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개별급여 평가와 전망
후퇴 일로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바로 잡자
김윤영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지난 7월 1일,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른바 ‘세 모녀법’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행되었으며, ‘맞춤형 개별급여’ 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나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송파 세 모녀를 여전히 지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평가와 향후 우려, 앞으로의 고민을 담는다.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예정된 한계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개별급여 도입을 통해 76만 명의 신규 수급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초라하다. 시행 첫 달 42만명이 신청했지만 7월 20일 첫 급여지급일, 급여를 지급받은 사람은 1만 1천명에 불과했다. 20만명에서 70만명으로 50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던 교육급여 수급자는 지난 9월까지 불과 17만명 늘어났다. 이것은 예정된 한계였다.
낮은 선정기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월 150-160가량의 정기 수입이 있었다. 63세 어머니의 식당 일 외에는 정기적인 수입은 없었다. 삼십대인 두 딸은 신용불량 상태인데다가 첫 딸은 오랫동안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병원 이용 기록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둘째 딸은 만화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들은 한 달 50만원의 월세를 내야하는 주거 빈곤층이었다. 정부는 개별급여 도입을 통해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선정기준 밖에 있다.

기존 최저생계비와 개정안의 각 급여별 선정기준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해 진다. 개별급여 도입을 통해 현금급여는 없어도 의료급여는 받는 수급자를 만들어 탈수급을 돕겠다고 했지만 기존 최저생계비와 의료급여 기준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신규 수급자가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높여 빈곤층의 월세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송파 세 모녀는 여전히 해당하지 않는다. 3인 가구 주거급여 선정기준은 147만 9천원. 송파 세모녀의 소득은 이를 상회한다.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큰지와 관계없이 3인가구 150만원의 소득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전히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이들이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을 위해 동주민센터를 찾았던 이들은 자신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쳐진 어깨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낮은 보장수준이 개선되지 않았다
선정된다 해도 보장수준이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 수급자의 경우 평균 급여액이 개편 전 40.7만원에서 45.6만원으로 4.9만원 늘어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제도개편의 효과일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오히려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를 통한 간주부양비구간 축소가 이번 개정의 유일한 의미있는 변화일 것이다. 특히 주거급여 수급자의 경우 ‘지역별 임대료를 현실화’ 한다는 미명아래 오히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폭적인 주거급여 하락이 일어났다. 공공임대아파트, 매입임대주택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던 세입자의 경우 급여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주거급여 보장수준의 경우 다음과 같다.
지역별 기준임대료를 설정했다지만 <표2-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급지와 가구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최대 주거급여가 하락하게 되었다. 서울은 일부 상승하였다지만 기준임대료는 받을 수 있는 최대임대료 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송파 세 모녀의 경우에도 반지하에 살았음에도 월세가 5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의 3인가구에 대한 정부의 기준임대료는 26만원이며, 이것은 최대 기준에 불과하고 실제 월세가 낮을 경우에는 더 낮은 쪽을 지원하며,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자기부담금마저 삭감한다. 월 1만원, 2만원짜리 주거급여로 주거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정부는 해명해야 할 것이다.
주거급여를 차치하더라도 낮은 보장수준은 개선되지 않았다. 낮은 보장수준의 핵심적인 문제는 결국 선정기준과 관계가 있다. 기존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생계, 주거, 의료 등의 급여 기준선을 짜 맞추다보니 기존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다.

기존 최저생계비는 99년 최초 결정당시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7%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32.8%로 상대적 비율이 하락해왔다.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이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물품을 조사해 그 가격의 합을 구하는 절대적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번 개편안은 ‘기준 중위소득’ 도입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변화가 미미하거나 도리어 후퇴한 것이다.
복잡해진 행정절차, 훼손되는 수급권자의 권리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여러 부처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전담기관이 되며 수급신청 과정, 관리방식이 복잡다단해졌다는데 있다. 본래도 복잡한 제도설계가 수급권자들의 접근을 제한해 왔는데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 이후 제도가 더욱 복잡해 져 일선 전담공무원에게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제도가 복잡해지는 것은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제도의 투명한 운영을 보장하기 어렵게 하며, 수급권자들의 신청할 권리와 이의신청할 권리를 가로막는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시기 빈곤사회연대에서 개설한 상담전화로 가장 많이 오는 문의는 ‘도대체 어떻게 바뀌는 거냐’, ‘나도 신청하면 되냐’, ‘나는 수급비가 어떻게 바뀌냐’, ‘떨어지는 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전산 상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보장기관들은 수급자들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000하게 바뀌니 000한 급여를 받을 것이다’는 우편물 한통도 보내지 않았다. 맞춤형 개별급여 홍보용지와 안내문을 일괄 발송했을 뿐이다. 근로장려금만 보더라도 신청 가능여부와 신청 시 수령할 수 있는 금액까지 안내된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연일 뉴스와 광고판에는 떠들썩하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정된다는 홍보가 넘쳤지만 정작 수급 당사자들에게 한 줄의 제대로 된 통지가 없었다. 제도의 주체에서 철저히 배제 된 것이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교육청 등으로 주무기관이 바뀌고, 주요 자활사업 참여자의 대부분이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를 통해 취업활동을 하게 된 것은 추후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연금공단이 근로능력평가 업무를 위탁하며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3배 상승하고, 이의신청의 경로조차 사라진 것을 상기하자.
