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9-10   1165

[동향3] 2014년 세법개정안의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분석 -낙수효과는 폐기했지만 가계소득 증대 실효는 없어-

2014년 세법개정안의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분석 -낙수효과는 폐기했지만 가계소득 증대 실효는 없어-

장흥배 l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

 

조세정책의 목표로 가계소득 증대 제시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6일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기업의 이익잉여금에 대한 과세(기업소득 환류세제)가 포함된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큰 관심을 끌었다. 주된 관심은 3대 패키지의 실효성에 모아졌다. 그러나 2014년 세법개정안의 배경이 되는 정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과 기조 전환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이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공공연한 경제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3대 패키지의 목표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가계 가처분 소득의 증대이다. 낙수효과 이론에서 가계소득은 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계소득 증대가 조세정책의 독립적이고 직접적인 목표가 되었다는 것은 정부가 적어도 조세정책에서는 더 이상 낙수효과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혀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이 그간 진보적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일까? 그것보다는 지금의 경제현실이 이미 실패로 증명된 낙수효과 기조를 더 이상 밀고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인식의 결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가계소득과 관련된 각종 경지지표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평균소비성향은 2013년 73.4%로, 2003년 처음 통계가 산출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연간 소비지출 증가율도 0.9%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물론 가계소득의 하락, 가계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의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조정노동소득분배율은 1975년 79.1%에서 2011년 62.7%로 하락했다. 노동생산성은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9.8% 증가했음에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2.3% 성장을 나타냈다.

 

국민소득의 분배 문제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사내유보금(기업의 이익잉여금)과 가계부채의 동반성장이다. 아래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기업이 사내에 축적하는 이익이 늘어나는 것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가계소득과 관련된 각종 지표들은 국민소득의 분배에서 기업, 외국인, 대주주가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는 만큼 노동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은 줄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고, 그 정도가 이른바 ‘줄푸세론자’로 알려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조세정책에서 낙수효과를 폐기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제 2014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가계소득 증대 정책들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살펴볼 차례다.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실효성 있나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민단체는 실효성 문제에 더해 조세정의를 훼손한 문제까지 지적하고 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법인세 산출과정에서 인건비(근로소득)는 비용으로 계상되어 과세표준에서 차감을 한 번 받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여기에 추가로 두 번의 세제혜택이 부여되고 있다.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각론에서 실효성의 한계를 보인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의 평균임금이다. 근로기준법상 상시근로자는 임시일용직 및 비정규직도 포함하기 때문에 적용 대상부터 한계가 뚜렷하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일정한 가정 하에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한 2015년 기업이 임금 인상을 통해 받는 세액공제액이 2,732만원으로 산출하여, 이는 2015년 임금 인상분 6.8억 원의 4%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의 인센티브로는 기업이 하방경직성을 갖는 임금을 올려줄 유인이 크지 않다. 더구나 3대 패키지의 하나인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인센티브 유인에서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동소득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비정규직의 증가이기 때문에, 근로소득 증대세제가 실효적이 되려면 임금액수 증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과 같은 고용구조의 개선에 대해서도 추가의 혜택이 필요하다.

 

