게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복지담론의 침체국면에서 새로운 논쟁의 점화가 굳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무상버스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실제 지방선거의 공약에선 적어도 보편적 기조가 조용한 대세가 될 가능성을 점쳐본다. 이미 대중은 복지의 욕구를 강렬히 인지하고 있고, 후각이 발달한 정치인들은 그 표밭의 심리를 결코 놓치지 않는 법이다. 지난 대선 때를 보아도 그런 징후는 역력했다. 비록 당선이 되고나서 지키지 않았지만.

 

이런 점에서 이념을 내세우지 않고도 주민들이 원하는 복지욕구와 연계된 보편적 복지프로그램을 지역복지운동계와 사회복지계가 내놓는 것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여전히 이런 정책 생산 능력이 지역 단위에서 널리 배양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다지만 지난 4년간 시도되고 그 성과가 드러난 정책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관철될 복지패키지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신생아 출산시 간호사의 가정방문서비스, 농어촌지역의 교통부담비의 완화, 보호자가 불필요한 병원, 안전한 아동보호 시스템, 교통약자들을 위한 장애없는 거리만들기, 복지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전달체계 개편과 지역실정에 맞는 기초생활보장제의 보완 등등 여전히 제기해봄직한 정책들이 적지 않다.

 

다가올 6.4 지방선거에서 복지아젠다가 어떻게 관철되는지가 다시 2년 뒤에 다가올 총선과 그로부터 1년 뒤에 치러질 대선에 중요한 시금석이 됨을 생각할 때 이미 복지정치를 통한 복지국가운동의 진전이란 관점에서 회피할 수 없는, 회피해선 안 되는 큰 마당은 복지친화세력을 부르고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4월호(제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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