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8-10   798

[칼럼] 바우처 관련 대법원판결에 대한 단상

바우처 관련 대법원판결에 대한 단상

지은구ㅣ 계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근 대법원은 “어린이집운영자(판매자)가 그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보호자가 제시하는 보육서비스이용원(바우처)으로 보육료를 결제받는 과정에 거짓이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 개입되어있다 하더라도(구매자의 도덕적 해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어린이집 운영자를 거짓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는 자로 보아 그에게 보조금의 반환명령이나 어린이집의 운영정지 또는 폐쇄를 명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첫째, 이용권(바우처)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며 둘째 이용권 관련 규제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다. 즉, 바우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바우처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복지부가 아닌 소비자와 판매자가 교환의 관계로 얽혀있는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앞으로 바우처와 관련된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양자 간의 정보비대칭에 따라 나타나는 소비자의 피해 등은 모두 복지부의 관할권을 벗어나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바우처를 지불을 위한 교환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정부가 바우처와 관련된 관리와 감독을 정부의 의지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으로 이미 일부 학자들은 이미 공공재이면서 가치재로서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회서비스에 대해 시행하는 지불수단으로의 전자바우처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여 왔다.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여 스스로 서비스제공기관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과 서비스제공기관들 사이에 경쟁을 통해서 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하여야 하는 것은 결국 선택과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우처는 간단히 얘기하면 교환을 보증하는 교환수단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우처는 시장에서의 교환을 보증하는 교환증서이다. 바우처가 시장에서의 교환을 보증하는 교환증서이자 교환수단임으로 바우처 이용자와 서비스제공기관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자바우처는 사회서비스의 선택과 경쟁의 가치를 강조하는 시장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 하에서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시장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바우처가 그대로 갖는다는 속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공공재나 사회복지서비스와 같이 사회적 목적 성취를 위해 제공되는 가치재이자 사회재에 대해 정부가 바우처라는 교환수단을 채택하였다는 점은 바우처가 갖는 시장의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시장은 소비자에게 구매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들은 노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판매자에 대한 간섭은 시장에 대한 간섭을 의미함으로 특정한 경우(예를 들어 독과점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는 구매자와 판매자들의 행위를 용인하게 된다.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규제하는 것이 정부가 아니고 시장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명확하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바우처라는 지불수단을 사회서비스에 도입하면서 사회서비스에 대한 각종 규제나 관리권을 시장에게 넘겨주었다. 만약 정부가 바우처를 관리하는 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시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 얘기할 수 있다. 시장의 논리와 바우처의 논리는 같음으로, 정부가 바우처를 교환수단으로 매개되어있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는 바우처 시장 자체를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만약 정부가 바우처제도를 채택하면서 시장이 갖는 문제점들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아무런 대책을 가지지 못하였다면 바우처는 판매자보다는 구매자에게 즉, 국민들에게 하나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공공 및 사회서비스제공에 있어 “선택”과 “경쟁”이 과연 중요한 사회적 가치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준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8월호(제190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