배당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인센티브 유인의 크기 못지않게 누가 혜택을 받는가 하는 조세형평성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분석 결과는 고액 주식자산가에게 일정 혜택이 독점되는 것이어서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목표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개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외국인(34.7%), 기타(28.3%) 보다 낮은 20.3%에 불과하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이들 개인 중에서도 주식보유 금액이 월등히 큰 자산가에게 대부분 혜택이 주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2012년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자 중에서 51,458명이 3.1조원의 이자소득을, 47,828명이 7.5조원의 배당소득을 얻었다. 배당소득자 거의 대부분이 배당소득금액이 2,000만 원 이상인 자들로, 배당소득률을 약 1%로 잡을 경우 시가총액 2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자산가들이다. 즉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혜택이 주로 대주주에게 집중되게 설계된 것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또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하였다. 과거에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 38% 부담하던 대주주들이 25%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리과세에 따라 다시 한 번 배당수익이 높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세제혜택이 커진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분리과세로 인해 고배당 주식 투자자들의 실제 수령 배당액이 과거 대비 5.5%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분리과세는 2014년 초부터 종합소득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춰지면서 그나마 배당주 소유 고액자산가에 대한 부담을 다소 늘린 것을 다시 후퇴시키는 조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시민단체가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조세정의 훼손을 지적하고 반대하였다. 경실련은 2013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정부의 분리과세를 허용할 경우 배당부자 상위 10위에 속하는 재벌총수들이 총 187억원의 감세혜택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분리과세의 논거로 양도소득의 단일세율(20%) 적용과 비교해 현행 배당소득의 종합누진세율 적용으로 인한 대주주의 사내유보 선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정책을 들었다. 그러나 대주주는 지배력 유지를 위해 주식을 양도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것은 세율을 낮춰주기만 할 뿐 배당 선호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구분 없이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다는 점으로 보건대 정부 논거는 근거가 없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공식 임명되기 전부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의사를 밝히고 이에 대해 재계가 반발함으로써 큰 논란을 불렀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시민단체 사이에도 의견에 차이가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원칙적으로는 법인세율 인상과 같은 정공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 경제상황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이유로 사내유보금 과세에 찬성하였다. 반면 경실련은 사내유보금 과세가 세제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논란은 컸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임금, 투자, 배당의 증가로 이어지거나 세수확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은 거의 없다.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기업세제 환류세제는 투자를 포함한 과세방식과 투자를 포함하지 않는 과세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기준율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여 현재로서는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적용대상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고, 일정 비율의 당기소득에서 공제하는 배당과 투자에 대해서는 임금증가분과 달리 지출총액을 적용하고 있으며, 당해연도 기준미달액 및 기준초과액을 다음연도에 소급공제 또는 이월공제 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으로 보아 과세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개혁연대가 2013년 비금융업 상장회사 중 계속사업 당기순이익 상위 10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회사들은 과세대상이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 포함 과세방식(A)에서 기준율(α)을 가장 높은 80%로 정할 경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네이버는 과세대상이익이 존재하나, 가장 낮은 60%로 정할 경우 현대모비스와 네이버만이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삼성증권도 2013년 순이익에 70% 기준율을 적용하면 거래소 전체의 연간 추가 세금 부담이 3.6조원인 반면 10대그룹 소속 기업은 3.8조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실질적 대상이 되는 기업이 주로 대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분석하였다. HMC투자증권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소득 환류세를 피하고자 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코스피200의 배당수익률 1.20%를 기준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적용할 경우 1.24∼ 1.40%의 배당수익률 상승만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일정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 80%에서 최저 60%로 설정한 기준율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고, 임금에 대해 증가액을 차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와 배당액에 대해서도 증가액을 차감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차감항목에 대기업의 협력업체와의 다양한 이익공유를 반영하여 대-중소기업의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론

 

2014년 기준으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가계부채 역시 1,0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은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배경을 보여주는 시사적인 수치다.

 

이번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역대 정부의 준공식적인 경제 담론이었던 낙수효과를 적어도 조세정책에서는 폐기하고 가계소득 증대를 독립적이고 직접적인 정책목표로 제시한 인식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세제는 그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설계된 한계를 안고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가계가처분 소득의 악화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로부터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다. 비정규직의 꾸준한 증가로 표현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조합 교섭력의 약화, 금융규제 완화가 가져온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자본의 수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보호규제의 폐기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1차 분배시장에서 극심한 양극화를 불러온 주범이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실질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세제 설계가 비정규직 축소와 임금 인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배구조개선을 유도하기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담아야 했다. 그러나 3대 패키지는 시장의 1차 분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오히려 고액자산가에 유리하게 설계돼 조세정의마저 후퇴시켰다.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밝힌 세수효과는 총 5,680억원으로 전년도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 2조4,900억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번 세법개정안 발표 전 지난 8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14~’18)안」에서 제시된 2015년도 사회보장 투자규모가 60조 3,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경환 경제팀은 여전히 감세기조를 적극적으로 폐기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경제정책의 기조를 규제완화,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에 두면서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세제개편안은 이미 출발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9월호(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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