여전한 부양의무자 족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는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에서만 소폭 일어났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12만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3년간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탈락한 수급자만해도 4만명에 달한다. 2010년 기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117만명이다. 이를 해결하기에 12만명은 턱 없이 부족한 목표일뿐 아니라, 실제 이만큼 해결될 지도 미지수다. 교육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음에도 목표했던 50만명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만명만이 신규진입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여전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중요한 족쇄가 되고 있다.
앞으로의 우려와 우리가 요구해야 할 원칙
계속되는 후퇴
개별급여 도입을 빌미로 시행령 수준에서 나타난 개악 역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우선 이행급여가 사라졌다. 가구의 소득이 상승해 탈수급 하더라도 소득이 가구별 최저생계비 150%에 미달할 때 교육급여와 의료급여에 대한 유예기간을 최대 2년까지 두던 안전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탈수급 촉진이라는 개별급여 도입의 목표와도 상반된다.
지난 9월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신규 수급 신청자의 최근 5년간 처분 재산 내역을 조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것이라지만 도리어 새로운 사각지대의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근로소득공제를 폐지하고 EITC(근로장려금)로 통합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근로소득공제는 자활참여자에게 30%의 소득인정액을 공제하게 했는데 이것이 사라질 경우 자활참여자 대부분은 주거급여를 박탈당할 것이다. 이는 결국 근로능력자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분리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회권적 성격을 말살하고 선별적, 잔여적 성격을 강화할 것이다. 자활사업의 대부분이 고용노동부로 넘어가고,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사업>을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 생활보장이 아닌 취업만 강요하는 추세와 더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원칙
1997년 IMF외환위기를 거치며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었다.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으며, 가난에 빠지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였다. 그 합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 기준에서 인구학적 기준을 제외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도록 했으며, ‘최저생계비’를 만들어 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보장도 기본권이라는 선언이었다. 정부와 보건복지 당국은 이 합의를 부정하고 있다.
‘맞춤형 개별급여’의 행보를 보며 한국의 복지는 더딘 출발에 비해 후퇴는 어떻게 이렇게 빠른가 하루하루 경악하게 된다. 복지축소의 단계는 나라별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먼저 특정한 집단에 대한 복지서비스에 중류층 이상의 동등한 이용을 제한하며 복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복지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 열악해야 한다는 입장이 득세하고, 복지의 질이 하락한다. 부정수급자나 알콜중독자, 범죄자 등을 복지수급의 전형으로 등장시킨다. 복지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하고 절제할 줄 모른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이들에게 사회가 비용을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다. 더 이상 복지제도에 대한 중산층 이상의 관심이 없을 때 이 제도는 폐지의 위기를 겪게 되거나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해 폐지 되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 다양한 제도는 서구 다른 복지국가들만큼 제도가 성장한 역사도 없이 벌써 후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공적연금이 신뢰를 잃고 적정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무상급식은 낭비라고 주장하는 것,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복지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자격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반증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거대한 자산·소득 격차와 부족한 사회안전망의 덫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에서 빈곤의 빠진 국민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현재 가난한 이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보편적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보호법으로 회귀할 것이다. 복지의 위기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①낮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재산의 소득환산을 현실화야 한다.
②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난한 이들의 가족이 짊어진 족쇄를 풀어야 한다.
③근로능력자에 대한 탈빈곤없는 탈수급 조치를 철회하고, 일자리 알선이 아닌 일자리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 제 1조에 명시되어 있듯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지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거대한 빈곤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채 방에서 홀로 죽어가는 노인들을 더 이상 만들지 말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바로 세워 복지의 기본, 빈곤문제 해결의 초석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1) 최저주거기준: 최소주거면적, 필수설비 등 쾌적한 주거생활에 필요한 요건
2) 연 4%
월간 <복지동향> 2015년 11월호(제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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