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7-10   1201

[칼럼] 2014년 선거, 복지정치가 사라진 이유는?

2014년 선거, 복지정치가 사라진 이유는?
6.4 지방선거와 민주진보세력의 과제

김윤태 l 고려대 교수, 사회학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가 지배했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간 거대한 비극을 겪고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안전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에는 무상급식이 최대 이슈가 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는 경제민주화가 주요 쟁점이 된데 비해, 올 해 지방선거는 후보들의 아들과 딸의 발언이 검색 순위 1위가 될 정도로 복지정책이 실종되었다.

사라진 의제, 전략적 오류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여당은 개발, 야당은 복지를 강조했지만, 여야 양당의 정책적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복지 공약의 실종에는 특히 야당의 책임이 크다. 지방선거 이전 민생과 동떨어진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거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백화점식 선거공약이 나열되었지만 정책 논쟁은 실종했다. 급기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복지가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렇게 2014년 지방선거에서 복지운동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그나마 복지정책이 정치적 논쟁을 일으킨 것은 경기도지사 선거이었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의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화’가 주요 이슈로 부상되었다. 이는 “경기지역 보육교사 7만 명의 신분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육공무원화 하고, 입법 완료 전까지 경기도 차원에서 1인당 월 10만 원을 지원”하자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화’를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공동공약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거절되면서 전국적인 쟁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광역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공약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되었다. 어떤 복지공약도 전국적 쟁점이 되지 못한 채 아무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송파 ’세모녀 사건’과 관련하여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달체계 개선 방안으로 사회복지사를 2000명에서 4000명으로, 방문간호사를 400명에서 800명으로 확충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4년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1천개를 확충하는 공약과 새로운 안심주택 6만호 공급 등을 복지정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복지 확대를 내세우면서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생활임금 캠페인의 중요성

생활임금은 자산조사형 급여의 제공 없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임금수준의 보장을 지지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공약 가운데 제1공약으로 내세운 생활임금은 언론과 대중의 커다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활임금은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의 증가 등 고용의 질 악화되는 조건에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중적 복지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생활임금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주요 정책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생활임금을 도입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생활임금의 도입이 오히려 저소득층과 빈곤층의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나아가 생활임금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28개 도시에 생활임금 조례가 도입되었다. 영국 런던시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일반 기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2013년 현재 영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6.31 파운드인데 비해, 시간당 생활임금은 2013년에 7.65 파운드로 측정되었다. 보수당 소속 런던 시장도 생활임금의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당은 다음 총선에서 집권하면 생활임금을 법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당은 생활임금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사업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을 공시하여 제재를 가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직 한국에서 생활임금의 도입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 노원구와 성북구, 경기도 부천시에서만 생활임금제도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현재 시간당 6850원으로 최저임금 5210원보다 1640원(31%) 더 높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43만원이 되며 3.3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생활임금 조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생활임금 개념을 법안에 명시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앞으로 생활임금은 불평등의 시대에 맞선 대중적 복지운동의 불씨가 되어야 한다.

거꾸로 가는 박근혜 정부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의 백중세로 분명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은 선거에서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보수적 의제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6월 10일에 ‘의료법인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의료 영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여당이 주도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안이 상정되어 빈곤층의 생활수준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수급자 선정과 급여수준을 장관이 임의로 결정하게 되어 있어 수급자의 권리가 상실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은 수급자 인원이 증가한다고 주장하지만, 예산은 거의 늘지 않아 수급자의 보장성은 오히려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 최근 개각 인사는 노골적인 반복지 성향을 가진 인사를 친위내각으로 구성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줄푸세’ 공약을 주도한 최경환 의원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였다. 대선 다시 희롱했던 복지국가는 뒷방에 버려둔 채 대선 시기에 공약한 복지 정책의 이행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본격적인 보수화에 맞서 시민사회의 적극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민주진보세력의 교훈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여권 지지층이 약화되면서 겨우 참패를 모면했다. 유권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서울, 충청, 강원 선거에서 겨우 현직 프리미엄을 얻었던데 비해, 다른 지역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판론’의 효과는 미비했다. 이는 야당의 반대로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야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반면에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대거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약진하였다. 이는 많은 국민들이 교육정책의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대부분 진보교육감이 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선거에서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경제지상주의, 편향된 수월성 교육, 엘리트 경쟁교육에 대한 반감이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고의 슬럼화’를 비판하며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결집되었다.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에 반대하고 “일반고 부활”과 “평등교육”을 주창하는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분명한 가치를 제시할 때만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거 정치의 중요성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선거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광범위한 대중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권력은 인터넷 댓글, 페북, 트윗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투표함에서 나온다. 비록 온라인 공간의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이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주었지만, 권력을 결정하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이다. 이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시민사회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E. E. 샤츠슈나이더는 “정치에서 수나 영향력에 있어 압도적인 존재인 구경꾼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싸움의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소수의 개인들이 아니라 대개 구경꾼들의 몫”이다. 따라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구경꾼들을 위해 “새로운 갈등을 지속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 측근의 전략공천, 화려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유권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된 개인과 조직의 연결망이다. 즉 정치의 확대를 통해 다양한 세력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정치는 사라진다.

진보 개혁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시민사회조직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당의 입법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시민사회의 새로운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시민사회조직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중적 행동주의를 추구해야 하지만, 입법자로서 의회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치와 다양화와 정당의 활성화를 위해서 시민사회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조직은 고유의 의제와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중요한 목표는 사람들의 특수한 이익을 보편적 이익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진보세력은 더 많은 풀뿌리 대중과 결합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정치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을 때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2014년 사라진 복지정치를 되찾는 길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7월호(제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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