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2-11   1038

[기획주제3] 한국 복지국가운동, 어디까지 왔나? : 복지국가운동단체들의 경험과 과제

한국 복지국가운동, 어디까지 왔나? : 복지국가운동단체들의 경험과 과제

김남희 l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 변호사

 

복지국가. 한 때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너무 요원해 보인다. 복지국가운동을 모색하는 단체들은 과연 지금까지의 복지국가운동에 대하여 어떠한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10월 31일 개최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한국 복지국가운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부 순서는 복지국가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복지국가운동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하는 자리였다.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주요 단체들이 이 자리에 모였는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회민주주의센터, 서울복지시민연대,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우리복지시민연합,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그리고 참여연대였다. 10개의 단체들이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눈 복지국가운동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고민들을 정리해 본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스스로 복지국가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 하에 발족한 시민단체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시민들이 세금을 능력에 맞게 부담한다는 참여 운동을 전개하고, 복지목적세, 건강보험하나로 운동 등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구축 전략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현 시점을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과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보편복지의 확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공공부조, 복지의 불균등한 발전을 우려하고 있어 이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앞으로는 복지를 위한 재정 확충에 공감하는 많은 시민들이 복지국가 건설의 주체로 나설 것으로 보고, 특히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와 같이 사회복지사들이 복지 주체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국가 담론을 제시한 것을 단체의 성과로 보았으며, 또한 지난 대선이 토목건설 공약이 아닌 복지공약으로 경쟁하는 최초의 대선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복지국가 정책을 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후퇴 또는 왜곡하고 있으며, 야당 또한 침묵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보았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결국 복지국가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의 집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복지국가운동은 정치운동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정치구조를 고민해야 하며,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한 정치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복지의제에 대한 대응 및 시민사회와의 연대강화를 중요하다는 입장임을 밝혔으며, 최근에는 의료, 철도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 저지투쟁과 함께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공약 파기에 대하여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 영세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로 열악한 처지에 몰려 있으며, 4대 보험 가입률 등 복지 수혜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확대 등 노동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결합된 대안 및 실천을 모색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민주노총에 대하여 취약계층 노동자나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노동자 전체의 복지 확대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러한 민주노총의 발제에 대하여는, 복지국가 건설에 있어 노동조합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부분 공감하였으나, 총연맹과 각 산별노조의 경우 복지국가에 대한 공감대의 수준이나 고민의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복지국가운동을 하는 유일한 청년단체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20년 계획을 가지고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화 작업, 체계적인 담론의 재생산, 구체적 대안의 고민, 세대내 연대와 세대간 연대의 구축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복지국가 운동에 대하여는 파편화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정치운동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며, 대중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연대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사회민주주의센터’는 복지국가에 대한 담론적 설득력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사상적, 정치경제적 이념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사회민주주의센터는 ‘스칸디나비아형 사회민주주의 국가모델’을 복지국가운동의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여성친화적 복지제도’를 강조하였다. 대부분이 불로소득인 상층부에 대한 고세율 고부담을 당당히 요구하고 증세를 통하여 복지국가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출산률을 보이는 현 시점에서 여성의 사회참여와 출산률을 양립시킬 수 있는 적극적 가족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서울 지역의 복지현안을 둘러싼 지역복지운동단체로서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사회복지노동자 중심의 활동을 통해 복지국가 운동을 견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복지 지향의 지방정부에 대하여 거버넌스를 구축, 유지하고 복지현장의 인권 문제, 비리 발생에 대하여도 적극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역단체로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으며, 지역사회에서 복지국가 운동에 대한 인식이 맹아적인 상태에서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중앙에서 선도하면 지역이 따라오는 방식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풀뿌리에서 시작하는 복지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지역 노동진영과 시민사회가 공통분모를 찾으며 지역별 복지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모임인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는 대선 이후 복지국가 담론이 실종되었으며 복지국가 운동 주체들간의 연대가 부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복지국가 담론의 부활과 실질적 민주주의 운동이 필요하다며, 각 복지국가운동 단체들 간의 의제별 연대를 통하여 신뢰를 키우고 운동 목표와 방식의 합의점이 만들어지는 환경 안에서 큰 틀의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진단하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보험에서의 배재, 돌봄 노동에 대한 저평가 등 실질적인 여성의 사회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성평등한 사회보장제도의 구축, 돌봄 노동의 가치인정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복지국가를 위한 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복지가 완성된 한국사회에 대하여 단체들 사이에 충분한 합의가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참여연대’는 현 시점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널리 확산되었으나 구체적인 의미는 아직도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선거를 위한 레토릭 수준임을 지적하였다. 결국 복지국가에 대한 관념적 논의로는 부족하며, 공무원 연금 개악, 보육예산 미편성 등 구체적인 현장에서 시민사회, 노동계 등의 연대와 운동을 통하여 복지국가운동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고용없는 성장, 극단적 양극화, 중산층의 몰락, 저출산 고령화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현실 때문에 복지국가는 국가 생존전략으로도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계가 촉매제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토론의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 복지국가 운동단체들은 복지국가운동의 현황과 전략에 대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복지재정 문제를 우선시하는 단체도 있고, 정치운동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며, 오히려 지나친 정치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념적인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좀 더 포괄적인 연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풀뿌리 운동, 여성친화적 복지정책, 노동문제와 복지정책의 결합, 공공성 확대 등 중시하는 정책이나 방식에 대한 강조점도 단체 간에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복지국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또한 모두 동의하고 합의한 부분은 복지국가 운동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각 단체들이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대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모두 느슨한 방식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이 날 긴 토론회를 함께 하며, 복지국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많은 단체에서 지적하듯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복지국가를 만들어가기 위한 폭넓은 대중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의 경우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풀뿌리 지역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 활동단위들의 충분한 소통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운동을 하는 단체들조차 상호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연대를 통하여 복지국가 운동을 좀 더 구체화하고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복지국가운동단체들 간의 교류가 좀 더 활발해지고 서로를 견인하며 복지국가를 위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12월호(제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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