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8-10   1814

[기획주제2]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의 도입과 문제점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의 도입과 문제점

윤지영 ㅣ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들어가며

최근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퇴직금의 지급시기다. 이주노동자는 출국하기 전까지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작년 12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 조항은 ‘사용자는 퇴사 후 14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및 근로기준법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률 조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어느 국회의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법률이 개정되고 3개월이 지나서야 개정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법률을 발의하고 심사하고 통과시키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단체들,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헌법소송도 하고 법률 재개정안도 내놓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정책과 제도는 점점 확대될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싸움이 중요하다. 이하에서는 해당 법률 조항이 개정되기까지의 과정, 해당 법률 조항의 문제점 및 대응에 관해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절차로 퇴직금을 받는지 간단히 소개하겠다.

 

제도의 개괄 – 퇴직금으로서의 출국만기보험금

이주노동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는데 이 법률은 이주노동자의 전용보험으로서 출국만기보험을 두고 있다. 출국만기보험은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대신하여 가입하는 보험으로서 그 가입이 강제되는 보험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보험에 가입하고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게 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퇴직금 채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출국만기보험이다. 개정 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령은 출국만기보험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고 매월 통상임금의 8.3%를 납입해야 한다. 그러면 1년 이상 근무한 이주노동자는 퇴직할 때 출국만기보험금(1년 근무한 이주노동자를 기준으로 할 때 월 적립 합계액의 100.5%, 즉 1개월분의 통상임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출국만기보험금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퇴직금 간에는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을 사용자에게 별도로 요청하여 받게 된다. 어쨌든 출국만기보험금 및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은 퇴사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지급되며 특히 출국을 앞두고 신청한 경우에는 출국하기 전에 모두 지급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루어져 왔다.

 

법률의 개정 과정

작년 9월 새누리당의 김성태, 김학용 의원은 각자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 시기는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로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이유로 두 의원 모두 불법체류 방지 목적을 들었다. 즉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고 체류기간 후에도 귀국하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출국 후에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게 함으로써 불법체류자의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따를 경우 외국인근로자(E-9, H-2 체류자격)는 원칙적으로 출국하여야만 ‘출국만기보험금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체류 중 퇴직한 외국인근로자는 ‘출국만기보험금등’을 지급받을 수 없어 이들의 수급권(수급시기)이「근로기준법」등에 비하여 제한받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 수단이 불법체류 의사를 가진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바,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전체 회의 어디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고 그대로 해당 법률 조항을 통과시켜 버렸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 자리 한 번 열리지 않았다.

 

바뀐 제도의 문제점

퇴직금은 근로관계 종료 후 신속히 지급되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헌법재판소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가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 중 퇴직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부분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될 수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에 불편과 위험이 따를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시한 바 있다.

 

이러한 원리는 이주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컨대 일을 그만둔 이주노동자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 첫 월급을 받을 때까지 몇 개월의 기간을 일정한 수입이 없이 살아야 한다. 이때 출국만기보험금은 생활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일시적으로 대한민국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금전이 없이는 숙식을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출국만기보험금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국하기 전까지는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막는 것은, 국가에 의한 사실상의 강제 저금 또는 퇴직금 압류로서, 퇴직 노동자 및 그 가족의 생계 보전이라는 목적과 기능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법률 조항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액수나 지급 여부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다투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을 떠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받지 못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을 받기도 어렵게 된다. 이주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을 받기 위해서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액수가 확정되고 해당 금액을 받을 것이 확실해야 하는데 출국 전까지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 여부나 액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퇴직금과의 차액을 받는 것 역시 불확실해 지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국적’에 의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14조). 그리고 우리나라가 비준하여 1990. 7. 10.부터 적용(조약 제1006호)된 ‘국제연합(UN)의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른바 ‘사회권규약’ 또는 ‘A규약’)은, “이 규약의 각 당사국은 이 규약에서 선언된 권리들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그런데 해당 법률 조항으로 인해 내국인 노동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하여, 이주노동자는 퇴직한 날이 아닌 출국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출국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듯 퇴직금의 지급시기와 지급조건에 있어서 내구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발생한다. 단지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경우 출국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출국 전에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더 강한 보호를 해야 한다. 이것이 퇴직금의 정산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제도의 변경 이후

바뀐 제도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4월에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인권단체들이 모여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 폐지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관계자들을 면담하였으며, 기자회견 및 집회 등을 개최하고 서명을 받아 왔다. 또한 지난 5월 8일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도 하였다. 그 사이 장하나 의원은 퇴직한 때로부터 14일 내에 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더 나아가 김영록 의원은 출국 전에 모두 지급될 수 있도록 내용을 강화하여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 국회 및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은 무척 더디다. 바뀐 제도에 맞춰 정부에서는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속빈강정에 불과하다. 시행령안에 ‘실제 발생한 퇴직금과 보험금 간의 차액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자와 외국인근로자가 보험사업자에게 보험금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보험사업자는 즉시 확인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외에는, 시행령안은 해당 법률 조항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즉 시행령안은 바뀐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한참의 기간이 지난 뒤 보험금을 받게 되는 문제점, 출국 후 지급됨으로 인해 보험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높아지는 문제점, 기타 보험금을 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등의 문제점) 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예컨대 출국 후 보험금의 지급 여부나 액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 시행령안은 그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안이 해당 법률 조항의 동어반복일 수밖에 없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시행령을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바뀐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하는 경우에도 출국할 때까지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을 유예하도록 한 부분은 해당 법률 조항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시행령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

 

한편 국회에서는 지방선거, 환경노동위원의 교체, 세월호 특별법을 이유로 발의안에 대한 검토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취지는 이해하는데 국회 일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취지를 이해한다면 바뀐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법률을 개정해야 맞다. 바뀐 제도를 다시 바꾸느니 원래대로 계속 제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헌법재판소도 예외는 아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결정이 나올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 그래서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통해 헌법소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문제적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지 3개월이 되어가는 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일반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면 바로 기일이 잡히고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암담하다. 정부는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라는 명목, 그러나 사실은 중소영세업체에 인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만들어 왔다. 국회 역시 투표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제한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들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법률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제도를 만들면서 정작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기회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더욱 가속화되고 정당화될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일반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8월호(제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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